부채 2023%·자본잠식 30% 등 재무악화
“개인 문제다” 선긋는 회사…과연 그럴까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OCI 3세 경영 분리 구도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이수영 회장의 차남 이우정(사진) 최고 전략대표(CSO)가 최대주주인 넥솔론이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 대표가 사모펀드(PEF) 등이 보유하던 회사 지분 6.88%를 500억 원에 떠안게 되면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 타계책이 현재는 없다는 것이다. 넥솔론의 주력사업이 태양광 사업인데 이 사업이 업종의 장기 불황 늪에서 허우적되고 있어 지분정리를 통한 계열 분리 직격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넥솔론은 지난해 12월께 이수영 OCI회장으로부터 운영자금이라는 명목 하에 97억원(이자율 7.0%)을 빌렸다. 지난해 넥솔론 자기자본 대비 10%를 넘을 정도로 적잖은 금액이다. 상환일은 오는 11월 25일까지다. 한 마디로 아버지가 아들회사에 돈을 빌려줬다는 얘기다.
이는 넥솔론이 태양광업 불황으로 재무악화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태양광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줄고 공급물량이 넘쳐나면서 불황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제품가격은 곤두박질쳤고, 태양광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용 잉곳·웨이퍼를 주력 생산하는 넥솔론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300억 원 이상 영업손실을 냈고 부채비율만 2000%를 넘는다.
주변의 ‘밑 빠진 독에 물붙기'란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넥솔론은 고집을 이어나갔지만 최근 암초를 만나면서 더 이상의 수혈이 불가피하진 않겠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황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사모펀드 등이 보유하던 회사 지분 6.88%를 500억 원에 떠안게 되면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갈 길 바쁜 넥솔론이 깊은 수렁에 빠진 셈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 이 대표의 돌파구는
이 풋백옵션 계약은 넥솔론이 기업공개 한 2011년에 체결했다. 이 대표는 당시 500억원 규모 보통주를 인수한 후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보통주의 경우 회사가 특정 투자자의 주식만 매입할수 없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직접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넥솔론 주가가 급락하면서 풋백옵션 계약은 500억 원 폭탄이 되고 말았다. 태양광 업황 부진에 따라 상장 직후 52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13일 현재 1120원까지 떨어졌다. 주식을 내다팔지 못한 한국투자증권, IBK옥터스녹색성장PEF, KoFC-KBIC프런티어챔프2010의5호PEF 등 재무적투자자는 결국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1월 27일, 28일 양일에 걸쳐 풋백옵션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909만900주(6.88%)를 주당 5500원에 떠안았다. 이는 풋옵션행사일 시가(856~1140원) 대비 5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이 대표가 손실을 떠안으면서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을 챙겼다.
넥솔론 관계자는 “당시엔 태양광 산업이 잘될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 최대주주가 직접 엑시트를 보장한 것인데 기업공개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최대주주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장 500억원을 조달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3월 100억원 규모유상증자를 실시할때도 1년 만기 은행 대출로 메웠던터였다. 이 대표의 보유주식3961만3775주(29.97%)의가는45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575만주는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란 표현이 딱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번에도 모 기업의 지원이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OCI일가가 형제간 지분정리를 통해 계열분리에 나서고 있는만큼 다른 형제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전문가 조차도 “투자자의 풋백옵션 행사로 인해 안 좋은건 사실이다"라면서도 “회사의 장부상 손실은 없지만 이 대표 개인이 받은 것이라 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개인의 문제라 어떻게 자금조달을 할지는 모른다”며 “현재 태양광 업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OCI그룹 삼형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혼맥으로 얽혀 있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자 고 이회림 명예회장의 아들 이화영 회장 사위인 한상준 유니드 전무가 한승수 전 국무총리 아들인데, 한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조카사위다. 육영수 여사의 큰언니 육인순 씨가 한승수 전 총리의 장모다. 이화영 회장과 이수영 회장은 형제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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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