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 확대보다 발생 원인 찾아 정책 펴야
공직사회마저 성폭력 만연… 재범률 감소 추세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4대악 근절’이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을까. 4대악 가운데 첫 번째인 가정폭력은 폭행 발생률과 재범률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관련 법률 인식도가 낮아 국가적 예방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불량식품’ 4대악의 근절을 위해 어떠한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성폭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경찰의 해결 우선 과제인 ‘4대악 근절’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 지원과 수사 확대를 위한 여성가족부와 경찰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담팀 신설부터 피해자 지원 확대, 예방교육 확대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 법률도 개정을 앞두고 있다.
‘여성·아동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사회’
여가부는 지난 10일 ‘2014년 업무보고’를 통해 ‘여성과 아동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4대악 중 하나인 ‘성폭력’ 해결을 위해서 적극 노력할 뜻도 피력했다.
여가부는 우선 성폭력과 성희롱, 성매매 등 성(性)적 폭력 예방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의 질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각 기관별 예방교육 실적 보고 사항을 세분화하고 실적을 점검해 부진기관 관리자 특별교육 및 기관 평가 반영 등을 요구해 교육을 내실화한다. 또 아동과 청소년, 노인·장애인 등 교육 대상의 연령·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재를 개발하고 전문 강사 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도 ‘찾아가는 예방교육’을 적극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정책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했던 한 부모, 조손가족 등 취약한 성폭력 피해아동에게 치료를 위한 동행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원중인 피해자에게는 간병비를 지원한다. 그동안 피해자가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던 반복 진술 조사 최소화를 위해 경찰단계 진술조사에서부터 검사가 참여하도록 하는 ‘화상협력시스템(여가부·대검찰청·경찰청 공동)’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도 경찰 수사 기능을 지원해 수사부터 치료까지 한 곳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와 함께 성범죄자 알림e 모바일 서비스를 하반기부터 제공하고, 개인적으로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고지를 전자우편으로 받기를 희망하는 주민에게는 본인 동의를 거쳐 메일로 전송할 수 있게 바꿀 예정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4대악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지 곤란할 정도”라며 “예방교육 확대, 전자발찌 착용자 신상정보 공유 시스템 개발 등부터 피해자 지원 시설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관련 법률 개정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폭력 재범률이 낮아지는 등의 효과를 얻었다”며 “이번 주 중으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과 법률 등에 대한 향후 계획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전담팀 신설 피해자 지원센터 확대
경찰 역시 4대악 척결에 앞장서기 위해 나서고 있다. 첫째로는 성폭력 전담 수사팀을 각 지방청과 전국 52개 경찰서에 신설했다. 과거에는 같은 성폭력 사건이라도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거나 형사과에서 수사하는 등 집중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성폭력 전담 수사체계 구축을 위한 전담팀 신설에 나섰다. 강력·형사 등 분야에 따른 범죄 전담팀은 있지만 특정한 사건에 대한 전담팀이 개설된 것은 4대악 척결이 처음이다.
또 피해자 지원 확대를 위해 원스톱 지원센터를 3개 추가 설치했다. 그리고 인력풀을 정비해 피해자 경찰 조사에서 필요한 전문가나 속기사를 바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했다. 성범죄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대상별로 차별화하는 등의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자 권리 지원 내실화를 위해 법률상에 지정된 내용이 정리된 안내서를 배포하고 있다. 또 점자나 외국어 번역본도 같이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장애인이나 외국인도 권리를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아동·장애인 성폭력 예방을 위한 민간협력을 강화하고 여가부와 협력해 예방활동 지원 및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성폭력 범죄자 미검거율과 재범률이 감소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13년 국민안전 정책 추진성과’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자 미검거율은 11.1%를 기록해 지난해 보다 4.4% 감소했다. 재범률 역시 지난해 보다 1.5% 감소한 6.4%로 나타났다. 검거 실적은 무려 32%가 증가한 2만5591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상담센터는 “공직사회마저도 성폭력이 만연하는 등 해결되지 않았다”며 “문제의 본질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고미경 소장은 “여가부의 실태조사 결과로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정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며 “성폭력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관심 높아졌으나 효과 ‘미비’
여성 폭력 해결을 위해서는 성폭력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다는 것. 고 소장은 “예를 들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관점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는 4대악과 관련해 여러 가지 정책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존재한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이 4대악으로 선정돼 여성 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성폭력 해결에 앞장서야 할 공직사회에서도 현재 성폭력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성폭력에 대한 관점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소장은 성폭력 관련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지만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이행력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들이 법체계를 이용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고 소장은 “중요한 것은 전담 수사팀 개설이 아닌 수사팀의 인력, 예방교육 확대가 아닌 교육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힘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폭력이 없어지려면 남녀의 인권이 평등해져야 한다”며 “눈에 보이는 제도 확대보다는 성폭력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와 같은 본질적인 접근에서 나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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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