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 회장 “누드모델은 몸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 회장 “누드모델은 몸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2-17 10:43
  • 승인 2014.02.17 10:43
  • 호수 1033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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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가 좋아야 한다는 건 편견이다. 최종목표는 모델 위한 교육센터 짓는 것”
▲ 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 회장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회화, 조각, 사진, 쇼 등에서 사람의 벌거벗은 모습 즉 알몸을 ‘누드’라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누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성인물 등을 생각한다. 하지만 누드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화장품이나 자동차 광고 속 신체 노출신도 누드다.
어디 이뿐인가. 속옷 광고 속에도 어김없이 남녀 신체 노출 사진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누드의 쓰임새가 많다보니 누드모델도 이젠 당당하게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누드와 누드모델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일요서울]에서는 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46)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누드모델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3일 오후 5시, 하영은 회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한국누드모델협회는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목적지를 찾아 나섰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번듯한 간판 하나 없어 어느 건물에 협회 사무실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내비게이션상의 주소에 차를 세운 뒤 하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층에 커피전문점이 있는 건물 지하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깐깐한 느낌이었다. 건물을 찾아 지하로 내려가니 허름한 문이 하나 있었다.
‘수업중’이라는 문구를 보니 선뜻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여러 명의 남성들이 거울을 보며 알 수 없는 동작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얼른 문을 닫고 나와 다시 하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안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건물 안에 있던 남성들은 누드모델들이었다. 수시로 협회를 찾아와 몸을 풀고 포즈를 연습한단다.

누드모델은 천직이다

“누드모델 선배들이 많이 계시지만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한 누드모델은 내가 처음이다” 하영은 회장은 우리나라 ‘공개 누드모델 1호’다. 누드모델이 ‘술집 나가는 사람’정도로 인식되던 1980년대, 그녀는 아르바이트 하던 식당에 자주 들르던 사진작가의 권유로 누드모델을 시작했다. 물론 당시 어려웠던 경제적 상황도 한몫했다.
살기 위해 시작했던 누드모델이지만 이제 그녀는 “누드모델은 천직이다”라고 말한다. 한탄강에서의 첫 촬영 당시 “죽어도 옷을 못 벗겠다”던 그녀는 이제 노련한 누드모델이 됐다. 누드모델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누드모델 하영은’이라는 명함을 파고 다녔다. 그때가 1991년도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시각이 강했던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누드모델을 일반 직업으로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들었다. 1996년도 일이다” 협회를 만들고 18년이 지났다. 협회 회원도 400여 명에 이른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젠 누드모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예술의 한 영역으로 전문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누드모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녀는 말한다. “협회에서는 매주 토요일 누드모델을 놓고 그림을 그린다. 꼭 한번 참여해서 직접 누드모델을 보고 그림으로 그려 보길 권한다. 아마 누드모델에 대한 편견이 바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부끄럽다며 정색을 하고 참석하지 않는단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같은 권유를 받는다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직접 보고 경험하면 분명히 생각이 바뀔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모델은 성적인 대상 아냐

사람들이 누드모델에 대해 잘못 갖고 있는 편견 중 하나는 “누드모델은 몸매가 좋거나 좋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누드모델은 몸매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드모델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누드모델을 필요로 하는 미술가나 사진작가들은 오히려 다양한 몸매의 누드모델을 원한다.”
그녀에 따르면 미술가나 사진가들에게는 다양한 체형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교 등에서 모델을 요청할 때 젊고 몸매가 좋은 여자모델을 요청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직업인으로서 누드모델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누드모델은 옷을 벗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말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몸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행위에 돈이 연결되면 외설과 상업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누드모델은 더 이상 누드모델일 수가 없다. 그녀는 “상업적으로 옷을 벗고 노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은 AV모델이다. 누드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몸으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누드모델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 회장은 춤, 노래, 악기, 연기, 무술 등 안 배워 본 것이 없다. 모두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협회에 소속된 누드모델들에게도 틈틈이 교육을 시킨다.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협회에서는 수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요정 룸살롱 모델 찾기도

하 회장이 협회를 만든 목적 중 하나는 누드모델의 권익 향상이다. 과거 누드모델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보니 모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델을 두고 가슴 등에 대해 ‘이쁘다’ ‘섹시하다’고 말하거나 자세 교정을 핑계로 만지는 경우도 있다. 요정이나 룸살롱 등으로 모델을 보내달라는 곳도 있었다. 20대 초반의 키 크고 쭉쭉 빵빵한 모델을 찾는 경우 대부분 딴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몸 상태를 깐깐히 따지거나 일대일로 일을 하는 곳에는 신분이 확실치 않을 경우 모델을 보내지 않는다.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모델들을 위해 그녀가 직접 나서서 법적인 절차까지 밟는다.
그녀는 1988년 누드모델 일을 처음 시작해 올해 경력 26년째가 됐다. “누드모델로서는 많은 경력을 쌓은 만큼 이제는 후배 누드모델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표는 누드모델들을 위한 교육센터를 짓는 것이다. 제대로 된 공간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훌륭한 누드모델을 키우는 것. 오늘도 그녀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거울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고 회원들을 가르친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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