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게임선정 불만 금지…여성은 무료
2차까지 하루 가짜 애인 놀이…‘묻지마 노래방’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40~50대 중년들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일탈을 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묻지마 관광’이다. 묻지마 관광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을지 모르나 어느 곳을 통해 여행을 신청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중년들도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하루 가짜 애인을 정해 2차까지 책임지는 ‘묻지마 노래방’도 등장해 많은 중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년들의 일탈 ‘묻지마의 세계’를 [일요서울]이 정리해봤다.

처음 만나는 이성들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흥겹게 놀다가 불장난(?)까지 이어지는 묻지마 관광은 오래전부터 중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행도 가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새로운 이성과의 설렘도 느낄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겉은 친목동호회 실상은 이성과 불장난
여행친목동호회 ‘테마여행’홈페이지에는 ‘태백산 눈꽃여행 가실 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1박2일 코스다. ‘눈꽃과 얼음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그곳 태백에서 우리만의 겨울이야기를 만들어나가실 분’을 찾는 글이었다. 참여인원은 40명 선착순 접수를 받으며, 나이제한 없고 여행경비는 10만 원이며, 준비물은 간편한 등산화와 먹을거리, 물통, 손수건, 카메라, 신발 등이다. 평범하게 찾을 수 있는 테마 여행 모집 글이었다. 다만 참가 자격 란에 적혀 있는 ‘문의 사절’과 ‘문자로 간단한 질문만 받는다’는 문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행친목동호회의 여행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로 ‘묻지마 관광’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 글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 이름이 ‘묻지마 관광’임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여행 회칙 공지에도 ‘지나친 음주 삼가’와 ‘일체 사진 촬영 금지’, ‘남녀 커플 게임 선정 시 게임 선정에 불만 표출 금지’ 등이 안내돼 있다. 또 여행과정에 대한 설명에는 ‘(여행 관련)통화 금지, 문자 문의만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었으며 ‘5대5 남녀의 여행’, ‘여행 만남 대가성 요구 금지’, ‘여행 경비 남자 책임 원칙’ 등도 적혀 있었다.
여행 일정 어긋날 땐 ‘공짜’ 여자들 참여 안 해…
묻지마 관광에서는 여행 경비를 전부 남자가 지불한다. 여자들은 ‘무료’다. 그러다보니 예정된 여행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여성회원들은 참여를 포기한다. (해당 홈페이지는 이 같은 내용을 공지를 통해 ‘남성회원님들 참고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여행에 참여하는 연령층은 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가장 많은 나이대는 40~50대이다. 요즘은 30대 젊은 주부나 회사원도 많이 참여하는 추세다.
표면으로는 ‘여행친목동호회’를 띠고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여행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묻지마 여행은 건전한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여행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좋은 여행을 만들고 있다’며 ‘참여한 사람들 간의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난잡한 행각은 절대 금물’이라고 공지사항마다 표시해 놓았다.
그러다 보니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묻지마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러한 공지사항을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묻지마’가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관측이 여행 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파트너 선정 및 관계 진전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성관계 알선 등과 같은 위법 행위로 인해 경찰 레이더에 포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다. 같은 수의 남녀가 여행에서 서로 눈이 맞아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주최 측이 발 벗고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묻지마 관광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면 “우리는 몰랐다” 또는 “성인 남녀의 자발적인 성(性) 생활에 간섭할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실제로 묻지마 관광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성과의 스킨십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룻밤으로 끝나도 좋고, 마음이 맞으면 서울로 돌아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지난 여름 경상도의 시원한 계곡으로 묻지마 관광을 다녀온 40대 남성 A씨는 “너무나도 즐거운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 버스에 올라탔을 때는 너무 어색해서 괜히 신청했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가이드가 분위기를 띄우고 노래를 부르면서 흥이 올랐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금방 친해졌다”며 “밤에는 여행사가 준비한 다양한 게임이 준비돼 있다. 대부분이 커플게임이다보니 마음에 맞는 남녀끼리 짝을 지어 게임에 참여한다. 빼빼로 빨리 먹기나 신문지에 올라서기 등 스킨십이 많은 게임을 하다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고 나면 단체 술자리가 벌어진다. 정해진 숙소가 없기 때문에 두 사람씩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파트너와 하룻밤을 보냈다. 낯선 장소에서의 특별한 인연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채팅으로 만나 노래방에서 단체 스킨십
최근에는 ‘묻지마 노래방’까지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변 사람에게 또는 자신이 경험한 후기 등이 속속 올라오지만 위치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묻지마 노래방은 묻지마 관광보다 수위가 높다. 묻지마 관광에서는 2차를 개별적으로 나가지만 노래방은 밀폐된 장소에서 ‘단체 스킨십’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묻지마 노래방에서는 연계된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등에서 사전에 남녀가 채팅을 하면서 미리 친분을 쌓는다. 손님들의 인원수에 맞춰 상대방 이성이 나오면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파트너가 돼 하루 동안 가짜 애인놀이를 한다. 자신의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끝까지 책임지고 2차로 성관계까지 맺는 것이 규칙이다.
이러한 ‘묻지마 노래방’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지, 접대비가 얼마인지, 위치가 어디인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자세한 정보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인기를 얻은 변종 유흥업소들이 눈 깜짝할 사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을 봤을 때 곧 묻지마 노래방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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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