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현 프리랜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개각 논의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박근혜정부 경제팀의 책임론이 적지 않은 시점에 민주당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해임에 이어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내각 교체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까지 개각 요구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초 개각설을 제기한 바 있는 새누리당은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 중진들이 박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교체가 거론되는 인사들을 살펴보면 꾸준히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 장관은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 또는 경기도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청와대에서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아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청와대가 일단 지방선거를 치르고 난 뒤 당 지도부 보강과 선거 정국의 국정 운영을 위해 일부 인원을 다시 편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개각설과 관련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라는 숙제 앞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개각요구는 쉽게 지나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소식통들은 “친박 내 권력지도가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관측한다. 친박-비박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선거와 전대를 앞두고 개각이 선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친박 핵심 교체와 관련,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사는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다.
유 장관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유 장관이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측근들을 여러 단체와 기관에 낙하산으로 심고 있다”거나 “표 확보를 위해 특정 인물의 뒤를 봐주는 등 주변 포섭작업을 해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유 장관이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야권은 이 같은 소문을 근거로 네거티브 공세를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3월 또는 4월 정도에 교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도 꾸준히 교체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 장관은 지난해 여름 정기국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경질설이 나온 적 있다. 최근에는 당 내에서 현 장관에 대한 무능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청와대가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정치적 변수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왕실장’으로 통하는 김기춘 비서실장도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주변과 여권 일각에서 “김기춘 실장이 머지않은 시점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박정희 정부와 오버랩되는 측면이 강하다. 적절한 시기에 교체해 청와대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청와대는 이미 김 실장의 후임을 물색 중이며 여러 후보들 중 가장 유력시 거론되는 이는 A씨”라고 말했다. A씨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경선 때 당시 대세에 상관없이 희생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소문을 일절 부정하고 있다. 전혀 언질 받은 적 없으며 본인 스스로 청와대로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차기 당권’을 누가 거머쥘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5월 중순 임기가 끝나는 황우여 대표 체제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6월 4일 치러지는 바람에 아직 전당대회는 개최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상관없이 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방침을 시사하며 분주히 표밭을 다지고 있다.
현재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후보들 중 7선의 서청원 의원이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서 의원은 지난해 10월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꾸준히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는 연초부터 충북과 대구, 부산을 연이어 방문하는 등 전국을 돌며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면 넓히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5선의 김무성 의원도 유력하다. 김 의원은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당권 도전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당내 친박 주류 의원들은 물론 비박 의원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근현대사역사교실’과 ‘퓨처라이프포럼’을 주도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통일경제교실이라는 이름의 연구모임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철도파업을 독자적으로 중재하면서 정치적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당권을 노리는 다크호스 3인방에 3선 의원 출신의 김문수 경기지사도 거론된다. 사실상 경기지사 불출마 쪽으로 입장이 굳어지고 있어 김 지사가 여의도로 복귀할 경우 바로 당권-대권을 모두 겨냥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데다 경기지역에서 의원과 도백을 역임했고, 새누리당에선 보기 드물게 노동운동 경력을 가진 민중당 출신이란 다채로운 이력이 장점이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사실상 서 의원이 당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미 김 의원의 무게를 덜기로 내정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의중을 당 핵심부에 전달했다는 소리도 무성하다.
김정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