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안철수 ‘인(人)의 2차 전쟁’ 개막
민주당-안철수 ‘인(人)의 2차 전쟁’ 개막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2-17 09:41
  • 승인 2014.02.17 09:41
  • 호수 103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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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빼가기…후폭풍 각오하라”

박주선.강봉균.강동원 신당 합류…도미노탈당 포착
민주당, 탈당인사 저평가+아킬레스건 흠집 내기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민주당과 안철수 측 새정치 신당이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사활을 건 대혈투를 벌이고 있다. 당이 ‘폐기처분되느냐, 살아남느냐’가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난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새정치 신당은 ‘인(人)의 2차 전쟁’이 한창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새정치 신당은 이미 한 차례 ‘인의 전쟁’을 치렀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은 정치 아마추어라는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민주당 송호창, 박선숙 의원, 그리고 당직자들을 영입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의원 빼내가기’를 구태정치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과 새정치 신당 간의 ‘인의 전쟁 2차전’이 시작됐다는 평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새정치 신당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의 전쟁 2차전’을 조명해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광폭행보가 정가의 중심에 섰다. 안 의원은 관계가 소원해졌던 윤여준 전 장관을 다시 영입하기도 했다. 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만큼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거물급 인사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란 말들이 흘러나왔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안희정 충남지사가 새정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급기야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선 “민주당 K, H 의원이 새정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힘들다는 것 알지만”민주당 인사 신당행

이처럼 민주당 인사들이 새정치 신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 전직 의원들이 새정치 신당에 합류하고 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안 의원을 만나 70분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역시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최종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친노와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안철수 의원의 신당 쪽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 신당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그는 “한 번 선택했으면 당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사실 박 의원의 영입을 놓고 민주당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민주당은 막판까지 박 의원의 신당행을 만류했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 첫 번째로 ‘박주선 영입 저지’에 나섰던 것. 김한길 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이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그동안 박 의원은 신당과 민주당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상임위 활동 중 김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 하셔야죠”라고 말을 하는 등 박 의원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심지어 박 의원 측에서는 “입당 신청서를 쓸 것”이라며 새정치 신당 합류에 부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이 새정치 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에 합류하더라도 박 의원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새정치 신당 합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 전직 의원들도 대거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다양한 인사를 접촉,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을 탈당한 무소속 강동원 의원도 새정치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수 차례 강 의원을 만나 신당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해 5월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이 분리된 뒤 진보정의당의 원내대표에 올랐으나 원내대표직 수행 중 갑작스럽게 탈당 의사를 밝혔다. 당시 강 의원의 신당행 소문은 파다했고,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강 의원의 신당 합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신당이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지역 여론 등을 살펴보고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 전 의원도 합류를 결정했다. 이로 인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익산 출신인 김상철 도의원이 조합장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해 11명이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 신당에 합류했다.
특히 곽인희 전 김제시장이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안철수 신당 전북지사 후보 물망에 오른 강봉균 전 국회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는 장덕상ㆍ김택령 김제시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광역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장 시의원은 곽인희 전 김제시장의 사돈, 김택령 시의원은 곽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의원들로 곽 전 시장의 민주당 탈당과 연관성이 높다.
이에 대해 장 시의원은 “곽 전 시장을 모시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 홀로 민주당에 남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탈당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신당 간 인사 X파일 거론하기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사람 빼내가기’라며 구태정치로 규정했다.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새로운 인물 발굴이 아니라 기존의 민주당 현직 의원들을 상대로 빼가기를 시도한다면 이는 ‘정치도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내건 ‘새 정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 안타까운 것은 6ㆍ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 어렵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일부 시의원들의 현실적인 약점을 노렸다는 정황”이라며 “사실이라면 안철수 새 정치는 껍데기만 새 정치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안철수 새정치 신당 영입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선 ‘빼가더라도 능력이 미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안 의원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던 6인회 소속 멤버인 정태근 전 의원, 김부겸 전 의원, 김영춘 전 의원, 원희룡 전 의원, 정장선 전 의원 등은 신당 합류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에서도 안철수 측 새정치 신당이 파괴력이 없다고 내부정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원 빼가기 공방전 등이 불거지는 것은 괜찮은 후보가 나가면 호남에서 새정치 바람은 저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박지원 의원은 스스로 몸값을 올리며 전남도지사 출마를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새정치 신당을 비판하는 것이다. 전북도지사도 ‘선당후사’를 얘기하며 정동영 전 장관을 차출하면 호남에서 부는 안철수 바람은 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 신당에 합류하는 거물급 인사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거론되는 이들이 당에서 영향력이 없거나 문제가 되는 인사들만 합류했다”며 “안 의원이 전국정당화를 추진하다 보면 ‘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탈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당 자체를 끌고 갈 힘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민주당에선 의도적으로 새정치 신당에 합류한 인사들의 ‘X파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새정치 신당과 맞붙을 경우 ‘X파일’을 꺼내 새정치의 실체를 보여주겠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진영에서 전북지사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강봉균 전 의원의 아들 병역 비리, 뇌물 사건에 대한 얘기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조배숙 전 의원이 안 신당에 넘어가게 된 스토리를 공개하여 구태정치의 실상을 폭로할 개연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 신당에서 인물을 빼가면 민주당은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폭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민주당-안철수 측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의 2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큰 재미를 못 봤다. 이번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민주당도 안 의원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벌이는 ‘인의 전쟁’은 이제부터 볼 만한 싸움이 되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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