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의 亂] 남경필 경기도지사 불출마
[非朴의 亂] 남경필 경기도지사 불출마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2-17 09:17
  • 승인 2014.02.17 09:17
  • 호수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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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몽준…” 친이계 도미노 번질 가능성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집권 여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하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 친이계가 지고 친박계(친박근혜) 세상이 왔지만 광역단체장감으로 친박계 인사들이 드문 희귀한 상황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경남, 경북, 부산 심지어 제주까지 차출 대상이나 출마 인사들이 온통 친이명박 계보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렇다고 친이계 인사들이 선뜻 출마를 결심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경기도지사 후보감으로 집권 여당과 김문수 도지사까지 나서 ‘차출’ 대상이었던 남경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남 의원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 차출 대상인 정몽준 의원까지 ‘불출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일각에서는 ‘박심’(朴心, 박 대통령 의중)논란에 따른 친이계 광역단체장 후보군의 조직적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 남경필 의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청와대가 선거에 너무 개입하고 있다”
- 경기.정병국 경북.권오을 부산.권철현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심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직속 라인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이 ‘중진 차출론’을 내세우자 불똥이 ‘박심’ 논란으로 번졌다. 박심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가 B.H(Blue House, 청와대) 직속라인으로 지목되는 3인방을 통해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총리로 ‘박심’은 정몽준 의원이 아닌 김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이 박심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친박 주류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비주류 출신 후보들의 경선에서 한계는 ‘조직’에 있다. 그런데 당원·대의원을 잡고 있는 세력은 청와대와 친박 주류다. ‘박심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할 경우 경선은 하나마나한 요식행위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친박 주류의 ‘인물난’이 ‘박심’ 논란을 부추키고 있는 셈이다.

친박 주류, ‘인물난’에 ‘구직난’까지

현재까지 출마선언을 했거나 출마를 준비하는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급 후보군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일단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후보에 친박 주류는 없다.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지만 출마선언은 친박 비주류인 이혜훈 전 의원만 했다.

친이계인 정 의원은 ‘고심’중이고 김 전 총리는 미국으로 출국해 ‘간’을 보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지사 후보군에는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원유철, 정병국, 김영선 전 의원이 4명이다. 남 의원을 제외한 3명이 출마선언을 했지만 모두 친이계 출신이다. 집권 여당에서 강력히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남 의원 또한 비주류 출신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 또한 마찬가지다.

현직 경남도지사인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대표적인 친이계출신이다. 박완주 전 창원시장 역시 친이계 인사다. 안상수 전 대표가 경남도지사 불출마 선언하면서 홍 지사가 아닌 박 전 시장 지지를 선언한 것은 창원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시장 후보군 역시 친박과 친이계 인사들이 섞여 있다. 친박 주류로 서상기 의원과 조원진 의원, 주성영 전 의원이 있고 배영식, 권영진 전 의원은 비주류에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경북은 친박 김관용 도지사가 3선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 권오을 전 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상황이다. 친이계 4선의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도전할 경우 경북 역시 친이계 후보군이 강세다.

부산 역시 매한가지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불출마하는 가운데 친이계 권철현 전 주일대사, 박민식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친박 주류인 서병수 의원이 부산 시장 출마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심지어 제주도의 경우 새누리당이지만 ‘무색무취’한 우근민 현지사에 맞서 당 지도부는 비주류인 원희룡 전 의원 ‘차출론’을 꺼낼 정도로 인물난에 빠져 있다.

남경필, 대표 아닌 청 참모에‘불출마’전달

문제는 당과 청와대에서 ‘영입’할려는 인사들이 선뜻 출마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계 인사라면 ‘회유나 압박’을 통해 출마를 시킬수 있겠지만 ‘잃을 게 없는’ 비주류 후보군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진 차출론’에 찬물을 끼얹거나 ‘조건’을 내세워 불출마 할 뜻을 굽히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5선의 남경필 의원이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청와대, 김문수 도지사까지 나서 출마를 권유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남 의원은 경기도지사보다는 5월에 열리는 원내대표 선거에 더 관심을 표하고 있다. 남 의원측 한 인사는 “청와대가 선거에 너무 개입하고 있다”고 오히려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인사는 “청와대 메신저로 알려진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서청원 전 대표까지 나서서 ‘지난 대선처럼 힘을 합치자’고 설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에 남 의원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지난 18대 국회때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회원으로 동고동락을 했던 주광덕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만나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당 대표에게 보고해야 할 일을 청와대 참모에게 밝혀 사실상 청와대가 지방선거 공천에 어느 정도 개입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폭로한 셈이 됐다.

남 의원의 불출마 결심의 또 다른 배경으로 광역단체장 경선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박심’ 논란이다. 이미 3명의 친이계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주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박 주류인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 여부가 변수다. 유 장관은 최근 자신이 데리고 있던 행안부 정책보좌관 임모씨를 강원도 속초 시장 선거에 내세워 그 배경에 주목을 받았다.

여권 일각에선 ‘불출마’ 신호로 내다봤지만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인 3월6일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유 장관이 직을 내놓고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경우 친이계 출신 후보군은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로 전락할 공산이다. 이럴 경우 남 의원이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 된다.

대통령-서청원 1월 회동설 친이계 긴장

또한 최근 여의도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박근혜 대통령-서청원 1월 회동설’ 역시 남 의원의 불출마 결심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 주류측에서는 지방선거를 맞이해 ‘지난 대선처럼 계파에 얽매이지 말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자’는 차원에서 회동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친이계내에선 6월 지방선거->7월 재보선->8월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서 친박 주류가 박 대통령 집권 2년차를 맞이해 당.정.청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를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 의원의 불출마 결심이 여타 친이계 후보군으로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음은 서울시장 후보로 ‘중진 차출론’에 대상인 정몽준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박심’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인데 청와대 의중을 특별히 전달 받았다고 암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정 의원은 “친박이라는 표현은 아주 안 좋은 표현으로 당과 국민들이 볼 때 실망을 느끼는 단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 역시 보이지 않는 ‘박심’이 현실화될 경우 불출마 결심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또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과 제주지사 출마를 검토중인 원희룡 전 의원 역시 남 의원과 같은 길을 걸을 공산이 높다. 2000년대부터 각각의 성을 따 ‘남원정’으로 불리며 함께 한 3인방이다. 당 쇄신과 개혁의 기치를 내세워 ‘미래연대’, ‘새정치수요모임’, ‘민본21’로 모임을 10년 넘게 했다.

특히 원 전 의원의 경우 여전히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원 전 의원은 당의 제주도지사 출마 권유에 대해 “만약 당이 획기적인 업적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다면...”이라며 조건부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 의원 역시 ‘박심’논란이 불공정 경선으로 이어질 경우 불출마를 선언할 공산이 높다. 이는 남원정과 함게 새정치수요모임을 함께한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권오을 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이제이’전략…후폭풍일수도

친이계 후보군들의 ‘도미노 불출마’는 친이계 반발로 이어져 당이 분란에 쌓일 공산이 높다. 이는 박근혜 정권 집권 2년차를 힘있게 준비하려는 친박 주류와 당청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둔 당 분열은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야권에서는 이를 빌미로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등 정부기관 선거개입 의혹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는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공세를 멈추질 않게 된다. ‘인물난’에 빠진 친박 주류가 지방선거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름) 전략이 성공할지 아니면 ‘구인난’까지 겹쳐 역풍을 받을 것인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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