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고문은 “민주당은 정당사상 최초로 전(全)당원 투표를 통해 압도적 결의로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정치 쇄신의 의지를 보여준 쾌거였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과연 민주당의 의지가 확고한 것인지,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 유지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민주당도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당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및 시도 위원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공약 파기는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고 현실적으로 민주당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기조가 힘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라며 “법 개정도 못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는데 우리만 안하면 선거에 불리하니 우리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엔 일리가 없지 않지만, 여기서 우리가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은 '국민의 눈'”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국민은 지금, 자신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말로 공천 폐지의 결연한 의지가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국민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손 고문은 “민주당은 126석이나 가진 거대 야당이다. 여당 내에서도 공천제 폐지와 공약 준수의 당위성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며 “우리가 확고한 의지만 가지면 못할 것이 없다. 18대 국회에서 의석수가 절대 열세인 민주당이 세종시 수정 법안을 확고한 의지로 부결시키지 않았느냐. 길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공약을 파기하고 박 대통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정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를 적극 저지하지 못한 민주당에 국민은 더 큰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그럴 줄 알았다고 눈을 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손 고문은 “지금 민주당은 위기에 처해 있다.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신당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수현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지금 뼈를 깎는 자세로 특권 내려놓기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천제 폐지야말로 기득권 포기의 핵심이다. 국민은 그것을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당의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사람으로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패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저는 독일에서 돌아온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것이 우리 민주당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박 대통령을 향해 “문제는 박 대통령이다. 자신의 공약을 당이 뒤집고 있는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성격과 구조상 누가 감히 박 대통령의 공약을 마음대로 폐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나마 이해를 해 줄 여지가 있지만, 기초공천 배제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세금을 늘려야 될 일도 아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쇄신'을 위한 공약이었다. 이 공약의 폐기는 정치쇄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박 대통령만이 풀 수 있다. 아니 박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박 대통령이 결단해서 기초공천 배제 공약을 준수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