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대선때 거액 인출”
“민주당 경선·대선때 거액 인출”
  • 정하성 
  • 입력 2003-09-08 09:00
  • 승인 2003.09.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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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11월께 부인계좌서 50억대 현금 집중인출, 용처 논란이씨측, “나이트클럽 운영 등에 사용 … 수사 무마 청탁한적 없어”김도훈 전검사, 선거자금 정황포착 자료화 소문도<사진1>끝없는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양길승 전청와대 부속실장 ‘몰카사건’과 관련, 정치자금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경찰 내사자료에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 부인 계좌에서 지난해 10∼11월께 50억원대의 현금이 집중 인출됐던 것으로 밝혀져 자금의 용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돈의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 ‘이원호 리스트’, ‘제 2의 김도훈 X-파일’등의 존재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길승 몰카’파문이 ‘정치자금’으로 불똥이 튀며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이원호씨의 경찰 내사자료에 의하면 이씨의 부인계좌에서 대선을 전후해 거액의 ‘뭉칫돈’이 집중적으로 인출된 사실이 확인된 것. 이에 따라 이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31일 법원으로부터 이씨와 이씨의 처 공모씨, 그리고 K나이트클럽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홍모씨, 하모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이들에 대한 계좌 추적을 벌였다.당시 경찰의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은 이씨의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위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것. 그런데 계좌추적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11일 K은행에서 38억원을 대출 받은 이씨의 부인 공모씨 통장에서 이날 하루동안 19억원과 4억5,000만원, 3,200만원 등 3차례에 걸쳐 모두 23억8,200만원의 현금이 인출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어 같은 달 17, 18일에도 같은 계좌에서 10억원과 1억원의 현금이 인출된 것을 비롯, 지난해 10월부터 11월에도 16억원이 현찰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해 10∼12월 2개월 사이 K씨의 계좌에서만 50억여원의 현금이 집중적으로 인출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및 대선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치자금으로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검사의 수사 메모에 기록돼 있는 ‘이씨의 민주당 인사 3억원 제공의혹’ 시기도 지난해 10월께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청주를 방문했던 4월과 6월에도 이씨 부인 및 주변 인물 계좌에서 각각 3억1,900만원과 3억4,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4월11일 K나이트클럽의 실질적인 자금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유씨의 계좌에서 2억3,700만원, 부인 공씨의 계좌에서 8,200만원 등 현금 3억1,900만원이 인출됐으며 양 전실장이 청주를 방문했던 같은 달 17일에도 유씨 계좌에서 1억500만원의 현금이 빠져나간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또 양 전실장이 청주를 다시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6월27일에도 부인 계좌에서는 3억4,000만원의 현금이 인출됐다. 여기에 이씨의 갈취 교사 혐의에 대한 검찰 내사가 사실상 중단된 직후인 7월 10일과 11일에도 같은 계좌에서 3억9,500만원과 2억7,000만원의 현금이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계좌 추적 결과를 지난 8월 13일 검찰 ‘몰래카메라’특별전담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검 감찰부는 지난 21일 청주지검의 이씨 비호세력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검찰 간부와 이원호씨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특별한 혐의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이씨 계좌에서 정치자금이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주지검 등 검찰이 이씨와 관련한 정치자금을 추적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원호씨측은 “대선과 관련해 정치권에 한푼도 건넨 사실이 없으며 수사무마 청탁 대가로 사용한 돈도 없다”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이씨측 최윤철 변호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계좌 출금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출금된 23억여원은 대출금 상환(19억원)과 공과금, 취득세를 납부하는데 쓰였다는 것이 이씨측 해명이다.

또 지난해 10월 17일 출금된 10억원 중 4억원은 나이트클럽 건축공사 대금으로 계좌이체되고 6억원은 인테리어 공사 대금으로 사용됐고, 18일 인출된 1억원도 인테리어 공사 대금과 직원 급여용으로 사용했다고 발혔다.또 양 전실장의 청주방문이 이뤄진 지난 6월 출금된 돈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이씨측은 “대출금 원금 및 이자 상환 등에 썼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이씨측은 당시 출금된 돈을 나이트클럽 운영자금이나 밀린 공사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취지인 셈이다. 검찰과 이씨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지난 10, 11월 민주당 경선 및 대선 시기와 맞물려 이씨의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이 집중적으로 인출되고, 양 전실장이 청주를 방문한 4, 6월에 현금이 인출된 것에 대한 세간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이씨의 주장대로 뭉칫돈을‘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면, ‘굳이 현금으로 인출할 필요 없이 수표나 어음으로 인출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당시 자금이 현금으로 출금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은행에서 계좌 이체되거나 수표로 출금되는 경우도 ‘현금’출금 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항간에는 ‘이원호 리스트’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김 전검사의 수사일지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씨의 검찰 및 경찰, 그리고 정치권의 비호세력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검찰은 ‘이원호 리스트’등 각종 소문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경찰의 계좌추적 자료를 토대로 돈의 흐름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결과 이씨의 정치자금 제공여부 의혹에 대한 실체가 드러날 경우, ‘이원호 리스트’의 폭발력은 가히 엄청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원호 리스트’와 함께, ‘김도훈 X-파일’존재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검사는 이미 자신의 ‘수사일지’내용을 일부 공개해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김 전검사는 대선 직전 자금이 집중 인출된 점은 물론 민주당 경선 당시에도 이씨의 선거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검사가 만약을 위해 변호인 등에 이씨의 비자금 내역이 포함된 내용의 자료를 넘긴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로 김 전검사는 이미 공개된‘수사일지’에서 ‘이씨의 자금 3억원이 민주당 고위 인사에게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검사의 변호인측도 ‘수사일지’ 내용 외에도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히 김 전검사는 지난 4일 석방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자금 부분에 대해 “변호인단과 상의해 필요하다면 차후 밝히겠다”고 언급, 이씨가 정치권에 건넨 자금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일각에서는 김 전검사가 언론에 부분공개한 ‘수사일지’ 이외에 자필로 작성한 상세한 내용의 수사일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이와 함께 한나라당 ‘몰카 진상조사단’도 “김 전검사가 ‘수사중 정치자금 일부가 발견됐으며 수사 외압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전검사의 ‘제 2의 X-파일’내용에 정치권과 검찰 등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의 주변에서 대선 및 경선자금 흔적이 포착될 경우, 노무현 정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그간 노무현 대통령 후원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고, 노 대통령의 고교친구와도 교분이 두터운 것이 알려졌다. 그리고 민주당 경선때 노 대통령이 청주 방문 당시 이씨가 운영하는 R호텔에 묵은 바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원호·김도훈 파일’실체 여부가 공개될 경우, 현직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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