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 코스트는 뉴질랜드 남섬의 서던 알프스의 서쪽 지역 즉 뉴질랜드 태즈먼 바다와 접한 곳을 말한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웨스트 코스트 지역의 빙하를 경험하기 위해 찾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랜츠 알파인 열차와 거친 바다가 만들어 낸 수려한 자연은 웨스트 코스트에서 잊지 말아야 할 ‘명작’이다.
웨스트 코스트의 중심 도시
그레이마우스
그레이마우스는 남섬 웨스트 코스트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역사적으로는 녹옥과 금 채취 지역으로 명성을 날린 지역이다. 도시 이름 그대로 그레이 강의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 마오리어로는 ‘파 마웨라’ 즉 ‘넓게 펼쳐진 강 입구’라는 뜻이다.
금 채굴 지역이니만큼 지역 박물관이나 근처에 있는 샨티 타운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레이마우스 지역의 맥주는 뉴질랜드 전설로 일컬어질 만큼 유명하다. 바다와 인접한 도시이니만큼 플라이 낚시를 비롯한 바다 낚시, 엘리자베스 트랙 등의 트래킹을 즐길 수 있으며, 이 루트는 금광채취 지역을 지나게 되어 더욱 흥미롭다.
만년설 뚫고 지나가는
트랜츠 알파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6곳 중 하나로 꼽히는 트랜츠 알파인 열차는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그레이마우스 사이를 달린다. 트랜츠 알파인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웅장한 만년설로 유명한 서던알프스와 거칠고 원시적인 바다가 매력적인 뉴질랜드 서해안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기차여행은 캔터베리 평원의 목장지대를 지나며 시작된다. 양떼들이 풀을 뜯는 평온한 모습에 이어 아찔한 다리를 몇 번 건너면, 산악 풍경이 장관인 서던 알프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중간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서스 패스에서는 기차가 잠시 정차해 플랫폼 위를 걸어볼 수 있다. 아서스 패스는 산악트래킹의 거점으로도 유명하다.
협곡과 만년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서던 알프스의 수려한 풍경은 16개의 터널과 해안을 달리며 변화무쌍하게 관찰된다. 때문에 여행객뿐 아니라 키위(뉴질랜드 국민)들의 주말 가족여행이나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연간 1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을 운송하는 트랜츠 알파인은 총 224km를 4시간 반에 주파한다.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198 뉴질랜드 달러.
바다 절경이 아름다운
팬케익 록
금광으로 성장한 대표 도시인 웨스트포트에서 그레이마우스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푸나카이키에 가면 팬케익 모양의 바위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케익을 겹겹이 쌓아 만든 듯한 독특한 생김새의 석회질 바위. 3천 년에 걸쳐 바람과 바다, 파도가 만들어낸 작품은 탄성을 자아낸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블로우 홀’이라는 이름의 바위다. 바다에서 커다란 바위 구멍 사이로 물이 밀려들어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모습은 보기 힘든 장관이어서 모든 여행객들을 붙잡는다.

짜릿한 걷기
프란츠요셉 빙하
뉴질랜드에서만 가능한 이색적인 걷기여행을 꼽으라면 주저 않고 ‘빙하지대’를 권한다. 영화 ‘남극일기’가 실제로는 남극이 아닌 뉴질랜드에서 촬영됐다는 사실! 하늘보다 더 투명하게 빛나는 푸른 얼음 위에서 위험천만한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를 폴짝 뛰어넘는 짜릿함. 뉴질랜드 빙하는 내내 신기한 경험이다.
뉴질랜드 남섬, 연중 눈으로 덮여있는 국립공원 마운트쿡의 서쪽 지방에 프란츠요셉 빙하가 있다. 수 억년의 세월이 만든 빙하를 오롯이 발로 밟고 걷는 여행은 크게 두 가지다. 빙하가 시작되는 산 아래에서부터 가벼운 등산을 하듯이 빙하를 오르는 글래시어 워크는 반나절 코스와 하루 코스가 있어 체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단체투어에 참여할 경우에는 스파이크 신발 같은 기본 장비를 제공해주므로 방수 점퍼와 편안한 바지 정도만 갖추면 된다. 또 하나는 헬기로 산꼭대기에 착륙해 그 주변을 걸어보는 헬리 하이크. 요금은 비싸지만 손때 하나 묻지 않은 에메랄드 빛 빙하를 걸어볼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빙하지대로 가려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트랜츠 알파인 열차를 타고 그레이마우스까지 와서 빙하행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남섬 전역에 이 지역을 향하는 버스가 많으니 시간대에 맞는 것을 골라 타면 된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