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전지훈련 무용론 급부상 해답은 ‘양박?’
축구대표팀 전지훈련 무용론 급부상 해답은 ‘양박?’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2-10 15:54
  • 승인 2014.02.10 15:54
  • 호수 1032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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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 국내파 평가전서 졸전…10억 원 투자 물거품
3월 그리스와 평가전…최종엔트리 5월 결정 주목

[일요서울Ⅰ김종현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해외전지훈련과 평가전을 마치고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해 유럽파의 빈자리만 부각됐다. 더욱이 홍 감독이 전지훈련을 앞두고 박지성(33·에인트호벤)을 거론한 것을 비롯해 박주영(29·왓포드)까지 이적의 첫 단추를 끼우면서 양박에 대한 기대감만 키웠다. 전지훈련의 무용론까지 제기된 축구대표팀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고개숙인 홍명보 감독<뉴시스>
지난 3일 국내파 위주로 소집된 축구대표팀은 3주간의 해외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하대성(29·베이징 궈안)과 소속팀 전지훈련장으로 곧장 이동한 6명을 제외한 16명이 입국장을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스타리카전의 승리를 뒤로한 채 멕시코와 미국을 상대로 잇달아 졸전을 거듭하면서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표해 취재진 앞에 나선 이근호(29·상주)는 “평가전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 선수들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다고 본다. 체력적으로 무리한 부분이 있었고 집중력도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브라질의 기후·시차·환경·이동 경로 등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던 건 값진 소득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성룡(29·수원)도 “평가전 결과는 아쉽지만 후회 없이 훈련하며 부족한 부분을 상당부분 보강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팀들의 수준을 미리 확인한 것 또한 소득”이라고 말했다.

해외파 없는 전지훈련 국내파 기반 죽여

사실 이번 세 차례에 걸친 평가전의 결과는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이라는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 점을 비춰 볼 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지훈련은 목표했던 새로운 국내파 선수의 발굴과 홍 감독이 말하는 ‘원팀’과는 방향이 다소 어긋나면서 국내파 선수들의 기만 죽이는 꼴이 돼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홍 감독이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최종엔트리의 80%는 결정됐다”고 말해 국내파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반감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한국축구의 해외파 의존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이번 전지훈련이 참가자 중 5~6명만이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어 전지훈련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도 축구대표팀은 이 시기에 국내팀의 협조를 얻어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J리그의 경우 오프시즌이라는 이유로 협조를 구할 수 있지만 유럽파의 경우 시즌 중이고 FIFA가 공인한 시기도 아니라는 점에서 소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유럽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대표팀 안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비중도 높아지는 변수가 생겼다. 이번에 브라질땅을 밟을 선수도 해외파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만 따질 경우 해외파는 65%를 차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월 전지훈련은 해외파 65%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만으로 훈련한 셈이 돼 월드컵 준비를 위해 쏟아부은 10억 원이 유명무실해졌다.

더욱이 홍 감독이 훈련기간 내내 박지성과 박주영의 복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소집된 국내파 선수들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휴식기에 갑자기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정규시즌의 경기력에도 부담이 커졌다. 또 이번 졸전으로 낙오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 또한 평가 절하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해외파 직접 면담홍 감독 유럽 직행

결국 전지훈련은 국내파의 한계만 드러낸 채 플랜B를 찾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홍 감독은 전지훈련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유럽파에 대한 기대감만 키우고 있다.

지난 4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홍 감독이 오는 8일 미국에서 독일로 이동해 손흥민(22·레버쿠젠)·구자철(25·마인츠)·지동원(23)·홍정호(25·이하 아우크스부르크) 등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경기도 보고 가급적 직접 만나려 하고 있다. 이후 네덜란드로 넘어가 박지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 감독은 논란이 됐던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론에 대해 직접 만나 그의 의중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복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뜻을 굽히지 않아 대표팀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팀 분위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월드컵 구상에 대해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축구관계자는 “홍 감독이 박지성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대표 복귀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대표팀에 좋게 활용되기 위한 제안도 있을 것”이라며 의도를 가진 계획적인 만남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평가전에서 유럽파의 빈자리를 확인하면서 최근 왓포드로 임대 이적한 박주영이 대표팀의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유럽파에 쏠린 홍심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주영은 지난 1일 겨울 이적 시장 마감을 앞두고 극적으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 속해 있는 왓포드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꿈을 위해 아스널에서의 주전경쟁을 접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이적을 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이제야 박주영은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휼륭한 경기력이 뒤따라야 대표팀의 선발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박주영이 지난해 만났을 당시 2013년까지 아스널에서 도전해 보고 실패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며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 반가움을 표시했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유럽축구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며 박주영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난 5일 제2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 “최근 박주영 대표팀 발탁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경기에 나오지 않았지만 벤치 멤버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실전 감각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 전 감독은 “전지훈련 기간 중 박지성과 박주영 이야기가 지나치게 부각돼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 멤버들이 집중에 애를 먹었을 것”이라면서도 “(양박 문제를) 조용히 해결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대표팀 감독은 그 만큼 어려운 자리”라고 홍 감독을 감쌌다.

대내외적 변화 무시 부작용 키워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축구대표팀은 문제점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바뀌고 있는 한국축구의 대내외적인 변화에 따른 훈련과 방식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평가전을 놓고 보면 사정이 비슷한 한국과 미국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달 7일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국내파를 이끌고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주전급은 주장인 랜던 도노반과 수비수 오마르 곤잘레스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전에서 유럽파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들이 한국과 달랐던 점은 실전 횟수의 차이였다. 미국은 평가전을 한국전 단 한 번만 실시했다. 이 한 경기에서 100% 이상을 보여줘야만 월드컵에 갈수 있다는 희망이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반면 우리 대표팀은 세 차례의 평가전으로 선수들의 피로도가 증가했고 동기부여도 부족했다. 이는 평가전 결과로 이어지면서 불안감만 키웠다.

이제 홍 감독은 유럽파들을 대거 소집해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갖는다. 이후 5월에 최종엔트리를 결정해 최종 퍼즐을 맞출 계획이다.

하지만 홍 감독 스스로도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뜨겁지만 많은 선수에게 그 기회가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은 만큼 큰 손실 없이 브라질월드컵을 돌파하는 현명함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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