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이범희 기자]황창규 신임 회장이 KT호의 키를 잡으면서 사내에서는 무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숙청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 파급력 또한 상당하다. 황 회장은 지난 4일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하면서 짐을 쌀 시간을 불과 이틀밖에 주지 않는 등 초강경 살생부를 날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면으론 삼성맨으로 구축된 친정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다. 특히 삼성맨의 대거 수혈이 예상되면서 “삼성 뽑고 올래 KT자른다”는 정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한바탕 인사태풍이 예고되는 KT내부를 들여다본다.

“불필요한 사업 과감히 정리” 10개 계열사 대표 해임
김인회-이우석 등 주목…‘친정체제’ 구축 계속?
10개 계열사 임원의 사임 통보는 KT본사 한 임원이 직접 돌며 전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 발표가 되기 전까지 내부 직원들조차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짐을 쌀 시간조차 이틀밖에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황 회장의 강경함을 알렸다.
특히 주력사인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를 맡고 있던 이강태·문재철 대표 등은 그룹 내 비중도 높아 대표 교체에 대해 크게 놀라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탓에 그동안 비리 그림자가 짙었던 KT에 새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다. 아울러 이석채 회장 시절 낙하산으로 들어왔던 일명 ‘올래 KT사람들’이 대거 물러났고, ‘월레 KT사람들’의 약진이 눈에 띄면서 고강도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컷다.
그런데 그 기대감도 잠시. 과거부터 황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삼성 출신 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히면서 또 다른 눈총을 받고 있다. ‘올레’도 ‘월레’도 아닌 ‘삼성맨’ 영입이 KT 인사의 또 다른 가시로 돋고 있는 것이다.
KT는 황 회장 취임 후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삼성 출신 김인회 전 상무를 재무실장으로 영입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4년부터 10년 넘게 일본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이후 삼성코닝과 삼성중공업 경리팀에서 근무하는 등 주로 재무 경영기획 파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김 전무를 영입하면서 외부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인사에서 ‘임명’이 아닌 ‘전보’로 발령, 논란을 낳았다.
또 KT의 미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미래융합전략실장에도 삼성 출신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우석 전 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전무)이 이번 KT 인사에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역할론이 주목된다. KT 안팎에서는 이 전무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KT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미래융합전략실은 삼성의 미래전략실을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 내정자 시절, 이 전 전무가 KT그룹 인사와 관련된 각종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영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부 전보 및 승진인사 이후에도 몇몇 임원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점은 외부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누가 그 자리에 들어설지 관심이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MB맨으로 유명한 김은혜 전무가 떠나면서 현재 공석인 KT 커뮤니케이션 실장 자리에도 삼성맨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MB시절 정치권에서 KT로 들어간 A씨는 승진과 함께 지방발령이 나 그 배경에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황 회장 주변에선 KT에 삼성의 혁신 DNA를 심고, 빠른 시일내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지만 삼성의 다른 노림수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이 휴대폰 제조사인만큼 통신사를 욕심내는 것이 당연지사라는 것. 이에 따라 향후 KT 황창규호의 앞날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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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