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홍준철]민주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새누리당 또한 2010년 6월 지방선거 패배를 곱씹으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 이어 2014년 지방선거까지 승리할 경우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으로서 면모가 완성된다. 또한 안철수 의원 측 역시 신당 창당을 준비하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발끈을 죄고 있다. 일단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앞서고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50%대를 유지하고 있어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당장 황우여 당 대표는 기초단체장과 광역, 기초 의원 후보 공천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 경선을 통해 1위를 한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선방을 날렸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새누리당이 공약한 ‘기초단체장 이하 정당 공천 폐지’를 파기하면서 내놓은 안이다.

새누리 경선-안 신당 '신당창당’ 컨벤션 효과
여기에 새누리당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서울, 인천, 충남, 충북, 강원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며 경선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당장 서울은 7선의 정몽준과 김황식 전 총리가 경선을 앞두고 있다. 안철수 측 새정추 역시 3월 ‘새정치 신당’(가안) 창당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거물급 정치인을 영입한 데다 최근에는 창당 전문가로 알려진 김모씨가 합류하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주류인 친노 인사들은 뒷짐지고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반면 신주류로 부상한 김한길 당 대표를 중심으로 지방 선거에 올인중이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통해 압승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제외하더라도 서울, 인천, 강원, 충남, 충북 모두 민주당 당적을 지닌 광역단체장들이다. 기초단체장 선거구 228개에서도 민주당이 91곳에서 승리한 반면 한나라당은 83곳 승리에 그쳤다. 무소속이 36곳을 석권했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크게 경선을 치러 흥행몰이를 할 기회가 없다. 경기도 역시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낼 공산이 높아 벌써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안신당 후보 경기도지사 빅딜설’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당에선 집권 2년차에 돌입하는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올 태세지만 민심은 선뜻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지난 대선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기초단체장 이하 정당 공천제 폐지’를 눈여겨 보고 있다. 현재 여야 정치개혁특위가 꾸려져 논의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사실상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는 물 건너 간 상황이다. 그나마 청와대에서 ‘정당공천체 폐지’를 수용할 경우 극적 반전이 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청와대 기류는 ‘국회가 합의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에선 ‘무공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무공천’을 통해 민주당 간판없이 ‘무기호’로 기초단체장 이하 선거를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포문을 연 것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다. 강 의원은 ‘광역단체장 경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함께 정당 공천 유지시 기초단위 무공천 선언을 제안했다.
강 의원은 기초단체장 이하 선거관련 “정당공천 폐지는 국민께 드렸던 약속이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과의 약속 파기로 정당공천이 유지될 경우 민주당은 ‘현 정권은 거짓말 정권’임을 선포하면서 기초단위 무공천을 선언하고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기호 2번 칸을 비우자”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초자치단체장 공천폐지 관련 ‘공감’하는 여론이 60%이상으로 나오면서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강 의원의 주장은 ‘호남’에 한정해 ‘무공천을 하자’는 주장으로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김한길 ‘무공천 카드’ 1타3피 전략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는 “무공천을 한다면 호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국민들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이 인사는 “김한길 대표는 과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할 정도로 과감한 구석이 있다”며 “소설가 출신 당 대표로 정치적 상상력이 뛰어나 전국적 무공천 방안도 적극 검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선 ‘무공천 전략’이 새누리당과 안 신당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데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에게 크게 불리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면서 ‘1타3피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최근 회동을 통해 ‘기초단체장이하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연대할 것임을 천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무공천’ 선언을 할 경우 안철수 신당 후보 출마자들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만 정당 공천제를 유지하는 애매모호한 상황을 맞게 된다. 민주당 ‘무공천’ 선언으로 새누리당은 ‘약속을 파기한 정당’으로 낚인찍히고 안신당 역시 기초단체장 이하 선거에서 ‘무기호’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민주당은 이미 6.2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선거뿐만 아니라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앞서 있어 현역이 많은 상황이다.
즉 민주당 후보군이 인지도 면이나 지지도 면에서 최소한 안신당 후보보다 높아 유리하다는 판단 역시 ‘무공천’ 선언 배경에 깔려 있다. 결국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결심이 중요하다. 현재 김 대표는 민주당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새누리당 및 안 신당과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판’을 흔들 만한 카드로 ‘전국적 무공천’ 선언을 공식화할 경우 그 후폭풍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적잖은 파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