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법률 톡톡] 재혼가정 분란 일으킬 수 있는 ‘개정상속법’
[생활속 법률 톡톡] 재혼가정 분란 일으킬 수 있는 ‘개정상속법’
  • 정기종 변호사
  • 입력 2014-02-10 10:55
  • 승인 2014.02.10 10:55
  • 호수 103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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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씨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오늘도 자가용을 타고 출근해,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평소처럼 잠들었다. 평범한 K씨는 법에 대해 ‘범죄자나 일부의 부자들에게나 쓸모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K씨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등록되었고, 교육기본법에 따라 대학을 나왔으며, 병역법에 따라 만기 전역했다.

또 오늘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세계약을 체결한 집에서 출발해,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며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했으며,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는 직장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연금법에 따라 4대 보험료가 공제되는 급여를 받았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써 통제되는 인터넷을 사용했으며, 식품위생법 및 식품안전기본법으로 규율되는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제되는 TV방송을 시청하다가 잠들었다. 아! 소득세법에 따라 오늘 ‘연말정산’ 서류를 작성해 회계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렇듯 당신이 알든 모르든 세상은 법에 따라 움직이고 통제된다. 영화 ‘매트릭스’가 실재한다면 바로 ‘법’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매트릭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기준으로 법률과 대통령령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법령은 무려 4346개다. 밤 하늘의 별만큼이 많아 보이는 수많은 법령의 바다에서, 필자는 독자들이 실생활에서 알아야 할 법과 이용해야할 법을 찾아서 소개해 올리도록 하겠다. 부디 독자분들의 일상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연초부터 조류독감과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다소 묻히는 감이 있지만, 그 파급력을 생각하면 거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뉴스가 있었다. 지난 1월 14일 법무부는 상속법 개정 최종안을 입법예고하고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이 개정안에 대해 각계의 비난과 지적이 잇따르자, 입법예고를 미뤘다는 소식이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그렇다면 개정상속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개정의 가장 주된 내용은 생존배우자에게 총 상속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상속분을 “선취분”의 명목으로 먼저 취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며 1억 원의 상속재산을 남겼다면, 그 중 5천만 원은 살아있는 부인이 선취분의 명목으로 우선 취득하며, 나머지 5천만 원을 다시 부인과 자녀들이 법정상속분(부인 1.5 : 자녀 1)으로 나눠 갖는 다는 것이다.

만일 부부와 1명의 자녀로 구성된 가정이라면 현행 상속제도하에서는 부인과 자녀가 6천만 원과 4천만 원을 각각 상속받겠지만, 개정민법 하에서는 부인은 8천만 원을 자녀는 2천만 원을 상속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라 불릴 정도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가정의 형태는 점점 핵가족화돼 1가구당 자녀의 수가 한 두 명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부모의 재산으로 자녀를 부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번 상속제도의 주된 개정 이유다.

또한 평균수명의 증가로 부모세대의 사망시점에는 이미 자녀들도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될 정도로 성숙해 있을 것이라는 이유도 보태어진다. 나아가 노년층의 노후보장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바, 생존배우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증대된 점도 상속제도 개선의 또 다른 이유다.

하여간 이러한 상속제도의 변화는 정부 측의 설명처럼 고령화 사회의 노인층 생활안정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적용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난점들이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가 재혼가정(특히 황혼재혼)인데, 재혼부부의 일방이 사망했을 경우에도 평생을 함께한 부부처럼 재혼한 상대방에게 재산의 절반을 뚝 떼어주는 것도 모자라, 다시 법정상속분을 취득하게 한다면 사망한 자의 친자식은 계모나 계부에게 돌아가신 선친의 재산의 대부분을 뺏긴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에 법무부는 사망한 자의 총재산이 아닌 ‘혼인기간 중 증가한 재산’에 대해서만 선취분을 인정한다는 제한규정을 두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실제 재판상 이혼사건에 있어서도 혼인시점부터 이룩한 재산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를 두고 양 당사자가 가장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물며 재혼가정에서 계모 혹은 계부와 사망한 일방의 자녀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재혼시점 이후의 재산증가분에 대해 자로 재듯 명쾌한 협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결국 상속재산의 범위를 두고 송사로 이어질 여지가 다분하며, 재판까지 간다면 그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 악화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또한 여기서 한 가지 더 예상되는 문제는 일방이 사망한 재혼가정에서 생존 배우자의 이전 혼인 중 출생자녀가 있다면(이른바 ‘이복형제’의 경우다) 그 자녀는 추후에 생존배우자가 사망할 시, 선취금과 법정상속분을 그대로 상속받게 되니 결국 재혼가정에서 먼저 사망한 일방의 친자만 억울한 꼴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선취분은 유언으로써도 막지 못하게 했으니 자유재산의 처분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이러한 비난 때문에 법무부에서는 잠시 입법예고에 대해 숨고르기에 나서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시 상속제도의 개정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이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찌됐든 생존배우자에 대한 상속분 증가취지의 법령개정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기종 변호사
▲ 1991. 서울대 경영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경영학석사, 재무관리 전공)
▲ 2003.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 2006. 사법연수원 수료(제35기), 
              변호사 개업(서울회)
              법률사무소 영우 변호사
▲ 2011. 법무법인 정세 소속변호사
▲ 前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자문위원 및 교수
▲ 前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 現 산업재보상심사위원회 위원 

정기종 변호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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