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에 짧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1주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북서부의 대표도시인 시애틀과 인근도시의 선진 소프트웨어(SW)산업 현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시애틀’은 빌게이츠가 설립한 세계적인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대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세계 최대의 커피체인점 스타벅스, 회원제 창고형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세계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 제조공장도 있다. 미국의 IT산업과 물류.유통,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을 다녀왔다. IT 기술 발전에 따른 법과 제도의 정비,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클라우드(Cloud) 시대의 과제, 기타 다변화하는 국제적 이슈들을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함께 열띤 토론을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연수일정을 통해 스타벅스 본사를 방문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60개국에 2만여개의 매장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600여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Starbucks)본사는 건물전체가 마치 카페같은 분위기였다. 국내의 여느 대기업 본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본사 임원으로부터 커피시장 동향. 기업현황 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국회 보좌진 25년 해외연수 고작 2회
중국.아시아 태평양 공무담당 부사장과 법률자문과 기업지배구조 담당컨설팅 부대표 등 임원진에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물었다. 때로는 시니컬한 질문도 했지만 진지하게 응답해 주었다. 우연히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도 마주쳤다. 캐쥬얼한 복장에 편한 인상이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들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였다.
이어서 ‘빌 게이츠’가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 본사도 방문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가 넘는 장시간동안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청취했다. 교육의 미래방향,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범죄 등 주요 IT산업의 이슈와 과제에 대한 강의를 청취하고, 질의응답을 포함해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미래상상실과 사이버 보안센타도 방문했다. 시애틀 인근 ‘레드몬드’시에 위치한 MS사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업이다.
지난 1975년에 빌게이츠와 폴 앨런이 공동창업한 MS사는 개인용 컴퓨터 운용체계인 윈도와 오피스,서버 등 컴퓨터 주요 제품을 개발,생산,판매,관리하는 회사다. 매출액만도 연간 400억달러가 넘는 유수의 글로벌 거대회사다. 이같은 주요 글로벌 기업의 본사를 방문한 것은 보좌진으로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필자는 국회 보좌진으로 25년간 재직하면서도 해외연수는 고작 2번에 불과했다. 그만큼 연수나 재교육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학 위탁교육도 겨우 단 한차례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연수도 거의 없었다. 국회 보좌진들에 대한 교육과 연수기회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행정부나 공공기간, 민간기업 등에서는 거의 드문 경우일 것이다. 의원회관만큼 재교육과 연수프로그램이 미흡한 직장도 별로 없을 듯하다. 행정부처의 경우, 중앙공무원 교육원과 국방대학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을 통해 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여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도 임직원들에 대한 엄격한 재교육을 통해 업무능력을 높이고 있다. 수시로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다양한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임직원들의 다양한 해외연수를 통해 글로벌 감각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이나 첨단기법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연간 일정시간의 연수와 재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고, 인사고과에도 반영해 실효성있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부의 핵심 실무보좌 인력이 근무하는 의원회관에는 재교육과 연수프로그램이 빈약하다.
국회사무처와 산하 입법지원 조직에서도 다양한 재교육과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의정활동 실무인력인 국회 보좌진들이 근무하는 의원회관에는 재교육과 연수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이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부가 공공기관, 민간기업은 물론 국회사무처와 여타 입법지원 조직과 비교해도 형편없는 규모다.
현재 국회 보좌진들에 대한 교육과 연수는 국회사무처 의정연수원이 맡고 있다. 현재 ‘의원보좌직원 단기해외연수’와 ‘의원보좌직원 입법지원서비스 능력개발과정’ ‘보좌진 신규임용전 직무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부족하다.연수와 위탁교육 대상자도 의석비율을 고려해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이 희망하거나 대상자로 선발되기에는 하늘에 별따기 같은 여건이다.
단기해외연수 매년 50~60명 수준
의원보좌직원 단기해외연수의 경우 매년 50-60명 수준이 배정되지만 정당별 의석비율에 따라 인원을 선정하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부족하고 비교섭단체 소속 보좌직원들에게는 거의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핵심 실무인력인 국회 보좌진에 대한 재교육과 연수기회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에 한번 가보지 않고서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진국의 다양하고 새로운 금융상품과 경제지식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정활동을 실무보좌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탐방을 통해 의원보좌직원의 입법보좌능력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국제적 식견 및 업무수행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목적의 해외연수는 필요하고 여건범위내에서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
‘의원보좌직원 입법지원서비스 능력개발과정’도 마찬가지다. 보좌진들이 각 대학이나 민간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전문과정(야간강의 수강)을 통한 단기간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도 지원가능 인원이 연간 50명에 불과하다. 물론 정당별로 배정돼 보좌직원 가운데 희망을 하거나 꼭 필요한 직원들도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외부 입법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성 확보, 민간전문분야의 연구와 전문성 축적으로 의정활동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민간 관련전문가와 정책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교육대상자가 원하는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맞춤식 교육이다.
교육이수 후 30일 이내에 결과보고서 및 수료증을 제출할 의무가 있고, 의무위반행위자에 대해서는 교육비 반납조치가 뒤따른다. 이 밖에도 보좌직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신규임용시 국회 보좌진은 의정연수원가 주관하는 직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으나 다소 부족하다. 직무소양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보좌진이 업무능력이 부족하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다. 국정을 견제·감시하고, 예산결산심의와 법률안 심사에서 꼼꼼한 분석이 어렵다. 보좌진 재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직무능력 배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한국비서협회의 ‘국회 보좌진 교육과정’도 개설되었다. 작년말까지 8기 수료생까지 배출했다. 20년 이상 장기근무하는 현직 보좌관들이 의정활동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보좌진을 꿈꾸는 사람들의 입문 루트가 되고 있다. 수강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벌써 의정활동을 보좌하고 있다. 보좌진 입문 중심교육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목 보좌관
▲경기도 포천 출신, 건국대학교 졸업
▲제13대∼19대 국회, 연속 7대 국회 보좌진 재직 중
▲(1989∼2014년 현재 보좌관 25년 경력)
▲前)국회 정책연구위원 (2급)
▲前)산업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2급, 고위공무원단)
▲現)한국비서협회 보좌진 양성과정 강사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