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대북사업가 간첩죄 구속 “왜 간첩이 됐을까” 측근 충격 폭로
[단독보도] 대북사업가 간첩죄 구속 “왜 간첩이 됐을까” 측근 충격 폭로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2-10 10:09
  • 승인 2014.02.10 10:09
  • 호수 103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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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 자신의 누나가 ‘김정일 애첩’이라고 말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대북사업가 강모씨가 지난 4일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가 이석기 사건으로 종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강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고 북한당국으로부터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얻어 한때 화제가 됐던 인물. 부동산업을 하며 ‘미다스 손’으로 불렸지만 이도 잠시, 잇따라 군부대 및 경찰이 사용하는 무선 영상송수신 장비인 ‘카이샷’, 남북이산가족 신원사항 및 가족 명단 등 국가기밀을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에게 넘겨 간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강씨는 어떻게 간첩이 됐을까. [일요서울]은 한때 강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A 씨를 통해 그의 과거행적을 되짚어봤다.

“강씨는 1995년 중국 단둥에 위치한 북한식당 류경관에 드나들었다. 그는 여기서 일하는 북한 여종업원의 눈물 호소에 포섭됐다.”

강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A 씨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지난 6일 기자와 만난 A 씨는 강씨가 간첩활동을 하게 된 과정을 상세히 털어놨다.

“오라버니 같은 분이…”

A 씨는 “강씨의 인척 중에 1945년 월북해 북한에서 과학원장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동당 중앙위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가 있었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류경관 여직원이 접근했다. 그 당시 그 여성이 ‘오라버니 같은 분이 조국을 위해서 힘써줘야 돼요’, ‘북조선을 위해 노력해야 조국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눈물로 호소해 포섭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여성이 북한 정찰국 소속 이호남 참사를 연결시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남 참사는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으로, 2010년 6월 적발된 이중간첩 ‘흑금성’의 상부선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2002년 중국을 통해 자력발전기 20대를 남한 당국 몰래 북한으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특히 “강씨가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따냈다며 계약서를 가지고 한국 사업가들을 접촉, 투자를 요청했다”며 사업과정에서 있었던 비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A 씨에 따르면 강씨는 기업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무역(북한술 판매)상을 하는 자신의 누나가 ‘김정일이 가장 아끼는 애첩’, ‘김정일이 자기 누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고 한다.

A 씨는 강씨와의 인연에 대해 “강씨는 단벌 신사로 형편없는 사람이었으나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미끼로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나 역시 사업 투자 가치가 있어 투자를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강씨와 가깝게 지냈다”고 고백했다.

A 씨는 또 “강씨는 자신의 누나가‘김정일 애첩’이라고 과시했고, 이 말에 솔깃해진 사업가와 스님 등이 강씨와 함께 북한으로 갔다. 평양공항에 내렸을 당시 벤츠와 봉고차가 대기 중이었다. 강씨는 벤츠에 타고 스님과 사업가는 봉고차에 탔다. 눈에 띄는 점은 이호남 참사 덕분에 평양 공항 검색대를 안 거치고 프리패스로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증언했다.

A 씨에 따르면 강씨는 초청비 명목으로 사업가 등에게 1천만원씩을 받았다. 그는 이 중 일부가 이호남 참사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A 씨는 그 당시 비화도 털어놨다. 강씨는 고려호텔 내 유흥주점에서 북한 여직원을 성추행해 하루 만에 쫓겨난 적도 있었다고.

A 씨는 류경호텔 사업으로 인해 강씨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H식당에서 강씨는 나에게 미모의 북한 여인과 이호남 참사를 소개시켜 줬다. 이후 H호텔에서 이호남 참사, 강씨와 함께 술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호남 참사는 A 씨에게 ‘당신도 조국을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등의 말을 했으나 A 씨는 형식상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이 자리에서 강씨는 이호남 참사에게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 고마워했다. 이 때문에 강씨는 이호남 참사에게 5천불을 건네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중국공안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A 씨는 “강씨가 H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매춘부를 만나 성매매를 했고, 중국 공안당국이 강씨의 방을 급습해 그 현장을 잡았다. 강씨는 공안당국으로부터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사건이 무마됐다. 이호남 참사가 무마시켜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한국에 있을 때도 강씨와 이호남 참사가 통화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 때문에 이호남 참사가 나에게도 한 번 전화를 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어떻게 전화를 했느냐 되물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렇게 연락이 자유롭다 보니 기밀 문서를 북한에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씨는 2012년 4월 중국에서 만난 이호남 참사로부터 ‘카이샷 1대를 기증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귀국했다. 강씨는 카이샷 제작사인 I사 대표 엄모씨를 찾아가 ‘북한에 판매할 테니 우선 김정은 경호팀에 20세트를 기증하자’고 제안한 뒤 상세 자료를 넘겨받아 6월 중국에서 이호남 참사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강화도지역 군부대가 사용하는 디지털 무선 송수신기 자료 ▲경기 의정부시 및 연천군 건설 계획 자료 ▲평택지역 이산가족 명단 396명의 자료를 동생의 e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 대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북한 사업가를 상대하는 북한 사람들은 정찰총국 소속 등의 대남 공작원이다. 공안당국 한 관계자는 “북한 대남 조직이 한국 대중ㆍ대북 교역업자를 상대로 사업권을 빌미로 기밀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5ㆍ24조치 이전 정부의 승인을 받은 민간 대북 사업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씨, 거물급 인사와 연결

한편, A 씨는 일련의 과정을 기자에게 상세히 설명하면서 “강씨는 국내에서 류경호텔 사업권을 따냈다는 이유로 사업가에게 피해를 입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호남 참사에게 돈을 왜 건네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격분했다.

아울러 A 씨는 “강씨가 거물급 인사들과 연결고리가 있다. 게다가 대기업 B 사장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털어놔 충격을 주기도 했다.  

7122love@ilyoseoul.co.kr

 

북한 식당 여종업원 눈물 호소에 포섭…이호남 참사에게 미화 5천불 건네
베이징 H호텔에서 성매매 혐의 적발…한국서도 이호남-강씨 전화통화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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