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해도 불룩한 배를 인격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지금도 인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제 불룩한 배는 남녀 모두에게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게으름을 탓하는 지표가 됐다. 불룩한 배는 남성의 경우 고소득층에서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저소득층에서 비율이 높다.
이를 비춰보면 능력이 없어 자기 관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임기 여성의 비만은 임신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비만에서 시작을 했든, 이미 출산을 겪으면서 산후 비만이 됐든, 갑상선 질환과 기타 암과 같은 질환 치료로 인해 비만이 됐든 임신을 고려한다면 비만 치유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불임은 약 1년간(최근에는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 2년 정도)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결혼 후 임신율은 부부의 연령, 결혼기간, 성교 횟수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초산 연령은 자연스럽게 노령화되고 있는 추세다. 남성은 성적 능력만 있다면 길게는 전 생애에 걸쳐 여성으로 하여금 임신케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수태 능력은 30대 초반에 이미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성으로 인한 불임 가능성은 높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여성의 몸 안에서 수정란이 착상되고 성숙되므로 여성의 몸 상태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특별한 질환이 없음에도 여성이 비만해 복부 지방률이 지나치다면 임신 가능성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불임을 신허(腎虛), 간울(肝鬱), 습담(濕痰), 기혈허약(氣血虛弱), 어혈(瘀血), 습열(濕熱) 등으로 변증해 치료한다. 그 중 신허, 간울, 습담, 기혈허약 등은 배란 요인, 자궁경부요인, 영양 및 대사성 요인등과 관련성이 많다. 상대적으로 어혈과 습열은 난관 및 복막 요인, 자궁 요인 등과 관련성이 높다. 또 면역학적 요인으로 음허양항(陰虛陽亢)을 들기도 한다.
특히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비만과 관련된 불임의 대표적 원인이다. 한의학에서 이는 습담(濕痰)으로 변증하며 이는 무월경을 비롯한 월경불순과 다모증, 면백, 식욕감소, 피로감, 어지럼증, 연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물론 다른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라면 그에 대한 치료가 적극 필요하다. 하지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경우 호르몬 치료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방에서는 습담에 준해 치료를 병행한다. 또 이 질환으로 인해 혹은 그 전부터 과잉된 체중의 감량을 진행한다. 습담 치료와 체중감량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자체 호전율과 임신 성공률이 높여 준다.

건강보험공단과 비만학회의 조사 결과 20대 비만율은 지난 1992년 8.1%에서 2000년 32.3%로 4배가량 증가됐다. 30대의 경우에도 18.8%에서 5.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은 20~30대가 한참 활성화 돼 있는 가임기에 해당한다. 여성 1인당 출산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삶의 목표 자체가 예전과 사뭇 다른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임이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여성으로서의 특권인 2세 출산이 본인 몸에 대한 자각력 부족으로 인해 비만을 방임함으로써 생긴다면 이는 명확히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비만하면 불임된다”는 명제는 거짓일 수 있다. 그러나 “비만하면 불임 가능성이 높다”는 명제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이로써 비만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작돼야 하며 건강을 고려한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돈을 들여 살을 빼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으로 혼자서 이 방법 저 방법으로 2~3kg 빠졌다가 요요가 반복돼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지 말아야한다.
전문가와의 정확한 진료상담을 통해 본인의 비만도 뿐 아니라 제반 몸 상태에 대해 진단받고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길을 안내받기를 권한다. 간혹 약을 먹어 살을 빼는 사람들이 있다. 약을 먹는 건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나 하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약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다. 뿐만 아니라 의존보다 이용해야 하는 도구다.
또 국소 부분의 비만은 순환이 불량한 곳에 대부분 나타나기 마련이니 올바른 운동법과 치료법을 통해 함께 해결하여 외모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좋다. 뿐만 아니라 살을 빼면 아픈 것은 없어진다는 속설에 끌려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어리석음은 더더욱 없기를 바란다.
<미가람 한의원 김준정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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