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에 ‘무너진 가정’
민족 대명절에 ‘무너진 가정’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2-03 14:49
  • 승인 2014.02.0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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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제사 때문에…” 죽고 죽인 ‘가족 비극’

▲ <사진제공=뉴시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모두가 즐거워야 할 민족 대명절 ‘설날’이 지났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눠야 하는 명절이지만 이번 설에는 유독 사건 사고가 잦았다. 특히 가족끼리의 갈등 끝에 부모나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현대 사회의 고질병인 ‘가족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인천에서는 아버지가 세배를 가지 않겠다며 욕설을 한 아들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 서울에서는 어느 10대 소년이 자신을 꾸짖은 어머니를 밀치고 집에 불을 내 숨지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충북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형의 공장에 불을 지른 동생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번 명절에 발생한 ‘잔혹한 사건’을 [일요서울]이 정리해봤다.

온 가족 모인 잔치에서 ‘잔혹한 피바람’
명절 연휴 사건·사고 끊이지 않아…

4일간의 달콤한 연휴 동안 뉴스에서는 차마 어린 조카들이 봐서는 안 될 잔혹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보도 됐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사건들은 너무 자주 발생해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사이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 이유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바로 ‘명절’이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은 가족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유독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한 ‘가족 잔혹사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욕설하고 대들어…
흉기로 아들 죽인 아버지

지난달 31일 낮 1시 50분께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에서 황모(51)씨가 친 아들 황모(25)씨를 말다툼 끝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황씨는 아들이 할머니 댁에 세배를 가지 않겠다며 욕설을 하고 대들었다는 이유로 아들의 가슴과 팔 등 7곳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의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으며 사건 직후 황씨는 자신의 목과 배를 찔러 자살을 시도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당시 집안에는 황씨의 아내도 있었으나 사건을 미처 막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아들은 지적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지능이 다소 떨어졌다”며 “현재 황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에서는 자신을 꾸중한 어머니를 때리고 집에 불을 내 숨지게 한 혐의로 10대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안모(18)군은 부모가 명절을 쇠러 대구로 내려간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25분께 서울 앙천구 목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가 이 사실을 전해들은 모친 이모(43)씨에게 꾸중을 들었다.

만취상태로 이씨와 말다툼을 하던 안군은 이씨를 벽에 밀친 채 종이에 불을 붙여 던졌고, 이 불씨는 바닥 카펫에 옮겨 붙으며 크게 번졌다. 이웃주민의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해 불은 9분 만에 꺼졌지만 이씨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안군과 안군의 친구 등도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연기에 놀란 아파트 주민 수십 명이 대피했으며 이웃 주민 정모(56·여)씨 등 7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에서 안군은 “수능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 어머니와 갈등이 잦았다”며 “어머니의 잔소리에 화가 나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사 안 지내?”
친형 공장에 불 질러…

충북 청주에서는 유산을 상속받고도 부모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형이 운영하는 공장에 불을 지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A(41)씨는 지난 1일 오후 6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자신의 친형의 공장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러 공장 75㎡를 태우는 등 소방서 추산 88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유산을 받고도 제사를 지내지 않은 형에게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불이 번지자 119에 직접 신고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가하면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40대 남성이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일 0시 5분께 전남 무안군에서 강모(46)씨가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스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 강씨는 모친에게 꾸지람을 듣고 홧김에 농약을 마신 것이다.

명절동안 폭행사건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 속에 사람들 마음속에 배려심이 사라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각박해지는 사회상을 반영한 수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가족 간의 정이 아무리 사라졌다고 해도 다른 한편에서는 웃고 떠드는 즐거운 명절을 맞이한 사람들도 있다. 무너진 가정을 다시 세우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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