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고발] 청년실업자 울리는 금뱃지들
[세태고발] 청년실업자 울리는 금뱃지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1-29 10:11
  • 승인 2014.01.29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개월 전일제 근무에 무급이라니...”

-  ‘월급한 푼 못받는 국회 입법보조원 현실
- 국회사무처 처우개선-의원들 부모심경 헤아려야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쓰자!”, “말자!”

때 아닌 국회 의원회관 5층 민주당 중진급 의원실에서 고성이 오고갔다. 두 선임 보좌관이 의견이 엇갈리며 언성이 높아진 것. 이유인 즉 A 보좌관은 무급으로 청년 인턴을 채용하자주장이었고 또 다른 B 보좌관은 돈을 안주고 어떻게 사람을 부리냐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바로 국회 의원 인턴 채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언뜻 보면 두 사람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선 33만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회 청년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299명 국회의원이 각 유급 인턴 2명씩 채용할 수 있다. 최대 600명의 청년 인턴이 채용이 가능하다.

또한 국회의원 한명 당 무급 인턴도 2명까지 쓸 수 있다. 국회 입법보조원이 바로 그들이다. 유급 인턴은 10개월간 국회에서 전일제(평일날 하루종일 근무형태)로 근무하면서 월 120만원 월급과 4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97급 비서로 승진할 수 있어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반면 국회 입법보조원은 식대나 교통비 등 실비를 받지 못한다. 국회 사무처 소속이 아닌 개인 의원실 소속이라 4대 보험도 안되고 신분 역시 불안하다. 대신 전일제가 아닌 파트 타임제로 국정감사 기간이나 회기가 열리는 바쁜 시기에만 탄력적으로 근무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지원자들이 많아 경쟁률이 치열하다.

선거법 규정에 따라 무급?

고급 청년 실업자가 부쩍 늘면서 몇 몇 국회의원들은 국회 입법보조원제도를 악용해 무급에 6개월간 전일제로 조건을 내걸고 허드렛일을 시켜 눈총을 받고 있다. ‘공짜로 고급 인력을 장기간 근무시키고 달랑 경력증명서한 장 발급해주는 게 전부다.

국회 홈페이지 채용소식(의원 채용실)에 올린 채용 공고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통상 국회 인턴직을 모집할 경우(민주당 백재현 의원실 국회 인턴 참조, 2014121) 모집대상 및 조건 주요업무 제출서류 및 기한 근무조건 전형방법 및 일정 기타 사안으로 응시자들이 한눈에 무슨 일을 어떤 조건으로 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실이 올린 국회 입법 보조원 채용공고(2014116일자 공고)는 백 의원실 인턴채용공고와 차이가 난다. 일단 모집대상 모집 기간 자격요건 주요 업무 근무조건 전형방법 제출서류 등 요강은 비슷하다.

하지만 근무조건을 보면 달랑 선거법 규정에 따라 무급 자원 봉사 원칙이라고만 적시돼 있다. 즉 지역구 사람을 쓸 경우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된다는 의미인데 사실 박 의원은 비례대표로 지역구가 없다. 단 박 의원실에선 활동 완료후 수료증 및 경력증명서 발급이라는 혜택을 내놓았다.

그러나 자격요건을 보면 컴퓨터 활용능력 및 문서 능력이 우수한 자’, ‘6개월 이상 장기근무자 우대로 사실상 전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파트 타임이라는 국회 입법보조원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조항이다.

주요 업무는 사실상 유급 인턴과 별 차이가 없다. 상임위 활동 및 입법보조, 의원실 기타 업무 보조, SNS, 홈페이지 관리 등 홍보 업무를 담당한다고 적시돼 있다. 박 의원실에선 무급 관련 국회 사무처에서 월급을 주지 않는다일을 배우는 연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새누리당 이강후 의원실이 낸 입법보조원 모집 공고(2014114일자)는 그나마 박 의원실보다는 나은 편이다. 모집 대상란에 무급이라고 적시돼 있지만 소정의 교통비 및 중식 제공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모집 요건을 보면 소정의 금액을 왜 적시했는 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6개월 이상 장기 근무자 우대’, ‘SNS 포토샵 능력 보유자 우대’, ‘전일제 근무 가능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급 인턴과 다를 바 없다.

유급인턴 같은 무급 인턴

근무 조건이 없는 채용공고란도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실 입법 보조원 공고(2014115일자),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 인턴 모집(2014113일자)이 대표적이다. 유급인지 무급인지 교통비나 식비를 주는 지 4대 보험이 되는 지 안되는 지 채용 공고를 보면 전혀 알 수가 없다.

해당 의원실에선 인턴이면 유급이고 입법보조원이면 무급이라는 것을 응시자들이 다 알지 않느냐’, ‘깜빡했다는 등 채용 공고에서도 국회가 얼마나 수퍼갑인 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지역구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실에서 낸 입법보조원 모집 공고(201419일자)를 보면 선거법 규정에 따른 무급 자원봉사 원칙으로 전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근무조건에 중식 제공이라며 명함, 경력 증명서 발급’, ‘다른 의원실 인턴채용시 적극 추천등을 혜택으로 내놓았다.

이 역시 주요 업무를 보면 축사 등의 문서 작성 업무를 요구해 사실상 입법 보조원 이상의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올라온 채용 공고만 봐도 이정도인데 2013년 채용 공고는 더할 나위가 없다.

국회 무급인턴에 대해 20년 넘은 한 보좌관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단지 고급 청년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나 국회 근무라는 특수한 환경을 악용하면 안된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이 보좌관은 파트타임제 운영이 정석인데 전일제에 장기간 근무를 시키면서 월급을 안 주는 것은 의원에 문제가 있다물론 국회 사무처에서 입법 보조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해야하지만 그전까지는 의원실에서 국회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 심경을 헤아려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