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정몽준 의원은 올해 64세, 37살에 정치 입문해 현재 7선이다.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서청원 의원과 함께 당내 유일한 최대 다선이다. 선수로 보면 국회 의장감이지만 대권의 꿈을 버리질 않고 있다. 대선은 4년이나 남았지만 정 의원에게 갑오년 새해 또한 만만치 않은 도전의 해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장 출마 관련 ‘불출마’ 의사를 보였던 정 의원이 최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에 대한 중간 평가에다 차기 대권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출마 의지가 중요한 배경이다. 정 의원이 27년 정치생활을 마감하게 될지 아니면 차기 대권가도에 청신호로 작용할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중대 변수
- 경선 ‘복병’에 박원순 양자대결까지 ‘험로’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심경을 굳힌 것에 대해 정치권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사실 박원순 현 시장의 인기가 여전히 높은 데다 일부 여론조사를 제외한 다수의 조사에서 여당 어느 후보와 경쟁해도 박 시장이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큰 꿈’을 갖고 있는 정 의원이 패배할 경우 차기 대권가도뿐만 아니라 정치인생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설령 당선된다고 해도 2017년 12월에 치러질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임기 3년차에 서울시장직을 던지고 나와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차차기를 노리기에는 나이가 걸림돌이다.
박원순, 경선, 백지신탁 일거에 해결?
또한 정 의원 입장에서는 당내 경선도 출마를 결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내심 ‘추대’를 바라던 정 의원이었다. 하지만 이혜훈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김황식 전 총리도 금명간 서울시장 출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당내에선 ‘빅매치’라며 ‘흥행몰이’를 할 수 있지만 비주류에 이재오 반박 세력과 어울려왔던 정 의원으로선 친박 주류가 꽉 잡고 있는 당원·대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 의원이 ‘백지신탁’ 제도에 걸려 못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주식 보유량이 자그만치 2조 원에 달하는 재산으로인해 주식백지신탁을 할 경우 회사 경영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탄탄한 현대중공업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악소문까지 돌았다. 이런 사유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출마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에 대해 당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발로라는 시각이다.
일단 정 의원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힌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장이 ‘17개 시도에 광역단체장 후보를 다 내겠다’고 밝힌 이후라는 점이다. 양자 대결에서 박 시장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여론조사가 다수지만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 3자 구도에서는 여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선이 경선보다 더 수월하게 치를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되는 셈이다.
경선에서의 승리 역시 홍문종 사무총장과의 독대에서 친박 주류의 지원 약속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홍 사무총장이다. 공천권까지 갖고 있어 지방선거에서 막강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위치다. 김황식 전 총리가 경선에 뛰어든다고 해도 MB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김 전 총리보다는 정몽준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혜훈 최고 위원이 경선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박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한참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정 의원이 경선관련 “좋은 제도라고 생각을 한다.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려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배경이다. 또한 여권 일각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백지신탁’건 또한 정 의원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검토는 안해봤지만 법의 취지와 제도에 100% 따르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결국 정 의원이 서울 시장 출마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사안들이 다 사라진 셈이다.
‘서울시장-국무총리 빅딜설’ 솔 솔
게다가 여권 내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장-총리 빅딜설’도 흘러나왔다. 만약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지방선거이후 있을 개각에서 박근혜 정권 넘버 2인 국무총리 자리에 정 의원이 ‘0순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이럴 경우 정 의원은 서울시장 패배로 입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대권 수업마저 받을 수 있어 출마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정 의원은 친박 주류의 지지를 받아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단 정 의원이 그동안 보여준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박 대통령보다 한 살이 많지만 둘은 장충초교 동창이다. 1964년 2월 초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기동창이다. 하지만 정 의원과 박 대통령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서로가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양재 테니스클럽에서 다른 사람들과 테니스를 함께 치며 자연스럽게 교류를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그 첫 번째 엇갈림은 2002년이었다. 정 의원은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발판으로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당시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 대표로 있었고 정치권에선 두 사람 간 연대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정 의원이 국민통합21 신당 창당기획단장으로 강신옥 변호사를 임명하면서 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지는 계기가 됐다.
강 변호사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은 인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 위원장은 “아버지를 시해한 사람을 의인이라고 하는 강 변호사와 함께하면서 오라고 하면 되느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2002년 11월 6일 120분 간 박 위원장과 독대하면서 국민통합21 대표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박 위원장은 “정치적 소신도 서로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절하고 2주뒤에 한나라당에 복당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정 의원이 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0년 1월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던 박 전 대표를 향해 ‘미생지신(미생지신: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한 애인을 빗속에서 기다리다 익사한 미생의 이야기로 고지식함을 빗대 표현한 것)’이란 고사성어까지 인용해 비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강물이 불어 나는데도 다리 아래에서 애인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다 익사한 미생은 진정성이 있는 반면 애인은 진성성이 없다. 결국 미생이 귀감이 될 것”이라며 “또 불과 얼마 전까지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공언한 정몽준 대표가 소신을 바꿨다면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것이며,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정 대표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정 의원과 박 대통령의 관계는 더욱더 소원해졌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 의원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정 의원과 박 대통령의 관계는 더 멀어졌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둘 사이가 급격이 소원해졌다. 공격은 늘 정 의원이 먼저 했고 방어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 측근들이 대신하게 하는 등 신경전도 날카롭게 진행됐다.
또한 친박 주류에서는 ‘대망’을 갖고 있는 정 의원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경우 ‘조기레임덕’도 우려하고 있다. 잠룡 속성상 현직 대통령과 시비가 붙을수록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정 의원과 사사건건 충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초원복집 사건’으로 악연이 있다.
정 의원 부친인 정주영 회장이 통일국민당으로 대선에 출마한 1992년 12월 국민당과 전 안기부 직원이 공모해 김기춘 법무부장관과 부산지역 기관장 등의 식사자리를 도청했다. 이 자리의 좌장격인 김 장관은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라는 대화를 녹취해 정 의원이 불구속 기소가 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비서실장과 악연 때문에 향후 경선에서 친박 주류가 정 의원을 지지하는 모양새지만 실제로 김황식 전 총리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총리의 경우 대권에서 거리가 멀고 관료 출신으로 ‘단도리’하기에 적당하다는 시각도 청와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 의원이 37세 정치에 입문해 27년 정치인생 중 2002년 12월 대선직전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이후 두 번째로 큰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불쏘시개용’으로 전락해 정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정 의원은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의 여섯 번째 아들로 현대중공업 그룹의 최대주주다. 1988년 13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아버지인 고 정 전 명예회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입당했다.
재벌가·축구로 국회의원에 대권주자까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통합21 대표직에서 물러난 정 전 대표는 다시 무소속 의원을 지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당의 요청에 따라 5선을 지낸 울산 동구를 떠나 서울 동작 을에 출마,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6선 고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으로 선출됐으며, 2009년 당시 박희태 대표가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로 사퇴함에 따라 당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이후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1년에는 20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범현대가(家)’가 5000억원 규모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부산(64) ▲중앙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대한축구협회 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 ▲13~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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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9천억여 원’중 1조5천억원 주식분 포기?
- 백지신탁 때문에 불출마, ‘마타도어’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관련 그 걸림돌로 ‘백지신탁’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 의원은 무조건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3년 3월 정 의원이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1조9249억여 원이었다. 그중 주식 보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이 자그만치 1조5744억원(2013년 3월 재벌닷컴)이다.
2005년 2월 국내에 도입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따르면 장관 등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부처에 따라 4급 이상 해당)와 국회의원 등은 재임 기간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 합계가 3천만 원 이상인 경우 1개월 안에 반드시 매각하거나 처리 전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주식의 직무 관련성을 심사 받으려면 이 기간에 행정안전부 소속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최장 60일 동안의 심의에서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주식의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관련성이 있을 경우 주식 보유자는 1개월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해야 한다. 신탁 기관은 이를 다른 주식이나 국·공채 등 금융 자산으로 바꿔 운용하지만 운용 방식 등은 본래 주식 보유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 의원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갖고 있던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백지신탁을 하거나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는 방식이 있다. 당선 후 1개월 내에 3가지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아직까지 서울시장 직무와 주식 관련 심사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백지신탁’ 때문에 불출마한다는 것은 마타도어식 소문이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