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공천폐지 여부 놓고 물밑작업
포항 제외 친박계 주자 일단 유리…여론 촉각

[이지혜 프리랜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판세와 관련, 서울과 더불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경상북도 지역이다. 경북은 여권, 친박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주자들이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져 벌써부터 혼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주도권 싸움이다. 현재로서는 포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북지역에서 친박계 주자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향후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둘러싼 공천 논란이 지방선거 주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당락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광역뿐 아니라 기초지자체장도 공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은 공천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고 보고 공천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사정기관도 점점 바빠지고 있다. 검찰, 경찰 등은 지방선거 주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출마예정자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불법선거와 관련된 여러 첩보들이 생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공천을 놓고 특정 후보가 여권실세와 접촉을 하고 있다거나 유력후보가 사전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있다는 등의 소문이 지역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경북에선 박승호 포항시장, 박보생 김천시장, 남유진 구미시장, 김주영 영주시장, 김영석 영천시장, 김복규 의성군수, 한동수 청송군수, 권영택 영양군수가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초단체장은 광역단체장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구의 이재만 동구청장은 대구시장 출마 결심을 굳혔고, 윤순영 중구청장은 구청장과 대구시장 선거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기초단체장의 현역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들에게 많이 앞선다. 다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유지가 확정될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기초지자체장 선거는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영주시, 상주시, 포항시, 대구시, 경주시 등 지역은 그 판세를 분석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혼전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 당락 핵심
먼저 영주시장 선거전은 김주영 현 시장 3선 공천이 최대 관심사다. 이 지역은 정·관계 인사 5명이 출사표를 던져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천 싸움이 그 어느 지역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영주시장 후보로 장욱현 전 영주시장 후보를 비롯해 박성만 경북도의회 부의장, 장화익 대구고용노동청장, 박남서 영주시의회 의장, 전우현 한양대학교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들은 새누리당 공천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영주시민들도 김 시장의 공천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2010년 재선에 도전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김 시장이 새누리당으로 복당하기는 했지만 영주 당협위원장인 장윤석 의원과의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말들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 김 시장의 공천 여부는 김 시장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선거 판도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현재 자신이 가장 공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2013년 한국의 최고 경영인상 수상과 더불어 국립테라피단지, 국립 한(韓)테마파크 조성 사업 등 국책 사업의 성공적 유치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2010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도 김 시장에게 패한 장욱현 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이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장 전 원장은 총무처, 대통령비서실, 산업자원부 등에서 두루 근무한 행정전문가 출신으로 그동안 영주미래연구원을 개소하는 등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시장이 이번에 공천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은 공천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리가 파다하다. 이는 친박과 친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역 행정의 다양성과 기회균형을 위해 공천은 재선 대상자까지로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3선 영주시의원 출신인 박남서 영주시의회의장은 새누리당 경북도당 부위원장 등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민심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 친박연합 경북도당 위원장을 지낸 박성만 경북도의회 부의장과 연세대 법학 박사 출신의 장화익 대구고용노동청장, 영남대 법학과 교수를 지낸 전우현 한양대 교수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 나가고 친박 든다
대구 시장 후보로 누가 나설지에 여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김범일(64) 대구시장은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김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장 8년, 부시장 2년을 합해 10년 동안 대구시에 몸담은 김 시장은 “그동안 6.4 지방선거의 출마 여부를 심사숙고하고 각계각층의 의견과 여론 등을 청취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히려면 하루라도 빨리 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시장은 “재임기간 대구는 새롭게 도약할 발판과 기반을 마련했고 앞으로 4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로 비전과 열정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펼쳐놓은 여러 가지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보고 싶은 생각은 많았으나, 대구의 성공과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가장 유력한 지방선거 주자로 꼽히던 김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3선 대상자 공천제한 때문에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어차피 공천이 친박계 후보에게 간다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출마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시장은 국회에서 단체장의 3선 여부 논의와 불출마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지만 단체장에게 12년이라는 기간은 매우 긴 것 같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힘든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시장의 불출마선언으로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전의 열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출마예정자들이 공약발표와 지역민들과의 소통 등을 통해 인지도 확산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기존의 공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거론되는 예비후보들 중 선두로 치고 나가는 주자가 없어 향후 당내공천을 둘러싸고 후보 간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주성영 전 국회의원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를 바꾸는 주성영의 파워공약’의 두 번째 핵심내용을 공개했다. 경상감영의 루브르박물관식 복원 및 달성토성의 역사테마공원 복원과 대구ICT산업단지(달구벌밸리) 조성 및 ‘와이파이 대구’를 비롯한 스마트시티 구축이 주내용이다.
주 전 의원은 “‘와이파이 대구’는 대구 시내 지하철, 버스, 공원, 광장, 관공서, 교육기관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특정통신사 가입여부와 상관없이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영식 전 국회의원은 이날 대구 칠성시장에서 ‘새벽밥 프로젝트’ 세 번째 행보를 이어갔다. 칠성시장을 찾은 배 전 의원은 새마을금고 1일 은행원으로 환전서비스를 한 뒤 앞치마를 두르고 어물전 1일 점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최근 한 언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 출마 예상자 8명의 후보들에 대한 선호도는 서상기 의원 12.3%, 주성영 전 의원 12.1%, 조원진 의원 12.0%, 이진훈 수성구청장 8.4%로 나타나 사실상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이재만 동구청장 4.9%, 권영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4.6%, 윤순영 중구청장 4.3%, 배영식 전 국회의원 2.3% 순으로 나타났다. 무응답은 39%에 달했다.
집권당 인맥으로 세 과시
경주 지역도 혼선이 예상되는 친박 핵심 공략지역이다. 그러나 경주는 선거 때마다 민심 파악이 쉽지 않아 혼선이 거듭돼 왔다. 심지어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도 맞지 않아 경주는 ‘여론의 무덤’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독특한 지역이다.
경주시장 선거는 재선에 도전하는 최양식 현 시장(62)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외에 예비후보들을 살펴보면 박병훈 경북도의원(50), 이진구 전 경주시의회 의장(66), 황진홍 전 경주시 부시장(57), 최학철 경북도의원(61), 이상효 경북도의원(64) 등이 신발 끈을 조여매고 있다.
모두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의 공천을 노리고 있다. 최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라왕경(王京) 핵심유적 복원사업의 국비가 확정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 시장은 “신라왕경 복원은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의 위상을 정립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일 뿐만 아니라, 경주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과업”이라며 “향후 4년간 수요자 중심의 일자리 창출, 한수원 직원 사택 확보, 양성자가속기 정상 운영 등으로 창조경제·미래희망도시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천과 더불어 ‘한수원 본사 직원 경주 조기 이주 백지화’가 발표되면서 표심이 어디로 모일지 관심이 쏠린다.
박 도의원(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문화도시인 경주를 역사문화자치특별시로 승격시켜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인지도가 약하고 친박계 인사가 아니어서 새누리당이 기초지자체장 공천을 할 경우 공천 가능성은 미지수다. 다만 경주의 정수성 국회의원이 박 도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비박계 인사임에도 공천을 손에 쥘 수도 있다. 때문에 최 시장과의 격돌이 예상되는 후보로 꼽힌다.
또 최 시장과 더불어 경주의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경주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 전 의장도 최 시장을 뒤쫓고 있다. 이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경주에서 이른바 ‘원조 친박’으로 통한다. 무엇보다 이 전 의장은 박 대통령의 대선 도전을 오래전부터 꾸준히 도운 지역핵심인사로 알려져 친박계가 공천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 거론된다.
행정고시 출신인 황 전 부시장은 10년 남은 공직을 그만두고 중앙과 지방에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경주를 바꾸기 위해 두 차례(시장·국회의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 도의원은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경주발전의 초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구시가지가 조화를 이뤄 발전해야 하며 단체장은 첫째도 둘째도 시민을 우선하는 봉사자로 사심없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포항도 시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줄줄이 출판기념회로 세 과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공원식 전 경북관광공사사장과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 이재원 포항화인피부과 원장, 이창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 이강덕 전 해경청장 등 5명은 2선인 박승호 포항시장에게 도전장을 던진 상태이다.
이들 후보는 일단 출판 기념회를 통해 자신의 인맥을 드러내는 게 첫 번째다.
이재원(45·의사), 모성은(50·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후보는 지난 17일과 18일 오후 7시와 3시에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1000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과 함께 성황리에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들 후보들은 단순히 책을 알리기 위한 자리가 아닌 한편의 뮤지컬과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공연으로 지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포항지역 의사 중창단의 축하무대로 시작된 이씨의 출판 기념회는 문화 기획자로 활동 중인 자신의 장점을 무대에 접목시켜 성장 과정과 포항의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영상 메시지로 알렸다.
첼로 연주자인 부인의 연주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 씨는 자신의 저서인 ‘포항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지금의 포항은 치료가 필요하며, 미래의 포항을 위해서는 젊은 지도자가 필요한 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모성은 후보(50)도 자신의 첫 에세이 집 ‘꼴찌 교수’(부제 꼴찌학생 서울대 강단에 서다)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자신의 저서인 ‘꼴지 교수’ 소개에 나선 모씨는 “노력과 열정, 주변의 관심으로 오늘 이 곳에 서게 됐다며 침체된 포항 경제를 살리겠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창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도 2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며 공원식 전 경북관광공사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 경북학생문화회관에서 ‘줄 기러기는 두 번 에베레스트를 넘는다’ 출판 기념회를 후보들 중 가장 먼저 개최했다.
최근 포항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강덕(51) 전 해양경찰청장은 내달 중 출판기념회를 통해 얼굴 알리기에 나서며, 3선 도전에 나선 박승호 포항시장도 3월5일 이전에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혜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