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11번가, 롯데닷컴 등 대형 쇼핑몰 업체들이 모바일 쇼핑몰 운영과정에서 가격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바일 특가’라고 유인했지만 알고 보니 온라인 쇼핑몰의 정상 판매가와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황당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의 ‘특가’ 내세우기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업체들의 상실된 윤리경영 태도를 지적하며 비난하고 있다.

#사례 1.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쇼핑을 즐기는 대학생 A(23)씨는 ‘모바일 특가’ 상품을 주로 이용한다. 일반적인 온라인 결제보다 더 저렴하게 같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설날 선물을 준비하다 모바일 특가에서 봤던 2만 원대의 선물세트 상품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모바일로 결제를 하는 소비자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처럼 ‘특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인터넷에서도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걸 보고 나니 허탈했다”며 “매출을 올리려고 소비자들을 눈속임하는 행태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례 2. 출산을 앞두고 유아용품을 구입하던 B(25)씨. B씨는 스마트폰으로 한 유명 백화점에서 내놓은 특가 상품 가격을 여러 사이트와 비교하려고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배신감을 느꼈다. B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격이 같은 것을 봤다”면서 “할인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업체로부터 희롱당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설 명절 앞두고 ‘특가’로 소비자 현혹
과태료 3700만 원…윤리경영 실종됐나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의 이용 목적이 인터넷 검색, SNS 등에서 전자상거래로 확장됐다. 이에 여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모바일 커머스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700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7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11번가, 옥션 등이 모바일 쇼핑몰에서 허위 가격 표시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샀다.
공정거래위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11번가와 옥션, 현대H몰, 롯데닷컴, AK몰, GS샵 등 대형 쇼핑몰업체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쇼핑몰이 같은 가격의 제품을 저렴한 것처럼 광고해 총 37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들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모바일 쇼핑몰을 통해 ‘특가’ 코너를 각각 개설했으나 실제로는 일부 상품을 자사 일반 쇼핑몰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거짓된 사실로 소비자를 유혹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들은 “‘특가’라는 용어가 반드시 다른 곳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금 더 싼 개념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용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공정 행위를 넘어서서 윤리경영에 대한 기본을 상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11번가와 롯데닷컴, 현대H몰 등 6곳은 이미 허위 특가 광고를 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어 더욱 문제가 됐다.
11번가는 지난해 5월 ‘국내산 닭가슴살’을 일반 쇼핑몰과 모바일 특가 코너에서 같은 가격인 1만4900원에 판매했다. 롯데닷컴은 같은 시기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8만9000원에 판매하는 ‘보드 시리즈’를 모바일 특가에도 같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현대H몰 역시 지난해 1월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 7900원에 판매하는 ‘호박고구마’를 모바일 특가 코너에서도 같은 가격에 판매한 바 있다.
특히 현대H몰은 표시·광고 기록 보존의무도 위반했다. 현행법상 통신 판매업자는 상품에 표시·광고 기록을 6개월 간 보전해야 하나 모바일 특가 코너에 게시한 상품에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11번가와 AK몰, GS샵 등 17개 쇼핑몰은 신원정보 표시의무를 위반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사이버몰 운영자는 초기화면에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사업자 등록번호 등 사업자 정보와 이용약관 등을 표시해야 한다. 표시한 사항의 진위여부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사업자 정보 공개 페이지에 연결해야 했으나 이들 업체는 신원정보와 관련된 내용을 적지 않았다.
이 밖에도 옥션과 인터파크의 경우 통신판매 중개자의 고지의무를 위반했다. 통신판매 중개자는 자신이 판매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초기화면이나 광고, 청약절차 과정에서 알려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가 모바일 커머스 시장의 건전한 거래관행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모바일 커머스의 특성상 정보가 불충분하고 충동적인 구매 가능성이 높으므로,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법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향후 공정위는 ‘모바일 전자상거래 가이드라인(가칭)’을 제정해 모바일 환경에서 상품정보 제공방법, 주문·청약철회 서비스 제공방법 등을 정할 예정이다.
오픈마켓에서만 있는 일 아냐
적발된 업체 중 하나인 11번가 관계자는 “논란이 된 점에 대해서 시정조치를 취한 상태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교묘하게 가격을 더 할인해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법은 비단 오픈마켓 모바일 코너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여행사인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에서 성인 1인 기준 ‘최저가 여행’이라는 안내와 달리 1인 여행객 소비자를 상대로 별도의 청구서를 발행해 논란이 됐다. 2인 기준 100만 원 짜리 여행상품을 ‘1인 기준 최저가’ 50만 원 이라며 판매했지만 막상 1인이 이용할 경우 ‘싱글차지’가 붙어 60만~70만 원을 내야 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싱글차지’를 내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낯선 여행객과 함께 방을 써야 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일어나자 각 여행사와 한국관광공사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위한 실천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