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전 여자 친구가 송희 너보다 훨씬 예뻤어.”
“내 예전 여자 친구가 송희 너보다 훨씬 예뻤어.”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1-27 10:57
  • 승인 2014.01.27 10:57
  • 호수 103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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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분위기 바꾸려고 한 말인데 성희롱?"

“내 예전 여자 친구가 송희 너보다 훨씬 예뻤어.”
“너희들은 2학년 송희가 예쁘다고들 하던데, 내가 보기엔 1학년 지현이가 더 예쁜 것  같아.”

평소 예쁜 여학생을 편애하고, 성희롱을 한다는 소문까지 있는 김교수는 늘 이런 얘기들을 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김교수는 수업시간에 토익 대리시험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대리모에 관한 얘기, 심지어  본인의 불임경험까지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

“요즘 대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기의 난자를  파는데, 여자의 학벌이 뛰어나거나 얼굴이 예쁠수록 난자 가격이 비싸거든…  송희 정도면 난자가격이 꽤 비싸겠는데~”라고 말한 것이다.
송희는 수업시간 중에 자기외모에 대해 자주 언급 되는 것도 불쾌한데, 심지어 난자매매 사안에서 이름을 거론하니 많은 학생들 앞에서 매우 창피하고 굴욕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교수는 송희가 예쁘다는 얘기는 칭찬의 의미에서 한 적은 있지만 내 예전 여자 친구가 더 예쁘다거나 또는 다른 학생이 더 예쁘다고 했던 말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질 않고, 만약 했었다면 딱딱한 과목의 수업인지라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이었을 거라 주장한다.

가끔 이런 수업분위기를 바꾸려고 시사적·일상적 이야기를 곁들이는데, 마침 TV에서 대리모·난자에 관한 내용의 방송을 봐서 본인의 경우에도 불임으로 인해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성희롱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일반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뿐만 아니라 양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김교수는 대학교라는 공공기관의 종사자로서, 교수의 직위를 이용 또는 학생 지도라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언동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 난자가격에 대한 언급은 성적 합의가 있으며, 일반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심한 성적 굴욕감 또는 수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성희롱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반면, 평소에 했다는 ‘누가 예쁘니, 덜 예쁘니~’라는 언동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일반 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의 주의점은 신고 후 재조사를 받을 때, 가해자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대비하여 같이 수업을 들었던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받아놓는 것도  현명한 대처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지루함을 달래려고 또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음담패설을 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잠을 쫓고자 혹은 효과적으로 기억시키고자 농담을 한 것으로 성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들 주장한다.
그러나 성희롱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성적 의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대학교에서 교수는 학생의 성적, 학교생활 및 졸업 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기에 말과 행동에 부당함이 있더라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거부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생에게 모범이 되도록  스스로 더욱 조심해야 하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에 성적 언행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남들이 하는 건 성희롱이라며 강하게 질책 하면서, 가볍게 하는 장난으로 한 말인데 상대방이 너무 예민하고  칠한 거라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오히려 큰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이 장난의 대상이 당신의 자녀분이 되어도 괜찮을까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신체가 닿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장난이나 농담으로 하는 대화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라는 착각에 빠지기 전에, 조금만 더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고, 존중하는 배려심을 갖는다면 무심코 저지를 수 있는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학교 및 기업 출강 전문 강사 ▲知 FACTORY 수석강사 ▲세계인재개발원㈜ 파트너강사 ▲서울팝스오케스트라 홍보마케팅/사내강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관리 석사과정 ▲前) 방송리포터/KT, 삼성전자 사내방송 외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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