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기업 ③ - 넥슨
간판만 국내기업 ③ - 넥슨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1-20 11:10
  • 승인 2014.01.20 11:10
  • 호수 1029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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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거래소 상장 본사까지 日 이전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서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세 회사의 지분 전량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세 번째는 게임업체 ‘넥슨(회장 김정주)’이다.

‘넥슨코리아’에서 ‘코리아’ 빠져…게임유저들 한 때 불만 
“아직도 국내 게임업체라고 생각 하시나요” 질문 많아

넥슨은 1994년 12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현 대표이사인 김정주가 만들었다. 그의 나이 26세 때 창업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변호사인 덕분에 돈 걱정 없는 집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안도 좋고 머리도 비상했던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86학번)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전산학과에 들어갔다. 기숙사에서 그는 이해진씨(NHN 창업자)와 같은 방을 썼다. 그들의 방 옆에 송재경(XL게임즈 대표), 김상범(넥슨 이사) 등이 있었다. 이들 네 명은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하며 진로를 고민했고, 김정주는 송재경, 김상범, 이민교 등과 함께 넥슨을 창업했다.

게임 개발 열망 젊은 4인 뭉쳤다

넥슨은 창업 초기 웹 오피스라는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기업체 내부의 인트라넷을 개발하는 용역 업무도 했다. 1995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예약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런 인트라넷 솔루션으로 계속 사업을 영위할 생각은 없었다. 외주 개발 업무는 현금 확보를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을 뿐 본질은 게임 개발에 대한 열망이었다.
넥슨의 창업자들은 PC통신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온라인게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당시 마리텔레콤이 개발한 ‘단군의 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러 사람이 접속해 온라인으로 즐기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래픽이 없는 텍스트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텍스트로 제시되는 상황 설명을 보고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해 게임을 했다. ‘텍스트로 제시되는 상황 설명 대신 그래픽을 넣으면 어떨까.’ 지금은 게임에 그래픽이 들어가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낮은 PC 사양에 복잡한 개발 과정, 비싼 서버 비용 등으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 대표와 넥슨은 이런 아이디어를 최초로 실현시킨 것이다.
그 결과 1996년 4월에 세계 최초의 그래픽 MMORPG이자 최장수 상용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다양한 장르에 걸친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을 개발해 서비스했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 국내 최고의 온라인 게임 제작 및 배급사로 거듭났다.
또한 활발한 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해 다수의 게임 개발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 중 일부는 모기업의 매출액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현재 넥슨에서는 ‘메이플스토리’, ‘FIFA 온라인 3’,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마비노기’, ‘사이퍼즈’, ‘엘소드’,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 66여 종의 온라인 게임을 110여 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외에도 모바일 게임 사업에 진출해 ‘판타지러너즈 for Kakao’, ‘바운드몬스터즈’,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 ‘메이플스토리 Live’ 등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 중에 있다. 자사 게임의 IP(Intell 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출판,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출시 등 라이선스 사업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넥슨의 본사는 2002년 설립된 넥슨 일본법인(과거 넥슨 재팬)이다.
넥슨 한국법인으로부터 본사의 지위를 승계 받고 사명을 ‘넥슨 재팬’에서 ‘넥슨’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넥슨 한국법인의 지위는 일본 넥슨 본사의 해외지사격으로 격하됐다.
이후 2011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다시 말해 현재 넥슨 일본 본사가 넥슨 그룹의 본사 기능을 수행하며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함에 따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다.
비록 김 대표가 대주주로서 NXC가 그룹의 모든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본사의 위치가 도쿄라는점과 넥슨의 주식이 도쿄에 상장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넥슨’그룹 전체는 일본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게임 유저들의 반발이 한동안 있었던것도 사실이다. 특히 ‘넥슨코리아’의 사명이 ‘넥슨’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네티즌 Shtm*******은 “당장 어디가서 넥슨이 어디기업이냐고 믈으면 일본기업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어디 가서든 넥슨은 일본계 기업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라며 “넥슨에서 나오는 게임 역시 일본 게임이라고 불릴거다. 이건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기분 나쁜 일이며, 실무적 본진을 일본에 두더라도 최소한 ‘상호’만큼은 바꾸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유저 반발과 실망

또 다른 네티즌 She***또한 “지주회사가 있고 지주회사를 김정주 회장이 갖고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넥슨 본사가 넥슨코리아가 되고, 모 회사가 넥슨(일본)이 되었는데 예전 같이 그대로 한국 회사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사명이 바뀌고 넥슨코리아가 넥슨(일본)의 아래로 갔으니 일본회사로 볼수 있다. 일반적인 한국회사라면 일본 지사의 ‘재팬’을 빼면서 한국 본사에 ‘코리아’를 달지도 않고, 한국 본사가 해외지사의 자회사가 되지도 않을 테니까요”라고 반문했다.
결국 넥슨을 국내기업이라기보단 국내에서 만들어 일본에서 활기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 맞는 셈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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