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3자구도’ 차기대권 판도라 상자
[심층분석] ‘3자구도’ 차기대권 판도라 상자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1-20 11:05
  • 승인 2014.01.20 11:05
  • 호수 102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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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어부지리’ 전략 “찰스는 대권전략 플랜 가동~”

여론조사 전문가들 “3자구도 가면 새누리당에 밥상 차려준 격”
여권 공세+안철수 신당 가세하면 “박원순도 위험하다”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은 민주당과의 연대와 관련해 “민주당과 연대는 자살행위”라며 강하게 맞받아쳤다. 이에 앞서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는 등 민주당과 날을 세우며 연대는 없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이 때문에 자칫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에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후보 측 인사들이 모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3자 구도를 반기고 있다. 3자 구도의 경우 새누리당의 승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에선 안 의원 측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고심 중이다. 특히 안 의원 측을 강하게 압박하며 민주당과 힘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3자 구도가 전개될 시 과연 새누리당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일지 아니면 전투에서 지고 전쟁에서 이기는 안철수 측과 민주당의 이합집산이 벌어질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신당창당을 위한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여야에선 ‘중진급 차출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가운데 3자 구도에 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한 쪽은 안 의원 측이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 금태섭 대변인은 “단순히 뭉치거나 이런 것보다 야권이 국민에게 수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야권 연대에 부정적인 뜻을 시사했다. 새정추 윤여준 의장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당연히 (후보를) 낼 생각”,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며 뜻을 보탰다. 

‘3자 구도’에 대한 안 의원 측의 자신감에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 상승과 함께 민주당 지지율 하락, 새누리당 턱 밑에까지 쫓아왔다는 데 있다.(한국 갤럽 지난 6~9일 조사, 새누리당 36%, 안철수 신당 31%, 민주당 13%)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고 설 명절 직전 안철수 신당 창당 일정 등을 공개하면서 새정치 실체를 밝힌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율에서 안 의원 측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안철수 지지율은 거품이다. 지방선거 전후로 지지율을 극복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아도 선거 때가 되면 결국 유권자들은 여당과 대항할 수 있는 야당(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자신들의 우위를 주장하며 민주당은 안 의원 측에 야권 연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안 의원 내부에선 지방선거에서 야당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아 단일화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철수 지방선거 전략
1석 확보 후 재보궐 겨냥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3자 대결이 성사된다면 어느 정당이 승리할까. 기자와 만난 여야 인사 및 당직자들은 하나같이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00%”라고 단언하는 이들도 적잖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3자 구도는 사실상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선 안 의원 측이 꼭 필요하다. 현재 상황만 보면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서로 지지율을 빼앗으려고 하면서 양쪽 모두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도 역시 “3자 구도는 새누리당에게 호재다. 양자 대결에서 새누리당은 부산·충남·충북 지역은 경합, 경남·경북·대구 승리, 나머지 지역은 패배한다는 자체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높다고 하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서는 턱 없이 낮은 지지지율이다. 지방선거 패배 조건이 갖춰졌지만 안 의원으로 인해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안 의원에 대한 대응과 민주당이 잘 버텨주면 지방선거는 승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당직자는 “안 의원 측은 지방선거에서 단 1석의 단체장을 선출하려는 것이 목표다. 그곳은 호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7월 재보선에서도 의석 수를 확보한 뒤 20대 총선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호남에서 1석이라도 빼앗으면 야권발 정계개편이 불가피 할 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안철수 신당에 노크하는 인사들이 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초 지방선거 필패가 예상됐지만 이제는 해볼 만 하다는 기류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 1일 발표된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결과 양자대결에서 박원순 시장은 50.2%,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40%로 박 시장이 10.2%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3자 구도에서는 박 시장 38.4%, 정 의원 33.4%, 이계안 전 의원 13.4%를 얻어 5%대로 줄어들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일화가 되면 야권에게 유리한 선거”라며 “당연히 3자구도로 가면 새누리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홍형식 한길러시치 소장은 “안 의원의 행보는 대선전략 플랜과 맞물려 있다. 대선을 위해서 야당을 제압해야 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3자 구도에서도 박 시장이 앞서고 있지만 여권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지지율이다. 따라서 선거전에 돌입 3자구도 양상을 띈다면 박 시장의 재선도 쉽지 않다. 부산지역도 위험하다고 하지만 보수층이 분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안 의원 측과의 야권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안 의원과의 경쟁관계를 강조한 가운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 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에서는 호남은 경쟁, 수도권은 야권 연대를 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많다. ‘서울-박원순, 경기-안철수’ 간의 단일화가 불가피하게 이뤄진다는 것.

 安에 당근과 채찍 주는 與
“민주당 지지율 버텨라!”

민주당 한 의원은 “서울시장의 경우 박 시장과 안 의원간의 신뢰 관계로 인해 단일화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안 의원 측에서는 서울시장에 무공천을 할 테니 경기도지사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안 의원 측은 호남에서 1곳, 수도권에서 1곳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민주당과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3자 대결이 성사될 경우 어부지리로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고 있는 것.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고 거기도 공천을 해서 한번 (지방선거에서) 붙어야 정치발전이 온다”며 “(야권) 연대 후보를 내면 안철수 신당도 힘을 잃는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안철수 신당 현상을 신기루나 물거품으로 치부하기엔 어렵다”고 설명한 것도 3자 구도를 성사시키기 위한 발언이다.  

이와는 달리 안 의원 측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비슷해야 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선 안 의원 견제하면서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야권 연대의 경우 양측의 지지율이 비슷해야 가능하다. 안 의원 측 후보의 지지율이 20%가 넘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나온다면 안 의원 측이 민주당 지지층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며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힘의 균형을 맞추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3자 구도가 확실히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야권연대를 할 경우 ‘새정치가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이냐’는 식으로 공격도 가능하다”며 “이래저래 안 의원 측의 행보는 우리에게 호재”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선 “이참에 민주당이 안 의원 측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적잖다. 3자구도 속에 민주당이 승리하면 안철수 열풍은 끝날 수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에선 안 의원 측에 ‘민주당 입당’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 1야당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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