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교육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아탑
[기획취재] 교육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아탑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1-20 10:58
  • 승인 2014.01.20 10:58
  • 호수 102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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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사실 분 없나요?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교육사업이 남는 장사’라는 말이 있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돈을 벌고 나면 마지막에 손을 대는 사업이 교육사업, 장학사업이다. 물건만 팔다가 아파트만 짓다가 교육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장사치에서 교육사업가로 신분의 변화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단이나 법인을 만들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만들거나 운영하는 데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재단은 부인하지만 소문은 무성

기업의 대학 소유는 계륵 같은 존재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학으로는 성균관대, 아주대, 국민대, 중앙대 등이 대표적이다. 성균관대학교는 1991년 11월 재단인 봉명그룹의 부도로 ‘침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1996년 삼성이 인수한 뒤 학교 경영에 참여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균관대는 2007년 재단전입금이 1092억 원으로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사실 성균관대학교와 삼성그룹의 인연은 196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고 이병철 삼성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삼성문화재단이 학교의 운영을 맡았었다.

그러다 1977년 삼성문화재단이 학교 운영을 포기했고 이후 1979년부터 봉명재단이 학교 운영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1996년 11월 삼성재단이 성균관대학교 재단을 인수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삼성이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삼성이 인수하면서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삼성 인수 당시인 1996년 성균관대학교의 교육예산은 1300억 원이었으나 2005년에는 4151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같은 기간 397만원에서 2005년 1550억 원으로 급증했다.

교수 1인당 외부 연구비도 마찬가지다. 1996년 3100만원에서 9140만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SCI논문 발표건수도 1996년 92편이었던 것이 2006년 1568편으로 급증했다. 삼성의 투자를 바탕으로 착실히 성장한 성균관대학교는 2013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순위에서 전체 대학 중 3위, 4년제 종합대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삼성의 성공적인 성균관대학교 운영 사례는 대기업과 대학의 상생모델이 되고 있다.

아주대는 1977년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학교법인 대우학원에 팔렸다. 대우학원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됐으며 1994년 아주대학교병원을 개관하면서 변혁의 기회로 삼았다. 현재 아주대학교병원은 명실 공히 최고의 대학병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모기업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

국민대는 1946년 해공 신익희 선생이 해방 이후 건국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하지만 1959년 쌍용그룹 창업자 김성곤씨가 인수하며 전기를 맞았다. 이후 약 40년 간 국민대학교 총 예산의 40%를 쌍용그룹이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2001년 3억원, 2003년 10억원, 2004년 10억원, 2005년 10억원, 2006년 10억원 등 지속적으로 발전기금을 기탁해 왔을 뿐 쌍용그룹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그런가운데 2012년 교육부가 국민대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비록 1년 만인 지난해 8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을 벗어났지만 이때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기존 재단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재단 영입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중앙대는 2008년 법인이 두산그룹에 인수됐다.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중앙대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이후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을 개원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하지만 중앙대는 두산그룹에서 인수한 뒤 끊이지 않는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불거진 대자보 사건 외에도 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았다. 대학의 기업화는 물론 지나치게 경쟁주의, 시장주의식 행정 처리로 교수, 학생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게다가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건설이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위기설이 대두되자 덩달아 두산그룹 위기설까지 확대되고 있다.

결국 두산건설은 4000억 증자로 위기를 타개하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두산건설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대학에 시장논리 적용

학생·교수와 마찰 불러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 인수를 통해 야심차게 교육사업을 시작했지만 삼성과 성균관대의 조합처럼 아직까지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반면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후 중앙대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들이 많아지자 학생들을 비롯한 내부인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두산 그룹이 중앙대 운영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교육사업에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망정 학생들의 원망만 듣고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교육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인사는 대학교육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를 통해 중앙대, 국민대, 경기대, 숭의여대 등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비록 큰 규모의 자금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이름있는 대학인 만큼 인수가치가 충분하다는 말과 함께였다고 했다. 취재진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각 대학 홍보담당자 및 재단 담당자와 전화를 시도했다. 먼저 중앙대 홍보담당자는 두산 그룹이 중앙대 운영에 손을 떼려 한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 확인이 안 되는 무근한 이야기다”라며 이런 소문이 도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들은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대 법인담당자는 “임시이사 체제였을 때 새 재단을 영입하고자 추진을 한 적이 있었다”라며 “2012년에 정상화된 이후 공개적으로 재단 영입을 추진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향후 새로운 재단을 영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에는 없기 때문에 없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민대 법인담당자도 새 재단 영입설에 대해 “그런 일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오히려 잘나갈 때 어떤 걸 인수해야한다라는 이야기는 있었다. 우린 그런 건 없다”라며 “지방대학같은 경우는 힘들 거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숭의여대 홍보담당자도 재단을 새로 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것 없다. 처음 듣는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담당자와 전화 통화 결과 중앙대, 국민대, 경기대, 숭의여대 모두 대학재단 매물설을 부인했다. 오히려 담당자들은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 것조차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재단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현 재단들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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