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너랑 했을 거야~”
미선은 팀장에게서 수시로 이런 얘기들을 들었다. 팀장은 종종 미선을 집까지 바래다준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미선과 함께 자신의 차를 타고 퇴근하던 팀장은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미선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을 아내에게 숨기듯 전화를 받더니… 다음 날 “너 때문에 와이프랑 싸웠잖아. 내가 만약 이혼하면 네가 책임져야 해”, “내 와이프만 아니었으면 네가 우리 아들 새엄마 해도 되는데~”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상황을 미선이 성희롱으로 신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상담을 통해 성희롱으로 판단이 될 경우 사내고충위원회나 단체, 위원회 등에서 사실관계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게 된다. 피해자의 무조건적인 입장이 아니라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누구나가 공감, 인정하는 합리적인 입장에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가 딱 내 이상형이다.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너와 결혼했을 것이다”라는 부분을 증명할 만한 물증이 없을 경우, 상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신고자 미선은 성희롱적인 맥락에서 수개월간에 걸쳐 수시로 위와 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은 미선씨가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며 계속 조르기에 소개팅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걱정 마~ 네가 나의 이상형이다”라고 말했을 뿐이고 “팀장님은 결혼했잖아요”라는 미선의 말에 “나도 그게 후회스럽네”라고 한 적은 있지만 “내가 결혼을 안했으면 너랑 했을 거야”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같은 상황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각자 다르게 주장한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이 인정하지 않는 미선의 주장은 수시로 위와 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경우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서로 인정한 “네가 딱 내 이상형이다”는 부분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대화의 맥락에 관해, 당시 대화가 시작된 계기가 미선씨의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요청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선이 팀장에게 “결혼했잖아요”라고 대꾸했고, 팀장도 이를 받아 “나도 그게 후회스럽네”라고 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팀장도 일부 인정하고 있는 “이상형이다”, “나도 그게(결혼한 것이) 후회스럽네”라고 한 것만으로는 일반 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너 때문에 와이프랑 싸웠다. 만약 이혼하면 네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팀장이 미선을 태워주는 것으로 부부싸움을 하여 이를 미선에게 알려주는 과정에서 무심히 한 말이라 했지만, 미혼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팀장이 이혼하면 팀장과 결혼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성적합의가 담긴 ‘결혼’이라는 말에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보인다.
“내 와이프만 아니었으면 네가 우리아들 새엄마 해도 되는데”라는 말은 연애관계가 아닌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아들의 새엄마’를 하라는 상사의 일방적인 말이다. 이는 곧 성적인 의미가 담긴 부부관계를 제안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 질 수 있다고 보이며, 미혼의 직원인 미선이 그로 인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어진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권고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직장 상사 외에 같은 근로자 간, 동성, 여성의 남성에 대한 성적언동도, 특정인의 염두에 두지 않은 성적 언동이라도 성희롱은 성립될 수 있다.
요즘 직장 내에서 분위기를 띄우고자 농담으로 또는 칭찬 등의 호감의 표시로 한 말들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심코 뱉은 말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은 현대사회에서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호감의 표시였다 할지라도 직장 내에서의 관계, 근무환경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농담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으므로 직장 내에서의 관계, 또는 상대방의 처지나 근무환경 등을 고려해 지나친 농담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들은 삼가는 것이 현명한 직장생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대학교 및 기업 출강 전문 강사 ▲知 FACTORY 수석강사 ▲세계인재개발원㈜ 파트너강사 ▲서울팝스오케스트라 홍보마케팅/사내강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관리 석사과정 ▲前) 방송리포터/KT, 삼성전자 사내방송 외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