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직후 많은 실직자들이 기업에서 근무했던 퇴직금이나 그동안 저축해온 돈을 찾아 창업 일선에 나서게 되었다. 한때 유행한 업종으로는 PC방, 노래방, 찜질방, 전화방, 휴게방 등 온통 방(房)천지가 된 느낌이다. 또 얼마 있다가 커피전문점 등 카페가 한 집 건너 있을 정도로 생겨났고 지금은 스마트폰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형편에 맞는 창업아이템을 찾아 창업을 한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로 인한 고용증진에 도움이 되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에 있다. 어떤 업종이 잘 된다 하면 너도 나도 우후죽순격으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기 마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신생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창업 1년 후 61.3%, 2년 후 48.4%로 나타났다. 이는 창업 후 2년도 안 되어 절반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셈이다. 더 나아가서 창업한 기업 10곳 중 3곳만이 5년 뒤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경제 하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질서나 제도, 업종에 대한 변화를 가져 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그저 모방만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신을 뚝심으로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생기게 된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란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기술의 발달에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했던 개념이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창했으며, 특히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강조하였다.
슘페터가 1912년에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이윤은 기업가의 혁신에서 발생되는 것이라고 하고, 이윤은 기업가가 창조적 파괴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고 하였다. 이것이 다른 기업가에 모방되면서 이윤이 소멸되고, 혁신적 기업가의 출현으로 다시 사회적 이윤이 생성된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는 기업경제의 원동력이 된다. 항상 변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구촌 곳곳을 보면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기후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필리핀에 불어 닥친 전대미문의 쓰나미로 많은 생명을 앗아 가서 세계 각지로부터 구호품이 전달되더니 이제 미국을 강타한 한파로 미네소타가 영하 37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로는 무려 영하 50도를 밑도는 곳도 속출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북미의 기상이변 한파로 많은 생명이 사망하고 1만8000여 편 항공기 결항 등 그 피해는 5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에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 경영에 있어서 기후변화에 대한 미래 예측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면에 변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해에 고추 품귀현상으로 고추값이 비싸다고 너도 나도 고추를 재배한다면 다음 해에는 고추값이 폭락하여 농가 피해는 극심할 것이다.
중국 고사성어중 귤화위지(橘化爲枳)란 말이 있다. ‘귤(橘)이 변해서(化) 탱자(枳)가 된다(爲)’는 뜻이다. 남쪽에서 귤나무를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것이다. 동일한 나무라도 남쪽과 북쪽의 토양과 기후가 달라 서로 다른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주위의 환경변화,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대응 방법도 달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또 주위의 환경변화에 따른 자구책으로 보호색을 달리하는 카멜레온이 있다. 카멜레온은 자기 몸의 색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생존을 위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색을 검은색에 가까울 만큼 어둡게 변화시킨다. 위협받으면 죽은 척하고 어두운 색으로 변하여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카멜레온 본래의 색은 갈색이나 녹색인데 회색, 노란색, 연두색들로 몸의 색이 변한다. 카멜레온의 색은 날씨가 추워지면 더울 때보다 밝아진다. 카멜레온 피부의 감각점을 이용하여 주변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경우 감각점이 주변의 환경을 감지하여 색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스스로 색을 바꾸는 것이 아니며, 의지와 상관없이 적을 만나 흥분하거나 자외선에 노출되거나 감정의 변화에 따라 피부색이 자연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사업가의 특성을 몇 가지로 정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위험한 일이다. 사업의 특성, 기술의 특성, 지역의 특성, 상황적 요인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천적인 특성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통해 경영자적 관리 능력을 키우고, 뛰어난 기술자산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면·성실로 세계 기네스북 감인 정몽석 명장의 뚝심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코자 한다. 1968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하여 학력이라곤 초등학교 3년뿐이다. 그는 30년간 지각, 결근 없이 매일 2시간 조기 출근하여 전국 신기록 보유자다. 남달리 주인, 원가, 문제의식을 갖고 에너지 관리의 발생, 수송, 사용, 설비의 부하 특성상 낭비 문제점을 파악, 조치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1천건 이상 제출했다.
이러한 실천의 결과 1백억 원 이상의 실질적인 원가절감과 시너지 효과까지 합하면 1천억 원 이상의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한 에디슨의 말을 상기하면서 “노력 없이 요행으로 얻어진 결과가 있다면 그것은 하늘에 뜬 구름과 같이 어느 순간에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항상 꾸준히 인내하고 목표를 세우고 뚝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정몽석 명장의 이야기는 논어의 위산일궤(爲山一簣)와 일맥상통한다. 위산일궤는 산을 만드는 것은 삼태기 하나의 흙이라는 뜻이다. 경영환경이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남이 장에 가면 나도 장에 가는 식의 무턱대고 따라 하는 식이나 자기의 주장이나 소신 없이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자주 바꾸는 조변석개(朝變夕改)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 시대 상황이 어려울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자기 목소리와 소신이 있어야 한다.
외국 것이라 하여 무분별하게 수입하지 말고 외국의 선진기술과 문화를 벤치마크(benchmark)한 다음에 우리기술, 토착문화로 만들 수 있는 발전전략을 세워 소신 있게 뚝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겠다. 특히 창조경제 하의 기업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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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졸업 후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에 입행해 지점장, 본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의식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