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상 한류스타 금메달 기대 키워…피겨 김연아 2연패 도전
썰매 3종목 세계 상위권 폭풍성장…여자 컬링 등 돌풍예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수들도 메달을 위해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2006 토리노올림픽,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각각 7위와 5위를 차지했던 명성을 이어 이번에도 최고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3회 연속 10위 안에 든다는 각오를 다진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빙상강국에서 동계스포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피겨여왕 김연아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이어서 소치올림픽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이에 한국선수단의 준비와 각오를 들어본다.
오는 8일(한국시간) 러시아 흑해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개막되는 제22회 동계올림픽은 오는 24일까지 17일간 총 98개의 금메달을 놓고 각국 선수들이 열띤 경쟁에 들어간다.
소치는 2007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19차 총회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한국 평창을 제치고 2014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평창이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으나 2차 투표에서 역전하면서 러시아에서 열리는 첫 번째 동계올림픽 개최도시가 됐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스키, 빙상,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컬링, 아이스하키, 루지 등 7개 종목(15개 세부종목)이 열리는 가운데 빙상종목은 흑해 연안의 ‘해안 클러스터’에서, 설상 종목은 크라스나야 폴라냐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산악 클러스터’에서 각각 열린다.
우리나라는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0명 이상의 선수들이 출전하게 된다. 다만 아직 스키와 봅슬레이 등의 올림픽 예선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선수 수는 좀 더 기다려봐야 윤곽이 잡힌다.
강세종목인 빙상에서 스피드스케이팅 15명을 비롯해 쇼트트랙 10명, 피겨스케이팅 3명 등 총 28명의 선수가 출전을 확정 지었다. 컬링에서도 경기도청 단일팀이 티켓을 따내 사상처음으로 5명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또 한국 루지대표팀도 모든 종목에 출전하게 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소치올림픽 팀 계주에 출전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대표팀은 빙상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향상되면서 금메달 목표를 4개 이상으로 잡아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올림픽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한국 선수들의 특성이 발휘되면 3회 연속 금메달 6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럴 경우 3회 연속 톱10 진입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 3인방
금빛 질주 청신호
첫 메달 기대주는 개막 이튿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하는 장거리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다. 그는 지난 밴쿠버 대회에서도 깜짝 은메달을 따냈고 네덜란드, 러시아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된다.

특히 그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초반 100m’가 크게 빨라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월 월드컵 5차 대회에서는 초반 100m 기록이 10초26이었지만 같은 해 11월에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초반 100m를 10초09에 주파해 현재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인 36초26을 작성했다. 신기록의 비결로 이상화는 체중감량을 꼽고 있다. 또 그는 체중을 줄이면서도 허벅지 굵기는 3cm이상 키우며 근력을 끌어올렸다.
2013-2014시즌 월드컵 여자 500m에서 7차례 레이스에서 정상을 차지했던 이상화가 소치에서 세계기록을 다시 쓰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태범은 1980 레이크플래시드올림픽 때 에릭 하이든 이후 처음으로 남자 500m, 1000m에 동반 석권을 꿈꾸고 있다. 밴쿠버 대회 남자 500m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모태범은 남자 1000m 정상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1000m에선 세계선수권 우승도 없고 올림픽 금메달도 없다”면서 “현재 몸 상태는 80~90%정도다. 1000m에 맞춰 근지구력 훈련과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꼭 한 번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더욱이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서 모태범이 올 시즌 1~3차 월드컵에서 1000m 금메달을 싹쓸이 했던 샤니 데이비스(32·미국)를 꺾으면서 정상을 향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은 직선 주로에서 끌어올린 스피드를 코너를 돌면서 얼마만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여서 모태범과 이상화는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하루에 3시간씩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또 모태범은 레이스 후반 체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이승훈을 파트너삼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000m, 5000m 등을 꾸준히 타면서 1000m에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있다는 게 모태범의 설명이다.
한국 빙상의 꽃 쇼트트랙 자존심 회복에 박차
쇼트트랙은 한국을 동계스포츠 변방국에서 탈출시켜준 스피드스케이팅의 일종이다. 정확히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말한다.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선수 개개인의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지 않고 여러 명이 동시에 출발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
이에 예선부터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상대선수를 견제하는 플레이와 순간적인 기회포착, 경기운용 능력 등이 승부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체격 조건이 다소 불리한 한국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는 강세를 보여 왔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남자부의 김기훈-김동성-안현수, 여자부의 전이경-진선유로 이어지는 쇼트트랙 황제의 계보를 이어가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밴쿠버 대회에서는 여자부가 ‘노골드’에 그치는 등 자존심에 금이 간 상태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17·세화여고)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12-2013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심석희는 첫해부터 잇달아 정상에 오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2013-2014시즌에서도 심석희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관왕(1000m·1500m·3000m 계주)을, 월드컵 2차 대회에서 2관왕(1500m·3000m 계주)을 차지했다. 다시 월드컵 3차에서는 3관왕을, 4차대회에서도 2관왕을 차지하며 올림픽을 위한 예열을 마친 상태다.
특히 올 시즌 열린 4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아 소치에서의 금메달도 충분히 예상된다.
심석희는 “꿈에 그리던 무대라 엄청 긴장된다. 경기를 잘 풀어가도록 마음을 차분히 갖겠다”면서도 “일단 계주에서 잘했으면 좋겠다. 개인 종목도 금메달 딱 하나만 바라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심석희의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21세에 불과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경기 모습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여자대표팀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리고 있다. 또 최근 부진한 남자대표팀도 정상 궤도에 올라선다면 다시 많은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 하이라이트 피겨여왕 김연아 2연패 도전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연아는 당시 228.56점이라는 세계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그랑프리 파이널·세계선수권·올림픽 등 피겨 메이저 3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후 선수생활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지난해 여름 현역에 복귀했다. 복귀 후 김연아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2012-2013시즌부터 현재까지 5대회에서 모두 200점을 돌파하는 저력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18.31점을 받으며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발목부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않고 재활과 훈련에만 몰입했다.
이후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에 출전해 올림픽에서 선보일 새 프로그램을 선보여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5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27.86점을 받으며 올림픽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연아는 선수생활 마지막을 예고하며 한 층 더 성숙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의 특징은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의 쇼트 곡과 서정적인 프리 곡에서 벗어나 쇼트에서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통해 감미로운 느낌으로, 프리에서는 ‘아디오스 노니노’를 골라 강렬한 분위기의 탱고에 안무를 맞췄다는 점이다.
더욱이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은 밴쿠버 대회 때 선보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비장조’를 뛰어넘는 최고 난위도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김연아 스스로도 ‘역대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강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새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99%까지 끌어올렸지만 체력과 집중력을 극대화해 소치에서 100%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연아에 대한 해외언론들의 반응도 뜨겁다. 세계주요 언론들은 소치올림픽 여자 피겨스케팅은 김연아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8일 김연아를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5명의 선수로 꼽았다.
이들은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는 피겨선수 중에선 불과 2명(소니아 헤니·카타리나 비트)만이 달성한 올림픽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며 “김연아에 도전할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김연아를 위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상종목 기지개
스키·썰매 메달사냥 도전
그간 스키와 썰매에서 부진했던 한국대표팀은 소치올림픽을 통해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올림픽 참가자가 최종 확정되는 스키에서는 프리스타일 모굴 최재우(19·한국체대)와 서정화(24·GKL), 스노보드 김호준(24·제일제당)과 이광기(20·단국대) 등 15명 내외의 선수들이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체조와 스키를 접목시킨 모굴의 최재우는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고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에서 5위에 오르는 등 한국 스키의 샛별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리즈 모굴 부문 ‘올해의 신인’에 오르면서 소치에서의 메달사냥에 청신호를 켰다.
최초로 밴쿠버에서 올림픽 무대를 밝은 스노보드 김호준 역시 지난달 중순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FIS 월드컵 하프파이프 남자부분에서 9위에 오르는 등 슬럼프를 완전히 벗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낮설었던 썰매 삼형제인 스켈레톤, 루지, 봅슬레이의 활약도 기대된다.
앞으로 타는 썰매인 스켈레톤은 썰매 바닥에 배를 깔고 머리를 앞으로 한 채 속도 경쟁을 벌인다. 윤성빈(19·한국체대)이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7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슬컬레톤 사상 첫 금메달이다. 또 올 시즌 아메리카컵 3~4차 대회에서 연속 동메달을 때난 뒤 대륙간컵 1~2차 대회에서 2위에 오르는 등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윤성빈은 스켈레톤을 시작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루지는 썰매에 등을 대고 누운 채 내려오면서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한국은 남자 1인승과 2인승, 여자 1인승과 팀 계주 등 전 종목에 출전권을 따냈다. 특히 여자 팀 계주는 2013-2014 시즌을 세계 9위로 끝내면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출전권을 따냈다. 이들은 소치를 통해 평창에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모양의 썰매를 타는 봅슬레이는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 등 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 출전에 도전한다. 남녀 2인승의 경우 원윤종(29·경기연맹), 서영우(24·성결대)조와 김동현(27·서울연맹), 정정린(25·연세대)조 2개 팀이 소치행 티켓을 따냈다. 또 남녀 4인승까지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파일럿 원윤종과 브레이크맨 서영주 조는 지난 9일과 10일 미국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열린 2013-2014 아메리카컵 7, 8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51초41과 1분51초71을 각각 기록하며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일럿 김동현과 브레이트멘 정정린 조도 지난달 5일 열린 6차 대회에서 합계 1분 52초92를 기록하며 모나코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고 지난달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거머쥐며 소치에서의 메달 소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한국팀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4년 만에 돌아오는 올림픽을 통해 세계정상의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비록 한국은 빙상경기에 치우진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점차 다양한 종목에 출전하며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또 결전의 그날 메달의 주인공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피땀 흘려 준비했던 선수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그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또 그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값진 메달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