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건 놓고 국정원-검찰 파워게임
채동욱 사건 놓고 국정원-검찰 파워게임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4-01-13 10:55
  • 승인 2014.01.13 10:55
  • 호수 1028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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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복수혈전 최후의 승자는?

[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 검찰수사에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2)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한 쪽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의혹 규명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최근 청와대 직원의 사건 연루 의혹과 더불어 국정원 직원도 채 전 총장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수사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검찰수사 결과에 따른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원 공작에 의한 것으로 드러난 사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판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JU사건 국정원 허위문건 공작’은 오는 1월 27일경 최종 선고되는 JU사건 재심을 통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국가정보원 직원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뒷조사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채 전 총장 개인정보 유출 수사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채군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혐의(초중등교육법 위반)로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난달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유 교육장이 지난해 6월 국정원 직원 송모씨로부터 “채군 아버지의 이름이 검찰총장과 같은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채군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 교장에게 문의한 단서를 잡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유 교육장이 학교 측의 답변을 듣고 채군의 정보를 확인한 후 송씨에게 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논란이 확산되자 국정원은 채군의 개인정보 유출에 국가정보원 정보관이 관여한 정황 일부를 국정원은 결국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를 직원 개인의 활동으로 국한시켰다.
국정원은 “직원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소문을 듣고 유 교육장에게 사실인지를 개인적으로 문의했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 이외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송씨의 부탁을 받은 유 교육장이 채군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교장에게 채군 아버지의 이름을 문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유영환 교육장을 지난달 불러 송씨의 요청을 받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송씨와 여러 차례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진익철(63) 서초구청장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군 관련 정보 유출에 연루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직원의 활동이 드러났을 때 이를 ‘국정원과 관련 없는 개인 활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정원의 통상적인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정보수집활동이 노출될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직원 개인의 관심사에서 비롯된 행위일 뿐 국정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왔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파악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S씨가 채군 관련 정보를 문의한 시점이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이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요청했던 지난해 6월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시점만 보면 청와대와 국정원 직원이 채 전 총장 뒷조사를 위해 동시에 움직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개인적 일탈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에 윗선의 존재와 조직적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후폭풍에 긴장

이에 국정원 직원이 채 전 총장 혼외아들에 대해 파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청와대는 검찰수사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전날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는 등 파장은 더 확대될 조짐이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검찰수사로 청와대가 심각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칫 야권의 특검 도입 주장에 여론의 힘이 실리고 여야가 재충돌한다면 경제활성화ㆍ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12월 임시국회가 다시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은 대선 공정성과 연결되는 부분이어서 국민의 의구심이 커진다면 정권의 정통성 논란이 재점화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가 채군의 인적사항 열람에 개입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군의 인적사항을 최초로 요청한 김 국장이 새 정부 출범 후 민정수석실에서 실질적으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결과 조 행정관은 인척 관계인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의 부탁을 받은 뒤 지난 6월 1일 평소 친하던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요청해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불법으로 확인,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와 안행부에 따르면 김 국장은 지난 정권 말기인 작년 12월 10일 파견돼 공직기강팀 검증팀에서 근무하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업무에서 배제됐고, 3월 23일 ‘원부서 복귀’ 전출 명령을 받았다. 이후 3월 28일 안행부로부터 대기발령 명령을 받은 뒤 5월 1일 자로 보직이 정해져 출근을 재개했다.
일단 민주당은 “꼬리 자르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며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의 특검 요구를 거듭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6일 국가정보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과 관련, 특검도입 등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복수의 작전이 진행됐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 최고위원은 “첫 라인은 청와대 곽상도 전 민정수석 라인, 둘째는 조오영 행정관 라인 그리고 국정원 단위의 작전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국정원 개혁이 미완의 작업임이 스스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검찰은 청와대에 눌리고 법무부 장관에게 휘둘리고 법원의 도움도 못받고 있다. 국정원에게 위협받는 상황으로 제대로 된 수사, 공판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여야가 상설특검에 합의한 마당에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도입 논의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수사 용두사미 시나리오

일각에서는 검찰수사가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권력의 개입이 의심되고 있어 검찰이 성역없는 수사를 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또 현재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으나 어느 한 쪽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과 국가정보원 직원이 비슷한 시기 채군의 신상정보를 확인하려 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복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사건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은 드러나 있다.
그러나 채군의 개인정보 열람을 지시·요청한 배후에 대한 규명 작업은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윗선을 추적해야 할 수사가 곁가지 주변에만 맴도는 양상이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송 정보관을 불러 조사했으나 국정원의 이런 해명과 비슷한 수준의 진술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면밀히 분석해 이들과 접촉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측이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유 교육장이 채군의 신상 관련 정보를 국정원에 넘겼다는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데 난관이 예상된다. 유 교육장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확실한 물증을 남기지 않은 채 휴대전화 통화 등으로 은밀히 부탁을 주고받았다면 검찰 수사는 다시 관련자들의 진술을 짜맞추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행정관에서 조 국장으로 이어지는 개인정보 유출의 또다른 경로에 대한 수사에서도 진술에만 의존하느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조 전 행정관은 애초 관련 의혹을 전부 부인하다 행정안전부 김모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번복하고 신학수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거가 희박하고 배후로 지목된 두 사람이 강하게 부인하는 데다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 몸담은 인사여서 실제 ‘윗선’일 가능성은 적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거짓진술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국정원 정보관이 유 교육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한 시기가 조오영-조이제 라인의 가족관계등록부 불법열람 시점과 거의 일치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혼외아들 의혹 첫 보도보다 3개월여 앞선 비슷한 시기에 두 경로로 개인정보 조회가 시도된 점 등으로 미뤄 복수의 경로를 통해 개인정보 조회를 지시·요청하고 결과를 취합한 배후가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검찰이 지금까지 해온 대로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려할 경우 사건 진상에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수사가 청와대와 국정원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정원 공작 사건들 다시 부상

국정원이 채군 개인정보 수집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채 전 총장 찍어내기’라는 음모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여러 정황을 미뤄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 사퇴와 관련, 국정원 직원의 활동이 드러나면서 최근 국정원 공작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JU 주수도 다단계 사기사건과 박주원 전 안산시장 뇌물수수의혹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사건의 당사자들이 “국정원이 사건에 개입해 검찰수사를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JU의 주수도 회장은 국정원과의 소송을 통해 “주 회장을 구속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허위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일부 입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2010년 7월 주 회장은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허위사실이 담긴 보고서 유출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주 회장은 2000만원의 국가배상금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의 사찰에 대한 배상요구는 기각하고 보고서 유출로 인한 손해배상만 인정했다. 국정원 ‘부패척결 태스크포스’팀은 2005년 1월 제이유 그룹이 사채놀이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패를 숨기기 위해 경찰과 검사, 판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렸다는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뒤 모 인터넷 신문에 기사화되도록 공작했다. 이와 관련해 JU 그룹은 검찰수사결과 뇌물을 뿌렸다는 보고서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국가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JU사건은 여러 면에서 채 전 총장 사건과 닮았다. 우선 JU사건과 관련, 국정원은 JU와 주 회장을 뒷조사한 문건을 만들어 언론보도를 종용하고 주 회장의 검찰 수사를 부추겼다. 국정원의 문건 작성 이유에 대해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는 추측이 적지 않다. 국정원 고위 인사가 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주 회장은 이를 거절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정원은 주 회장이 사기행각을 벌인다는 내용의 허위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박주원 전 안산시장 구속도 국정원이 배후에서 검찰을 움직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2년 2월 1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조해현)는 건설업체 김모 회장에게서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기소된 박 전 시장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4월 9일과 6월 4일 김 회장으로부터 안산시 복합단지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자로 선정되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박 전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에 대해 보복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검찰 고위간부인 K검사와의 악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악연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전 시장은 검찰수사관으로 참여정부 시절의 최대 게이트인 A씨 로비 내사 무마 의혹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때 K검사는 이 사건 연루 의혹으로 곤경에 빠졌고, 검찰수사관인 박 전 시장에게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K검사의 청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고, K검사는 이 사건 때문에 인사 큰 불이익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일각에서 “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박 전 시장에 보복성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연루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 전 시장은 관련 첩보를 입수해 사실 관계를 따지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 인사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최근인 고위 간부 L씨. 그는 자신이 나온 특정고교 출신자들을 신임하고 중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고교 출신인데, 공교롭게도 K검사도 ○○고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의 사건을 총괄 지휘한 수원지검의 고위급 B검사 역시 L씨와 같은 동향에 ○○고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각 기관에 있는 특정고교 출신들이 박 전 시장 수사에 깊게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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