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한계, “김무성 김문수 안희정 박원순보다 약하다”
오락가락하는 신당 창당 일정…대선 가도 약점으로 작용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안철수 신당 바람이 심상찮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집권 여당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더 주목하고 있다. ‘3자 구도냐, 양자구도냐’ , ‘지방선거 실패냐, 승리냐’를 결정하는 데 안 의원의 행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철수 신드롬이 다시 불어‘대세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이는 지지율로 증명된다. 정당에 속해 있지 않은 그가 여야 대권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의 높은 지지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새정치를 하겠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이와 동시에 안 의원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안철수 대권행의 바로미터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가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을 집중 분석해 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상승세가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다. 지방선거는 인물난으로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다음 총선에선 제1야당으로 우뚝 설 수도 있다고 본다. 안철수 신당 바람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급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이런 속내를 비쳤다. 새누리당 내에선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도 안철수 신당을 ‘경계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이다.
안철수 신당의 무서운 상승세는, 다음 총선구도가 ‘새누리당 vs 민주당’이 아닌 ‘새누리당 vs 안철수’로 흘러갈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을 앞선 데다 최근엔 새누리당까지 위협하고 있다.(한국갤럽 6일~8일 조사, 새누리당 36%, 안철수 신당 31%, 민주당 13%) 새누리당 내에서도 “안 의원이 지방선거에선 고전하더라도 총선바람을 타고 대권까지 바람을 탈 수 있다”고 전했다.
안철수 신당을 경계해야 하는 입장은 민주당이 더 절실하다. 선거 연대를 설파하고 있지만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야권에 속한 입장이기에 안철수 신당이 과연 어느 정도 폭발력이 있는지 유심히 분석하지 않았겠느냐”며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주변에서도 김한길 대표가 안철수 신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야에서는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만큼 ‘안철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
안철수 내부서도 논란
여야 관계자들은 지방선거와 총선에 약진할지는 몰라도 대통령감으론 결격 사유가 많다고 말한다. 첫 번째 이유로 “대권주자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철도노조 파업의 타결을 주도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태호 의원 등은 도지사를 지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참여정부 비서실장과 대선 후보를 지냈다는 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을 경험한 강점을 지녔다.
이에 반해 안 의원은 안철수-박원순 단일화를 통해 박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었지만 대선 후보 중도 사퇴로 단 한차례도 안철수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다. 오히려 안 의원은 자기고집도 세 참모들의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안철수 측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렇듯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안 의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말과 행동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을 뿐 말에 대한 실체는 없다. 철도노조 파업 당시에도 안 의원 핵심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지만 현장을 가는 것은 낡은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하며 리더다운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야에선 안 의원에 대해 더욱 강도 높은 검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노원병 선거에 출마했지만 안 의원은 그 동안은 혹독한 검증을 제대로 치러본 적이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안 의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신비주의 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대선주자로서 급부상했지만 안 의원의 실체가 드러나면 대권 주자로서의 역량 부족 등이 모두 드러날 것으로 본다”며 “좋은 말만 포장하는 안 의원의 파괴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당 창당’ 시기를 놓고 애매모호한 발언을 하는 것도 대권 가도에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측이 영입한 윤여준 전 장관이 “3월에 창당할 것이다”, “신당창당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야에서는 이것이 새정치의 실체라고 말한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기본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참여는 정당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당을 창당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실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 인사들도 “내부의 공천이나 경선 시스템을 못박아야 국민이 기대하고 따라갈 수 있는데 신당 창당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평했다. 즉 새정치의 기본은 창당이라는 얘기다.
사실 신당 창당 시기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인재 영입이 쉽지 않아서다. 새정치를 위한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려 하지만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탈당해 안철수 진영에 합류했다. 여기에다 새누리당 전직 당협위원장들도 안철수 진영을 노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의원이 영입한 윤여준 전 장관, 김효석 전 의원, 이계안 전 의원 등은 새정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이 새정치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안철수 진영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 구시대 인물들이다. 새정치를 하려면 참신한 인물들이어야 하나 대부분 새누리당, 민주당 2진들 뿐”이라며 “이는 기생정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미 새정치를 추구하는 안 의원이 똑같은 조직을 만들어 조직 싸움을 펼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새정치를 추구하려는 안 의원이 스스로 새정치 그림자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말만 포장 중”
비전 보여주지 못한 安
여야에선 안 의원을 바라보며 고건 전 총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여준 전 장관은 “안 의원이 대통령이 꼭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고 말한 것을 토대로 여야에선 ‘안 의원이 권력 의지가 약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은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 사퇴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고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고 전 총리는 2007년 대선을 1년여 이상 앞두고 있을 당시 이명박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할 만큼의 유력 대선 주자였다. 그러나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정계를 떠났다. 당시 고 전 총리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멍석을 깔아줘도 나서지 못한다’고 평했다.
고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전국에 불고 있는 안철수 바람을 태풍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새정치의 윤곽을 드러냄과 동시에 초선의원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 전면에 먼저 나서 스스로 검증을 받고 대권주자로서의 정치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국회에서 보여준 안 의원은 정치적 행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판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새정치에 대한 뜻과 의지가 있지만 실천 여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분명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한 채 여야가 제시한 안 중에 좋은 것들만 베끼고 있는 꼴이다. 여기에 애매모호한 화법, 기성 정당 사이에서 반사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정부조직법 논란이 일자, 안 의원은 “어느 한쪽 입장이 100% 옳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해 5.18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대선 출마 이후 끊임없이 어느 한편에 설 것을 요구받았지만 결코 편가르기 정치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영남지역에 어떤 후보를 낼 것이냐는 질문에도 애매모호한 답변만 되풀이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 당직자는 “왜 안철수가 ‘간철수’겠느냐. 애매모호한 화법은 안 의원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국민의 머릿속에 남게 하기 위해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좋은 말만 모두 다 가져와서 짜깁기 한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 피로감은 갈수록 증가될 뿐 아니라 안 의원을 서서히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