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수도권 김대운 기자] 갑오년(甲午年)은 말의 해 인만큼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은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기세를 높일 것으로 여겨진다.
중앙정치를 몸소 겪어왔으나 지금은 정계를 은퇴한 이찬구(전 13대 국회의원. 72)씨를 만나 그동안 지역주민으로서 느낀 소감과 앞으로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바램을 들어봤다.
▲ 성남지역 국회의원을 역임하시고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신 후 자택(수정구 복정동)에서 집필 등으로 소일하시면서도 목소리는 현역 때와 별반 다르지 않고 연세에 비해 건강하십니다. 건강관리에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계십니까?
16살 때 동네에 인플루엔자 감기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생사를 넘나들며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나도 감기에 들었으나 지인의 소개로 냉수마찰욕을 하면 괜찮다고 해서 냉수마찰로 감기를 떨어뜨리고 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하7~8도는 기본이고 영하 17도의 날씨에도 매일 아침마다 냉수마찰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감기를 걸린 적이 없습니다.
하루 3~5갑씩 피우던 담배는 13년전에 끊었고 두주불사 주종불문(斗酒不辭 酒種不問)했던 술도 5년전에 끊어서 그런지 아직도 체력은 4~5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교수를 지내신 이후 정계에 입문해 당시 거물 정치인이셨던 지역의 현역의원을 꺽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13대 국회의원 의원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의원직을 사퇴하신 바도 있으시고 정계를 은퇴하신 뒤 이후에는 성남 지역에 머무시면서 지방자치시대의 지방정부를 줄 곧 지켜보셨는데 소감은 어떻습니까?
일단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 성남의 예를 들면 역대 민선 시장들이 현직에 있을 때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유야 어찌됐던 말로에는 모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수모를 당하고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성남시민의 입장으로 바뀌어 평소 지역 어른 역할을 못하고 있었구나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성남시민으로서 창피한 일이죠.
그렇다고 국정을 다뤘던 입장에서 지방 정부의 행정을 다루는 행정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도 아니고 잘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거의 방관하다시피 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국정이나 지방행정이나 국민을 위한다는 큰 틀에서는 거의 공감하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다만 중앙정치가 국가 운영을 위한 정책위주의 큰 틀이라면 지방행정은 일선 주민들의 생활밀착형 정책과 예산집행이 많아 지방정부 수장에게 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입니다.
일례를 들자면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쳐도 일선 지방정부에서 수행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뒷받침이 늦어져 지연될 경우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행정은 곧바로 행정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의 불똥은 거슬러 올라가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국가 정책과 지방정부의 행정이 상호 사전 소통을 통한 보완책을 만들지 않고 밀어붙이거나 지방정부가 중앙정책에 대해 시일을 끌면서 지체시킨다면 행정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중앙정부의 국정철학이 국민생활 밀착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행정 수장이 국정 철학을 공유한다는 기본 철칙이 우선해야 국민 불편이 다소 해소되면서 원활한 정책이 뿌리내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광역, 기초)은 4년 임기이지만 선거를 앞둔 해에는 늘 임기말 레임덕 현상으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염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기말 레임덕 현상은 중앙정부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최고 인사권자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있는데 나중에 책임 질 수도 있는 부분을 감수하면서 나서지 않겠지요.
그들은 계획했던 사업들이나 마무리 잘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모험을 걸 수도 있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않을 것입니다. 무사안일, 복지부동, 복지안동 등의 용어가 이래서 나온 얘기 아니겠습니까?
중앙정부는 정책의 실현을 위한 장기적 국가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 하지만 지방행정은 앞서 밝혔듯이 주민생활밀착형으로 레임덕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발생해서는 안되고 주변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오는 것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결국 시민들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로 전락되기 때문입니다.
또 레임덕 현상에 대해서도 행정수장이 스스로 불러온 자발적인 현상도 일부 있겠지만 전국의 지방행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또 다른 면은 지방정부 수장의 레임덕을 오히려 유도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행정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기도 전에 음해성 집단발언을 유도하는 등 지방정부에 분열과 혼란을 야기시켜 행정 공백을 초래케 하는 구시대적 발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평소 지방의회를 통해 예산 삭감 등의 방법으로 지방정부 수장의 사업 진행을 필요한 시일내에 집행 할 수 없도록 방해하거나 아예 집행을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 놓은 뒤 이를 현 지방정부 책임자의 무능으로 몰면서 책임을 전가시킨 뒤 레임덕 현상이라며 그럴듯하게 포장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집단들이 다분히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차기 지방정부 수장은 재임이 되던 신규로 선출되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 행정수장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자신들의 당리당략과 전략 전술에 의해 의도적으로 가로 막아선다면 결국 지방정부 해당 주민들만 불편을 감수하면서 피해를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흔들지 말고 지방정부가 원활하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아 주는 풍토를 조성해 주고 실정에 대해서는 차기 선거 때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건전한 지방정부의 정치 풍토가 지방자치단체 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꿈꾸는 후배 정치지망생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정치발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삼불연(三不緣)의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봅니다.
즉 학연, 지연, 혈연에 기대는 정치는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절대 해악으로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사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꾸면서 전임자가 했던 것은 모두 부정해 버리는 행정력과 예산낭비 등 행정 불신의 도화선을 과감히 걷어내야 합니다.
최소한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생각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모든 위정자의 교과서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율기육조(律己六條)편에 강조한 청심(淸心:깨끗한 마음가짐)과 병객(屛客:사사로운 손님은 물리칠 것)의 정신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둥지를 틀 예정인 정치예비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dwk0123@ilyoseoul.co.kr
수도권 김대운 기자 dwk012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