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기업수사 MB핵심 겨냥 한 것”
“다시 시작하는 기업수사 MB핵심 겨냥 한 것”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4-01-06 11:19
  • 승인 2014.01.06 11:19
  • 호수 1027
  • 1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착취재] 재계 향한 본격 사정 조짐에 기업들 한숨

여권·검찰 일각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 확대는 없을 것”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의 임명으로 검찰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업수사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아 재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검찰은 효성그룹과 더불어 STX, KT 수사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효성그룹 등 최근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모두 전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검찰수사를 근거로 “내년 초부터는 강도 높은 4대강 수사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수사를 통해 현 친이계 지자체장들에 수사의 칼끝을 겨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의 기업수사는 친이계 핵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 조석래

검찰은 최근 효성그룹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조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및 거액의 세금 탈루 혐의를 조사 중이다. 검찰 수사초점은 조 회장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분식회계로 회사 손실을 위장하는 한편 법인세 수천억원 탈루하는 데 어떻게 관여했는지에 맞춰졌다.
조 회장은 탈세 혐의 외에도 해외법인 명의로 돈을 빌린 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탁한 1000억원대에 이르는 해외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또 효성캐피탈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거액을 불법대출해 준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상운 부회장,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 차남 조현문 변호사를 각각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조 회장을 조사한 검찰은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13일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효성그룹이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10여년 간 계열사 매출을 줄이는 수법으로 1조원대 분식회계를 해 수천억 원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배임액은 700억〜8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계열사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는 그룹 총수로서 조직적인 불법행위를 지시·묵인했거나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짐작한 듯 지난 10월 30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해 11월 14일 퇴원한 뒤 12월 5일 재입원했다. 1935년생인 조 회장은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세가 악화돼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있다.
조 회장의 입원 때문인지 법원은 조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12월 18일 오전 조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전휴재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범죄사실로 추산한 탈세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조 회장의 배임 및 횡령 등 전체 범죄액수는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장남 조현준(45) 사장 등 그룹의 주요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3녀인 이수연씨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부인이다. 조 부사장은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데, 조양래 회장은 조석래 회장의 동생이다.
효성그룹 수사와 관련, 검찰은 2007년 경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200~300억원 비자금 조성제보를 받고 수사를 한 적 있다. 이때 2006년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수사 중 효성그룹 돈세탁 의혹 등도 조사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에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2010년까지 수사하다 흐지부지 종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에는 효성 그룹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해 소정의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 이석채

KT 수사 종착점 어디?

이석채 전 KT 회장(68)에 대한 수사도 MB 핵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이 전 회장 수사와 관련해 “이 전 회장의 혐의가 복잡해 조사할 부분이 많고 이 전 회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매각하고 서울지하철 쇼핑몰 조성 사업인 스마트몰 사업 투자를 강행하는 등으로 인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금액이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또 검찰은 이 전 회장이 2009~2012년 임직원에게 지급한 상여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계좌추적을 한 결과 비자금 규모가 당초 예상의 3배를 넘는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전 회장과 이면계약을 맺고 비자금 조성에 협력해 수사선상에 오른 KT 임원도 30여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경조사비나 선물비용 등으로 사용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으며, 사용처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검찰이 이 전 KT 회장이 배임 액수가 1500억원에 달하고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해 이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리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추가 조사를 마친 후 비자금 조성과 사업투자 결정에 참여한 전ㆍ현직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동시에 검찰은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전 정권 핵심에 흘러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비자금 용처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미 이 전 회장 비자금 용처 일부를 파악했으며, 친이계 핵심 가운데 일부가 비자금과 연루된 정황을 파악했다”는 말이 파다하다.
또 KT가 전 정권 때 특정 보수단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단체와 KT가 사업을 벌인 과정에 정치권 인사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비자금과 묶어 조사할 계획이다.

▲ 강덕수


아울러 검찰은 강덕수 전 STX 회장에 대한 조사도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강 전 회장에 대한 여러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MB 정권 핵심 실세 A씨가 비자금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강 전 회장 때 STX에 손실로 처리된 자금을 살피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강 전 회장이 올해 초 STX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10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강 전 회장은 올해 1월 STX조선해양의 2012년 경영성과 평가를 통해 10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STX조선해양은 기준 성과급 20억 원에 성과 달성률을 곱해 회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성과 달성률이 50%에 못 미치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STX조선해양 성과 평가위원회가 강 회장에게 성과급을 주기 위해 성과 달성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전 회장이 2001〜2012년 STX 각 계열사에서 받은 근로소득은 배당금을 제외하고 1,02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84억6000만원을 받았다.
성과급이 지급된 올해 1월 STX조선해양은 재무구조 및 유동성 악화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STX조선은 강 회장에게 1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지 석달 뒤인 올해 4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편 검찰수사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기업의 숨통을 너무 옥죄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서 “청와대가 기업수사의 강도조절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과 검찰 일각에서는 “전 정권과 비리를 공유한 정황이 있는 기업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 외에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 확대는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