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하이트진로]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1-06 11:00
  • 승인 2014.01.06 11:00
  • 호수 1027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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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참이슬…글로벌 브랜드 날개 달다

한국 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마흔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두 회사가 경영혁신과 전사적 자원관리(이하 ERP)프로젝트를 통해 하나로 융합된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 주식회사는 국내 대표 주류업체다. 오랫동안 국내 소주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해 온 참이슬을 비롯해 즐겨찾기, 매화수, 동의보감 복분자, 일품진로 등 소주와 하이트(hite), 맥스(Max), 드라이피니시(dry finish), 에스(S), 스타우트(Stout) 등에 맥주, 그리고 양주와 생수 부문에서 다수의 인기 주류를 생산하고 있다.

1924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진로와 1933년 설립된 국내 최초 맥주회사인 하이트맥주는 오랜 세월 국내 대표 주류회사로 성장해왔다.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2011년 9월 1일 통합 법인인 하이트진로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국내 1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를 슬로건으로 해외 진출을 보다 확대하고, ‘하이트’와 ‘참이슬’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등 사업다각화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도약 위해 선택한 첫걸음

하이트와 진로는 합병하기 전부터 주류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기업이고 각자 성격이 다른 회사였다. 합병된 후에도 각자의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서로 다른 특성을 융화하지 못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업무상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해 업무 비효율성이 문제로 지적됐으며, IT시대에 뒤처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전체적인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합병된 두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 통합을 위해 ERP를 구축해 업무와 의사결정에 있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여러 회사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 구매, 제조 등과 회사의 유연성에서 강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하이트진로의 혁신 작업은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뒤처져 있으니 따라가야 했고, 늦었으니 단축해야 했다. 점진적 개선보다는 빅뱅(Big-Bang) 방식을 취해야 했다. 프로세스 혁신(PI), 전사적 자원관리(ERP),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기업포털(EP), 모바일오피스(Mobile office), 전자전표(e-Bills), 자동수금관리(CMS) 일련의 작업을 동시에 그리고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서로 다른 회사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ERP 구축을 진행할 경우 ERP 구축 완료 후에도 회사 통합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병 결정 후 2011년 9월 회사 합병이 완료되기까지 약 4개월, 사실상 그 기간이 매우 짧았기에 단계적으로 부분 합병을 진행 중인 현재 상황에서 ERP의 유연성과 확장성은 단계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또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욱 효율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트진로는 서로의 관계를 갑과 을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이 잘되려면 파트너를 잘 골라야 하는 것이지 갑과 을의 관계로 접근한다면 시작부터 실패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명확히 해야 했다. 그런 다음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갈 파트너를 골라야 한다. 내부 파트너도 마찬가지다. ‘왜’에 대한 생각,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자들을 선발하고, 그런 다음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이들은 프로젝트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아무나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ERP·BI 동시 도입 시너지 효과 ↑

2009년 12월 발족해 3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가진 후 3월 초에서 6월까지는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본 프로젝트는 6월 말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 4일 오픈했다. 실제 구축기간은 약 9개월 소요됐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진로, 진로소주 3사 통합을 위해 ERP뿐 아니라 기업 포털 프로젝트, EP, 모바일 프로젝트 등도 같이 진행해 인터페이스를 연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또 자동수금 CMS 시스템과 ERP와의 연동도 같이 진행했다.

특히 모바일 프로젝트는 ERP 구축과 함께 그 시너지가 극대화됐다. 모바일로 현장작업이 가능해져서 실시간 영업 관리, 보고 및 결재가 가능해지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데에는 큰 리스크가 있는 일이었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프로젝트 간의 시너지가 높아 내부 직원들의 ERP에 대한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최근 외국맥주 수입 증가 등 주류시장의 시장파이는 줄어들고 경쟁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RP를 통한 프로세스 전산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ERP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면서 비즈니스인텔리전스(이하 BI)를 동시 도입함으로써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경영방식 수립과 직원들의 사명의식 고취를 통해 전사적인 시스템 혁신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실무자나 중견간부까지 실질적인 데이터에 접근해 ERP의 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지금까지는 판매 목표량을 중시하는 ‘양’ 중심의 경영방식을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양 중심의 경영은 원가를 철저히 고려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ERP 시스템을 통해 제품별, 라인별, 지점별 다양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졌음은 물론 향후 출시될 제품의 표준원가와 수익성을 산출해볼 수 있으며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ERP를 활용해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손실을 줄임으로써 영업이익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양 중심에서 원가/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번  ERP 도입의 가장 큰 성과다.

재고 관리로 비용 최소화

식음료업계에서 재고는 회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특히 발효식품인 맥주인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저하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ERP를 통해 가능해진 재고 관리로 재고 절감을 위한 목표설정 등 업무 기준과 가치관 틀이 바뀌어나가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고 비용은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곧 수익으로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문서결제, 전자전표시스템 등을 전사포털(EP)에서 통합 처리해 보다 효율적인 업무수행도 가능해졌다. ERP를 통한 단순히 업무개선을 넘어서 BI를 통해 얻은 정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가 및 수익성 분석을 통해 현장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해 투명 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분석보고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겨 ERP의 효과까지도 평가절하 될 수 있었기 때문에 BI 도입을 같이 한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기존의 주류업계 기업들은 대개 인사·영업·물류·생산·자재·재무회계·구매·EIS 및 BI 등의 모듈만을 진행했지만, 하이트진로는 OEM(영업)과 재무·구매·재고·자재·구매·수출입 생산·품질·생산계획·관리회계(원가 및 수익성 분석)등 20개 모듈에 걸쳐 진행했다.

한꺼번에 많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었지만 하이트진로에 맞는 적절한 패키지 선정으로 방대한 범위의 구축을 온타임에 진행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에 동종업계에서 이루지 못한 결과다.

하이트진로는 업계에서 비교적 늦게 ERP를 구축했지만 프로젝트를 온타임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는 측면에서 동종업계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운영효과 측면에서 품질제고를 통한 클레임 비용 절감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재무결산기간, 원가결산 및 수익성 분석기간을 단축시켰다.

그리고 구매 결재 단계 및 구매 이력관리 간소화 등을 통해 업무 능률을 높이며 송금수수료와 이송비, 역물류, 환업비 등의 비용절감을 통한 비용 효율화 및 물류센터 환경개선, 재고자산 감소, 설비자재 중복 구매 방지, 냉각기 관리에 따른 신규 구매축소 등을 통한 자산 최적화로 향후 4년간 총 594억여 원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전략적 효과 측면에서는 다차원적 원가 분석과 다양한 관점에서 가능해진 분석 데이터를 신제품 출시, 제품 전략 및 대규모 투자에 반영했다. 그 결과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852억 원의 효과를 얻어 약 1446억 원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강원 공장 전경
효율적 의사결정 파트너십 유지

또한 파트너사인 LG CNS와의 협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LG CNS는 1987년 설립된 글로벌 IT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현재 중국, 일본, 미주,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 법인을 두고 있다. 총 90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컨설팅, 시스템 통합, 아웃소싱, ERP/BI, IT인프라 솔루션, IT컨버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류산업의 독특한 특성상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다기보다 판매 방식이 독특한 하이트맥주 실정에 맞는 PI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 결과 PI 단계에서부터 임원들에게 방향성을 정립해 줄 수 있었다.

또 ERP 구축에 대한 강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 많은 실무진을 투입, 코어 ERP뿐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ERP를 구축하였음에도 프로세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오라클과의 긴밀한 공조 및 변화 관리를 통해 업계 최초로 구축 완료를 온타임에 진행하고, 하이트진로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LG CNS는 스마트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기대 그 이상의 가치를 주고자 언제나 노력하는 훌륭한 파트너다. 하이트진로의 ERP프로젝트에 당면했던 여러 도전 과제와 요구사항 중 각기 다른 기업 프로세스 및 문화 통합의 목표와 하이트진로에 맞춤화된 실행 전략에 기반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그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성공적으로 ERP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향후에도 하이트진로는 기업 통합과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LG CNS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끝>
<정리=박시은 기자>
<출처=소맥 황금비율을 찾다 中│김영태·최일용 지음│매일경제신문사>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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