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삼성 소속 ‘옛말’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가 현주인
홈플러스, 삼성 소속 ‘옛말’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가 현주인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1-06 11:00
  • 승인 2014.01.06 11:00
  • 호수 1027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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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국내기업 ①- 홈플러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가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서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세 회사의 지분 전량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첫 번째가 홈플러스(회장 이승한)다.

‘삼성’이미지로 첫 승부…소비자 혼란 틈타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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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포털사이트에 ‘홈플러스 국내 기업?’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국내 유통기업이다”, “삼성테스코 소속이다”, “국내 자본 없는 영국 기업이다” 등의 주장과 설명이 나온다. 그런데 이 검색어 중 “영국 기업이다”라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구 버전이다. 삼성과 이별하고 영국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TESCO)가 출자한 네덜란드의 법인인 테스코 홀딩스가 그 주인이다.
다시 말해 홈플러스는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와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 관리하고 있는 영국 자본의 대한민국 유통 기업이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국내 기업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백인수 롯데유통전략 연구소장은 “삼성 브랜드 활용 전략 덕에 아직까지 홈플러스가 외국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사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출자한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 홀딩스가 1대 1로 합작해 삼성테스코를 설립했다.
지분이 사실상 외국계 자본이었므로 사실상 외국 회사였지만, 삼성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 2011년 2월 28일까지 삼성 브랜드를 사용했다.
태국(테스코 로터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현지 브랜드 명을 테스코 뒤에 붙였지만 국내에선 월마트와 까르푸 같은 세계적인 유통공룡들이 자체 명칭으로 버티지 못한 이유를 들어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삼성 지분이 매각되기 전까지 홈플러스는 삼성 측에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현재 삼성 지분이 매각돼 이도 중단됐다. 2011년 3월 1일 회사 명칭에서 삼성을 삭제하고 홈플러스 주식회사로 회사명을 변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해 7월 1일 삼성은 나머지 지분도 매각했다. 하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홈플러스테스코에서 운영하는 홈플러스 매장 외벽에는 TESCO 상표가 붙어 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징이다.
홈플러스 매장은 2007년 63개에서 2013년 말 138개로 75곳이 증가했다. 업계 1위인 이마트가 같은 기간 111개에서 148개로 37곳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홈플러스는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필립 클락 테스코 총괄회장이 지난 6월 “한국은 테스코 전 세계 사업장 중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라며 “절대 (홈플러스) 매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을 정도로 향후에도 매장 증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편의점 대대적 확대 골목 상권 침해 ‘시끌’

5000개의 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는 소문도 퍼진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전통시장 상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승한 회장이 유통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정작 홈플러스는 상생 협력을 외면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계에 퍼지는 상생 분위기를 오히려 외국계 기업인 홈플러스가 영업 확장의 기회로 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한 회장은 유통산업 발전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협의회는 유통산업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하지만 협의회 설립 취지가 무색해져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상생 분위기 덕에 그나마 한시름 덜었는데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잘 갖춰진 물류망을 바탕으로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면 골목 슈퍼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호소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21일 납품업체에 폭리를 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3억 원을 부과 받기도 했다.

한편 2008년에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테스코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구 홈에버 점포 중 일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 및 관리하는 구조도 별개여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주식회사와 홈플러스테스코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박스]
‘0.5시간제’로 이승한 회장 100억 벌어…노조 반발

홈플러스의‘0.5시간 계약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건비 감축을 위한 꼼수라며 노조가 계약을 폐지하지 않으면 오는 9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0.5시간 계약제는 말 그대로 근무 시간을 30분 단위로 계약하는 것으로, 홈플러스에서만 시행되는 특이한 근로계약 형태다. 노조는 “근로 과정이나 작업량이 동일한데도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10분을 줄인 근로계약을 종용해왔으며, 계약 시간을 넘기는 연장근로가 발생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매년 133억 원 규모의 임금 체불이 발생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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