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싸움에 뛰어든 유승민 김무성, 비박계 상징 우뚝
“정권 후반까지 비토…” 대안세력 자리매김 위한 행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원조 친박에서 비박계로 전향한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유승민 의원은 철도민영화에 대한 개인적 견해와 박근혜 대통령 주변 참모들을 비판했고, 김무성 의원은 철도노조 파업 철회 결정을 합의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 이면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서서히 높이고 현 정부의 무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에 대한 정치권 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아직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본 후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데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부를 때려 비박계의 상징으로 우뚝섬과 동시에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다. ‘원조 친박계’ 조용한 반란을 따라가 봤다.
“철도 민영화, 철도 노조와의 갈등 등은 철저한 진영 싸움 논리다. 지지한다와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부딪힌 상황이다. 국민여론은 박근혜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시점에 원조친박 핵심에서 비박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들의 발언은 친이계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의 발언과는‘급’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계산 하에 움직인 행보다. 지금 있는 진영 기반과 박근혜 정부에 대해 실망한 진영까지 껴안으며 비박계의 상징으로 우뚝 서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갈수록 비주류들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비주류가 연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방선거 이후 정점에 달할 것이다.”
정치적 목적 위한 행보
국회를 출입하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새누리당 내부가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돌을 던지는 분위기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 철도 노조 파업과 관련해 당 지도부의 무능함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정책적 이슈라는 점에서 이들의 ‘돌출행동(청와대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에 큰 이득이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자기 목적을 실현하겠다는 저의도 담겨 있다.
‘원박에서 비박’으로 말을 갈아탄 이들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잃을 것은 없어도 얻을 것이 많다는 점이다. 상식적인 충언을 던짐으로써 비박계 주자의 상징으로 우뚝 서고,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들이다.
경제통으로 한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혔지만 친박계의 폐쇄성을 비판하는 등 쓴소리를 내뱉어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졌던 유승민 의원은 KTX 자회사 설립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꺼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기자들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 “애초에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며 “경쟁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서발 KTX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노선인데 그 자회사와 현재 적자 노선이 많은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했으면 수서발 KTX 자회사에 경춘선이나 장항선 등 기존 코레일 적자 노선을 떼어준 뒤에 경쟁을 붙여야 공정한 경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광화문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들면서, 청와대는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적자가 나는 노선을 얹어서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으면 이렇게까지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원래부터 철도 민영화에 반대했던 사람인데 지금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수서발 고속열차 사업 접근을 부추기면서 민영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정부를 비판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침묵해 왔던 유 의원이 “성급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 의원의 이번 발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을 어느 정도 염두에 뒀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유 의원이 큰 정치를 하기 위해 기지개를 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정부에 대해 비토하면서 그 속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것”이라며 “이회창 전 총재는 국무총리 시절 김영삼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하며 갈등을 빚어 총리직에서 해임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급등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권 내에선 ‘현역 프리미엄’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쉽지 않다는 여론이 강하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크게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비토세력인 유 의원에게 얼마든지 손을 내밀 수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제안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에서 도와줬던 만큼 유 의원도 얼마든지 박 대통령의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청원 의원의 국회입성으로 자연스럽게 비박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김무성 의원은 22일간의 사상 최장기 철도파업을 지난해 12월 30일로 종지부 찍는데 막전막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냄으로써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여권 지도부는 물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김 의원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설득해가면서 타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청와대에서 이를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가 듣기로는 청와대나 특히 대통령이 노조를 완전히 짓밟아서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원망하는 얘기가 많이 들려왔다. 내가 아는 정부 인사도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청와대가 반대하고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나선 것은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실기가 김 의원에게는 기회가 된 셈.
지방선거 이후 반란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권 도전에 나서는 김 의원이 조용한 행보를 통해 비박계 주자들을 포용하면서 당내 세력을 키우고 있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다면 김 의원의 입지는 더 견고해진다. 이럴 경우 친이계와 비박계의 목소리가 커질뿐 아니라 당내 세력도 김 의원에게 쏠리게 된다. 비박계를 포용하는 등 공부모임을 통해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한 김 의원의 행보는 박 대통령의 불통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김 의원의 타협이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진영 논리에 있어, 박 대통령이 끌어안지 못한 세력을 끌어안은 것이다.
비박계 주자들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지방선거가 6월에 펼쳐진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여론을 읽을 수 있는 장이 서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지방선거 패배론’이 불면서 비박계 인사들의 보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초선의원들도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서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당을 장악할 수도 있다. 청와대로선 비박계 주자들의 움직임이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