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사정 정국 3단계’ 갑오정국 이끈다
박근혜 정부 ‘사정 정국 3단계’ 갑오정국 이끈다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1-06 10:47
  • 승인 2014.01.06 10:47
  • 호수 102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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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기강 확립 → MB정부 잔재 청산 → 야권 군기잡기

1단계  MB정권 때 발탁됐던 고위 공직자 물갈이
2단계  4대 금융지주 등 전 정권 인사 수사 대상
3단계  노량진 재개발 비리 등 정치권 인사 조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가 사정 드라이브를 위한 채비를 갖췄다. 마지노선이었던 지지율 50%대가 무너지면서 강도 높은 사정 정국을 조성해 국정 장악력을 다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김진태 검찰총장의 취임과 김수남 수원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면서 영남권 인사들로 꾸렸다.
박근혜 정부 초반 핵심 사정라인을 확실히 장악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채동욱 사태, 조석래 회장 기각 등으로 봤을 때 검찰조직은 청와대가 장악했다. 일각에선 사정라인의 컨트롤 타워인 비서실장 및 민정수석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풍문까지 나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정장악력을 다지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단계 공직기강 확립→2단계 MB정부 잔재 청산→3단계 정치권 인사 군기잡기라는 것. 그 내막을 알아봤다.

역대 정권마다 임기 초반 사정기관을 통해 사정 칼날을 휘둘렀다. 공직사회 군기를 잡고, 국정 장악력을 다지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사정기관 수장 자리에 믿을 수 있는 인사들을 발탁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검찰총장 인선을 강행하면서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아무리 이런저런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해서는 안 된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한 단계 도약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장악한 청와대

특히 박 대통령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자기 이해관계에 부딪히면 법치를 무시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청와대가 검찰을 장악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채동욱 혼외자 정보 유출과 관련해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자신의 배후로 안전행정부의 김장주 국장을 지목했다가 다시 번복, 이명박 정권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낸 신학수씨를 지목했다. 신 전 비서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12월 20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줄을 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총장 임명 과정에서 김 실장과의 인연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1단계-고위 공무원 물갈이

사정라인을 장악한 청와대는 1단계로 공직기강 확립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 비서실과 국무조정실 1급 공무원 10명이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특히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가 주변에서는 이러한 소식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위 공무원 물갈이가 공직기강 확립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직기강 확립을 최우선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번 조치는 철도노조 파업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관가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로 보낸 것이란 해석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인 인사쇄신으로 집권 2년차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당 안팎에서도 ‘철밥통’ 공무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있어야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제야 공무원들의 철밥통 분위기를 깼다”고 말했다.

또 인사 물갈이가 전 정권 인사들이 중심이 될 것이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이명박 정부는 전 부처 1급 공무원을 일괄 사표를 받았고,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명박 전 정권 사람들을 겨냥한 고위 공직자들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 정권에 발탁된 미래부 기조실장, 창조경제조정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 등에 대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당직자들이나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란 말들이 나돌고 있다. 벌써부터 이력서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2단계-재계로 향하는 사정 칼날

이와는 별도로 사정 칼날이 재계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돈독한 연줄을 가진 수장들이 주 타깃이다. 이른바 MB 잔재 청산이다. 현재 검찰을 필두로 이들에 대한 비리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사정라인을 장악한 청와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풍문까지 나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혐의가 입증된 사안이더라도 새 정부의 전 정권 실세 죽이기가 겹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그동안 방관했던 금융당국의 손보기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관련된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의혹,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파이시티 관련 신탁상품 불완전 판매 여부와 미술품 매입, 퇴직 후 보수 문제로 검사 중이다.

특히 어 전 회장은 이미 ISS에 내부 보고서를 유출한 건으로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았으며, 도쿄지점 비자금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에는 정관계 인사들의 계좌 불법조회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일반인 계좌 불법조회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등을 포함 1000여 명과 일반인 다수를 신한사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계좌를 불법 조회한 혐의다.

강만수 전 회장도 대우건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대우건설 전직 직원은 금융감독원에 내부 보고용 문건을 제보했다. 대우건설의 국내외 40여 사업장 손실 1조 원가량이 회계에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또 MB정권 이석채 전 KT 회장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는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 측에 860억 원대의 손해를 입혔다”며 이 전 회장을 고발했다. 뒤늦게 떠오른 ‘배임’ 혐의 수사가 MB 정권이 끝나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전 회장을 교체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국타이어, STX 등 MB정권과 가까워도 기업들을 수사할 것이란 얘기가 서초동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3단계-야당 중진의원 타깃說

검찰이 정치권과 재계 커넥션을 밝힐 것이란 말도 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한 매체는 야당 중진 의원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지원하도록 의원이 KT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T 자회사인 엠하우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KT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는 A사에 대한 지원 배경과 과정이 기록된 내부 문서와 회의록을 확보했다. 특히 A사는 부실 경영으로 미수금이 발생했는데도 엠하우스와 거래를 계속하면서 지난해 9월 2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야당 중진 의원이 청탁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상여금을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친이계 인사들에게 비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다.

또 민주당 고위 당직자인 J 의원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문은 한 달 전부터 흘러나왔다. J 의원의 전 지역 비서관이 노량진 개발 사업으로 긴급 구속되고 현직 보좌관마저 연루 의혹을 받아 재판을 받으면서 검찰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민주당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10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에게서 금품수수를 한 혐의로 긴급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정치인 수사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 L 의원이 최종 타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국정 장악력을 높기 위해 1·2단계를 거친 뒤 사정정국은 자연스럽게 정치권과 야권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야권 의원들은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야권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와 맞불려 있다 보니 박근혜 정부가 사정칼날을 매섭게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 야권 인사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말도 신빙성 있는 지적”이라며 “이 사건들이 재탕해서 지방선거에 활용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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