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세계-①]‘스타’ 유시민·이광재, 보좌관 출신 경험 빛봐
[국회 보좌진 세계-①]‘스타’ 유시민·이광재, 보좌관 출신 경험 빛봐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1-06 10:39
  • 승인 2014.01.06 10:39
  • 호수 1027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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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 해외유학파, 로스쿨 졸업한 변호사 다양

최근 대학 졸업생이나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국회 보좌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좌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고, 하나의 전문직업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좌진의 역할과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 몇 해 전부터는 의정활동 실무진만이 아닌 예비정치인의 배출로가 되고 있다. 현역의원은 물론 지방의원, 시장·군수 등 자치단체장 가운데 보좌진 출신이 많다.

19대 현역 국회의원 중에도 보좌진 출신이 20여 명에 이른다. 지금은 왕성한 저술활동과 정치평론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유시민씨도 보좌관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해찬 의원의 13대 국회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강원도지사를 역임한 이광재씨도 故노무현 대통령의 의원시절 보좌진 출신이다. 대부분 국회 보좌관을 거쳐 청와대, 행정부 등에서 경력을 쌓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사례다

20년 이상 ‘장수 보좌관’ 10여명 안팎

한편 보좌진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실무형 보좌관들도 상당하다. 20년 이상 국회에서 근무하는 장수 보좌진들도 10여명에 달한다. 보좌진은 의원들의 거의 모든 활동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한다. 의원과 보좌진 사이는 상하 수직관계다. 국회의원이 보좌진 임명권과 면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원과 보좌진 사이에 학창시절 혹은 정치입문전부터 동고동락했던 사이도 있어 동지적 관계도 상당하다.

의정활동이 왕성하고, 뛰어난 의원 뒤에는 경험 많고, 유능한 보좌진이 있다. 매년 정기국회 때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 스타로 부각되는 의원 뒤에는 노련한 보좌진이 숨어 있었다. 자신들을 ‘그림자 인생’이라고 부른다. 주목받는 주연배우 대신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조력자이기 때문이다.또한 폭넓은 인맥과 정보네트워크로 행정부나 피감기관들이 꼼짝 못할 정도로 핵심자료를 요청하고 제출된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한다. 정책집행의 문제점은 물론 ‘비리’가 어느 곳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언론의 생리도 잘 알고 있어 지면을 장식한다.

송곳같은 자료분석과 행정부의 실정과 비리 등 고급정보를 터트리며 언론에 대서특필 지면을 장식하는 의원실에 노련한 보좌진이 있다는 것은 정설이 되었다. 이들 노련한 보좌진이 있는 의원실에서는 피감기관의 담당자들의 방문이 빈번하다. 보좌진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입법방향을 어떻게 하고 있지를 수시로 파악하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하지만 노련한 보좌진들은 피감기관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기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국정감사 때면 증인과 참고인 신청도 실무자인 보좌진의 생각과 판단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거나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 총수들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와 의원들의 호된 추궁을 받고 시정약속을 하게 만드는 최초 기안자도 보좌진들이다.

의원들의 의정활동 연출가라 할 수 있다. 삼성,현대 등 국내 굴지의 재벌들과 협회 등에서 대관업무 기능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좌진들이 인기 상종가다. 피감기관과 재벌기업들의 문제점을 속살 보듯 훤히 알고 있는 보좌진들은 그들의 경력을 십분 살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국회의 위상이 낮았을 때는 보좌진에 대한 인식도 형평 없었다. 이른바 ‘통법부’라고불릴만큼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과 역할이 떨어졌을 때는 보좌진의 역할도 그만큼 없었다. 그런 시절에는 의원입법 발의기능도 미약했고, 정부입법에 의존하거나 거수기처럼 통과시키기에 급급했다. 따라서 당시에는 보좌진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소야대 시절인 지난 13대 국회이후 젊은 보좌관들이 대거 국회로 들어왔다. 열정이 대단한 386세대들은 단순한 비서 역할에 그치던 보좌진의 역할을 바꿔놓았다.

‘억대 연봉’ 포기후 국회 보좌진 입성

이같은 보좌진의 위상제고로 사회적 인식과 평판도 달라졌다. 19대 국회 들어서 억대연봉에 가까운 대우를 받던 재벌기업에서 이직한 보좌진도 상당하다. 과거와 달리 제대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이나 비서관으로 발탁되거나 행정부의 장관 정책보좌관들로 채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이후부터 국회 보좌진 출신들이 청와대와 권력 핵심부서로 많이 발탁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에서도 보좌진 출신들의 발탁이 많다.

한편 국회 보좌진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인사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야 하는 장관 등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은 떨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낙마하는 후보자들이 많아졌다. 보좌관들이 후보자와 직계존비속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분석해 공직자가 갖춰야 할 도덕성에 결정 하자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병역면제나 기피의혹,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등 범법행위를 적발해 언론에 터트려 결국 공직자로서 임명을 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다년간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체득된 인사청문회 기법이나 자료수집과 분석기법을 갖고 있는 보좌진들은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다.

보좌진들은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주요 취재원이다. 경험 많고 노련한 보좌진들은 각종 자료분석이나 정책현안에도 밝지만 정당의 내부사정과 정치권의 동향을 꿰뚫고 있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른바 IO로 불리는 정보기관 정보관들도 주요 접촉대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좌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소위 ‘스펙’이 대단하다. 석·박사는 물론 해외유학파,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갖춘 인사도 상당하다. 회계사와 정치부 기자, 금융권과 대기업 출신 인사 등 직업과 경력이 다양하다. 사회적 평판이나 대우가 좋아졌다는 증거다. 보좌진은 기본적으로 박학다식해야 한다. 어떤 특정한 분야의 지식만 갖고 있어서는 안된다. 정책분석 능력은 기본이고 정무감각도 뛰어나야 한다. 법제능력과 법률안 심의능력도 있어야 하며, 예산결산심의를 할 수 있는 경제일반과 재정분야의 지식도 필요하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돼야 생존

또한 열정이 있어야 하며. 성실하고 친절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보좌진을 채용하면서 각종 연줄과 연고를 통해 추천 들어오는 인사중에 특채가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공개채용이 더 많다. 열정이 있는 유능한 보좌진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입법부의 실무능력을 강화해 줄 것을 기대하고 소망한다.

특히 보좌진들은 선거시즌에는 몸값이 뛴다. 입후보자들은 선거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조직과 홍보전략과 기법을 터득하고 있는 보좌진을 채용해 선거전반을 준비한다. 실전경험이 많은 보좌진은 선거때마다 달인으로 통한다. 최소 1인 5역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카피라이터에서 밀착 수행업무까지 다방면에 걸친 역할을 한다. 의정보고서를 기획하거나, 선거포스터의 멋진 홍보문구를 만드는 광고카피를 만들기도 한다.

지역구 순방시에는 수행업무를 하고 조직을 만들거나 관리하고, 보도자료 작성하고 홈페이지와 SNS 등 다양한 홍보수단을 개발하거나 홍보전략을 수립한다. 보좌진의 역할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후보하거나 선거실무를 총괄하는 보좌진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의정활동 실무진이 아닌 예비정치인으로 도약하는 보좌진이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하다.(김현목 국회 보좌관)

▲경기도 포천 출신, 건국대학교 졸업
▲제13대∼19대 국회, 연속 7대 국회 보좌진 재직 중
▲(1989∼2014년 현재 보좌관 25년 경력)
▲前)국회 정책연구위원 (2급)
▲前)산업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2급, 고위공무원단)
▲現)한국비서협회 보좌진 양성과정 강사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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