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변화의 리더십
기회와 위기는 함께 존재하는 것이고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안락할 때에도 위험에 닥칠 때를 대비하라 라는 뜻의 ‘거안사위(居安思危)’란 말이 있다. 늘 위험이 닥치기 전에 위기상황을 대비하는 변화를 위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자기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모두들 개혁, 개혁하지만, 정작 “나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데 잘못이 있다. 내가 무엇을 개혁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개혁되어야하는 ‘대상’의 1순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서 동중서전(董仲舒傳)에 나오는 개혁을 뜻하는 말로 해현경장(解弦更張)이 있다. 풀어진 거문고 줄이 잘 매어져 있어야 소리가 잘 난다. 세상은 쉽게 살아가는 여세추이(與世推移)라 하여 세상의 변천에 따라 행동하라 하지만 자신의 개혁은 변화를 위한 환골탈태(換骨奪胎)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당선 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한 인터뷰에서 “유엔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겠으며, 훨씬 더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는 기구로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강력한 유엔 개혁 의지를 밝혔다. 또 “유엔을 21세기의 도전과 과제를 적합하게 처리해 가는 기구, 다자주의 외교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이 추구하는 3대 목표인 국제평화와 안보, 공동번영, 인권 신장 가운데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개발·공동 번영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임 당면 최대 과제인 인사문제와 개혁을 비롯해 안보리 개편 등 유엔의 개혁은 “조직을 좀더 투명하게, 윤리관을 확실하게 해 신뢰받는 유엔이 되도록 만들어가겠다”고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리더십 발휘와 앞으로의 비전 등을 다짐했다.
이러한 각오에 따라 취임후 진행된 개혁프로그램에 많은 반발이 뒤따르게 되었다. 파이낸셜 타임즈지에 의하면 “유엔 고위직 공무원 58명에 대하여 사표제출을 원했지만 실제 제출은 20명뿐이었으며 특히 탄자니아 아샤 로스 미기로(Migiro) 외무장관을 유엔사무차장에 임명한 것 등 3명의 고위직 임명에 대해 유엔내부 인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역시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많은 저항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화합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끈 자국 최초의 민주 선거를 통해 뽑힌 첫 번째 흑인대통령으로, 27년간 옥살이를 하며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섰다.
반 총장이 넬슨 만델라 타계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정의를 위한 거인이었다”며 “인간의 존엄, 평등, 자유를 위해 희생적인 투쟁으로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대에 그분만큼 유엔이 목표하는 가치와 열망을 추진했던 인물은 없었다”고 아쉬워한 것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그의 불굴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급변하는 국제관계, 경제전쟁, 세계화 등을 고려할 때 개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부여된 과제라 국가도, 개인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상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의 힘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반 총장 취임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진, 쓰나미, 방사능 등 지금까지와는 그 유례가 다른 재난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으며,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국민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 유혈사태를 빚기까지 하였다.
반 총장은 이러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처리하는 리더십의 행사에 있어서 언론의 힘을 빌려 세계인의 눈과 귀를 가리기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사건의 현장에 나타나 해결을 위한 각고면려(刻苦勉勵)로서의 본을 보여 주었다. 공자도 논어에서 자기관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已所不欲,勿施于人(이소불욕, 물시우인) “자기가 싫은 건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 누구나 하기 쉽지 않은 일을 자신이 행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반 총장은 취임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자신부터 변화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국제적인 전문기관의 감사를 거쳐 자신의 재산을 모두 공개했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재산을 공개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기 때문에 기록에 남을 만큼 파장이 큰 사건이다.
유엔사무총장 자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엄청난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재산을 공개했다는 것은 자신은 그 자리에서 일하면서 검은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현대에 이르러 그 변화 발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 격변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매일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어제의 사고, 어제의 행동으로는 변화하는 이 시대에 적응하기조차 힘겹게 되었다.
변화를 추구한 중국 탕왕(湯王)의 이야기가 있다. 중국 고대 은(殷)나라를 창건한 탕왕은 제도와 전례를 정비하여 13년간 재위한 훌륭한 임금이 있었다. 이 왕이 사용하는 세수 대야에는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이란 말이 새겨져 있었다.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고, 날마다 새로워지며 또 날로 새로워진다.”
이는 생각이나 배움, 행동에 있어서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 변화가 미약하던 시대에도 탕왕이 매일 사용하는 세숫대야에 훈계의 글을 새긴 이유는 자신이 세수할 때마다 이 글을 보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현대를 ‘지식정보화 시대’라고 한다. 급격한 변화 속에 사는 우리는 부단히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매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과거의 변화는 장래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축구공’과 같이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였으나, 현대사회의 변화는 ‘럭비공’과 같이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게 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세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변화를 간파하고 변화에 앞서가는 사람, 변화에 잘 적응해 가는 사람, 변화에 적응치 못하고 퇴보하는 사람이다. 과제는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스스로 적응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중심으로 ‘빠른 자(The Faster)’와 ‘느린 자(The Slow)’로 구분해,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을 수 있고, 느린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의 이 말은 국가·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핵심을 알고 대처해 나가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이다. 따라서 선견력과 적응력은 이 시대에 탁월성을 발휘하는 모든 사람이 가진 가장 큰 특성이다. 생존을 위해 보다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정된 사고나 행동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다 다양하고 중요한 가치에 참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내고 키워야 할 것이다.
김의식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