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혹에 전화비만 ‘쑥쑥~’
은밀한 유혹에 전화비만 ‘쑥쑥~’
  • 서준 프리랜서 
  • 입력 2007-09-18 15:21
  • 승인 2007.09.18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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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음란폰팅, 전화요금이 1천여만원?

무차별로 들어오는 핸드폰 성인 광고 문자에 현혹되어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의 전화 요금을 떠안는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광고들은 대부분 ‘오빠, 나 기억해? 오늘 우리 만날까?’,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요. 언제 시간되세요?’등의 친숙한 문구를 이용해 남성들을 유혹한다. 이 문자를 보고 전화를 걸면 하나같이 “섹스를 갈망하는 여성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전화해서 파트너를 찾으라”고 종용하는 내용이다. 이 유혹에 전화를 걸어 보면 젊은 여성이 전화를 받아 ‘여자랑 많이 해 봤어?’, ‘어떻게 할 때가 제일 좋아?’, ‘오빠가 내 가슴을 만져줬으면 좋겠어’, ‘긴 생머리에 피부는 흰 편이고 지금 검은색 망사 팬티를 입고 있어’, ‘32살의 미시예요. 남편이 일 때문에 지방에 있는데 지금 너무 하고 싶어요’ 등의 자극적 멘트를 쉴 새 없이 난사한다. 이렇게 끈끈한 유혹의 메시지는 자극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실제로 10대 청소년에서 6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이런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낯선 여인과의 설레는 만남이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한번 믿어 보세요.’

박상수(42·가명) 씨는 근무 중 이런 문자를 받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애초 장난삼아 전화를 걸었던 박씨는 30초당 500원인 전화요금이 부담스러워 그만두려했으나 이왕에 아가씨와 전화통화만 간단하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자동음성 안내를 부지런히 쫓아 들어갔다.

잠시 후 “여보세요. 오빠 나 너무 오래 기다렸어”라며 반기는 젊은 여성의 뇌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박씨는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금방 전화를 끊겠다던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간가는 줄 모른 채 아가씨와 통화를 계속 했다.

그것이 폰팅 중독의 시작이었다. 박씨는 하루 한 번씩 폰팅으로 여성과 질펀한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좀이 쑤실 지경까지 이르렀다.

박씨는 “처음 보름동안은 하루 한번 꼴로 폰팅을 했는데, 나중에 슬슬 전화비가 걱정되어 사흘에 한번 정도로 줄였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한달 후 박씨에게 날아든 것은 160여 만원에 달하는 휴대폰 요금 고지서. 그는 요금이 많이 나올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160만원이 넘는 금액 앞에서는 그만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고액의 청구서를 받아든 박씨는 다시는 폰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강력한 중독성 앞에 그는 무릎 꿇어야 했다. 이후에도 계속 폰팅을 즐긴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다이얼을 누르게 된다는 것. 그 결과 1년 동안 박씨에게 청구된 전화요금은 무려 1300여 만원에 이른다.

만나서 즐기자는 제안에 응할 듯 말 듯 애태우는 이들의 수법에 넘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결된 여성과 통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은 기본. 원
색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용료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음란폰팅, 시골마을까지 침투

폰팅 파트너의 기술적인 통화 솜씨에 놀아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해본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폰팅을 업으로 하는 직업여성에 걸릴 경우 꼼짝없이 당하게 되어 있다는 것.

박씨 외에도 폰팅에 의한 피해는 다양하다.

강원도 횡성군 일대 농촌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중독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횡성군 A마을 등 4개 마을 이장들은 최근 잇따라 고액의 전화요금이 청구돼 통화내역을 조회했다. 그 결과 대부분 성인전용전화 사용료였다.

누군가가 이 지역 마을회관과 경로당의 전화를 이용, 은밀히 음란 폰팅을 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평소 3만~5만원의 전화료를 내던 이들 마을회관과 경로당 전화요금이 7~10월에 걸쳐 넉 달간 각각 115만원에서 많게는 280만원씩 모두 합쳐 무려 849만원이나 나온 것이다.

B마을의 경우 지난 8~9월 정보이용료로 216만원이 청구되었다. 이 마을회관 전화로 누군가 성인용 음란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9~10월 전화료와 정보이용료로 280만원이 청구된 C마을 경로당은 평소 자동이체되던 통화료가 연체된 사실을 알고 조회한 결과, 누군가가 30초당 이용료가 500원인 성인전용 전화를 장시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매매·성범죄의 온상

휴대폰팅의 병폐는 금전적 손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음란 폰팅을 통해 성매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성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하는 경우도 있고 즐기자는 경우도 있으며 남자가 요구하면 30만원 정도를 요구하면서 나오겠다는 여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간당 8000원~1만원 정도의 보수를 지급받는 주부들의 경우 번호를 집으로 돌려놓고 재택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드물지만 이들 중 일부는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아울러 폰팅을 통한 성폭행 사건도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부산에서는 배모씨(31·A업소 종업원)가 폰팅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이모양(19)을 부산 금정구 장전동 Y여관으로 유인,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가입한 날 남성들로부터 무려 10여통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폰팅을 주선하는 사이트들은 주로 팝업창(광고창)을 통해 여성 가입자를 늘려나간다. 여성들을 무료로 가입시킨 후 남성들과의 전화 통화시 점수를 부과, 현금이나 백화점 상품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런 사이트들은 가입자의 희망에 따라 전화를 통한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남성 가입자 경우 대부분 가입 목적이 애인 만들기나 동거 파트너 찾기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만19세 이상의 성인으로 가입대상을 제한하고 있지만, 회원의 상당수는 미성년자이며 이들로 인한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가입이 너무 쉽다.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 돈이 생기므로 이를 노린 청소년 범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폰팅업체 억대 연매출로 승승장구

한편 전화통을 붙잡고 폰섹스를 하려한다거나 요행히 섹스 파트너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폰팅 전화번호를 보유한 업체들의 경우 1개월에 웬만한 중소기업 버금가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확실한 장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 조사결과 국내 폰팅업체들은 약 400개(연 매출 2400억원)로 연간 매출액 1억원 이상인 업체만 50여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이 연간 40억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9일 검찰에 적발된 9개 폰팅업체는 폰팅의 중독성을 이용해 그동안 벌어들인 돈이 총 17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P폰팅 업체의 대표 남모씨(40)는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30초당 500~900원(시간당 10만원)을 받았지만 정작 여성 상담원들에게는 시간당 6000~ 9000원만 지급해 부당한 폭리를 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남모씨 등 9개 업체 대표에 대해 특가법상 사기와 전기통신 사업법위반과 타인통신 매입법 위반 등을 적용시켜 구속했으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도록 하기에는 힘들 전망이다.

최근 이들 음란서비스 업체를 단속하기 위해 정보 통신부가 SMS자체규제와 300~400만원의 과태료 등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통신사업 규제와 관련, 법률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벌금형과 함께 사업권을 빼앗는데서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로서는 단지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으로밖에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마저 처벌조항이 미비해 법의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징역형은 없고, 광고주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전단
을 붙인 자는 구청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와 관련, 컴퓨터 수사부 검찰 관계자는 “아직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정보통신부의 고시 내용도 불명확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법적인 처벌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성적인 대화 백문백답 지침서’로 상담원 교육

폰팅 업체에서 상담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업체에 고용된 이들로 이들은 업체 내에 마련된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거나 재택근무로 전화통화를 한다. 이러한 여성 상담원들은 시간당 5000원에서 9000원 정도를 받으며 수당은 보통 시간당 계산해서 받는데 무조건 1시간당이 아니고 통화시간당이다. 즉, 통화시간 60분이 채워져야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용된 이들이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밝히는 자신들의 이름이나 주소 등은 모두 다 거짓이다.

한 수사 관계자는 “업체들은 폰팅사이트에 가짜 성명, 나이, 직업 등과 함께 미모의 여성 사진을 올려 폰팅 상대가 사진 속 인물인 것으로 속인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자신들을 가정주부, 직장 여성, 여대생 등이라고 속이는데 실은 대부분 업체에 고용된 여성 상담원들이었다”고 말했다.

고용된 이들은 업체로부터 자신의 등록번호를 부여받아 그 번호를 전화기에 입력하고 통화상대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이때 누군가 전화를 하면 통화는 시작되는데 통화를 몇 시간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여성의 말솜씨에 달린 것이다. 말솜씨가 상당하거나 폰팅을 업으로 삼는 여성들은 통화시간을 늘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들 음란 폰팅 업체는 고용한 여성들이 장시간 통화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사 내 콜센터라고 불리는 곳에서 별도의 메뉴얼을 배포해 교육하거나 ‘남성들이 즐기는 성적인 대화 백문백답 지침서’ 등을 마련, 구체적 대화방법 등을 작성해 교육하는 등 치밀한 영업행태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준 프리랜서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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