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수, 텍사스와 7년간 약 1380억 원 계약…KBO 9개 구단 총 연봉 4배
‘에드먼턴 키즈’ 13년 만에 대형 FA계약 주인공…우승 해결사로 우뚝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추추트레인 추신수가 텍사스와의 계약에 합의하면서 초특급 FA스타로 떠올랐다. 또 한국야구의 주축으로 성장한 동갑내기 정근우, 오승환, 이대호까지 잇달아 대박행진을 이어가면서 82년 개띠 야구스타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일본, 한국 등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프로야구 한류스타들을 만나본다.
MBL에서 FA시장의 대어로 평가되며 향방에 관심이 쏠렸던 추신수는 지난 22일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하면서 아시아 출신 선수 중 최고 금액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역대 FA 27위에 해당하는 거액으로 2002년 텍사스에 입단한 박찬호의 5년간 6500만 달러와 2008년 시애틀에 둥지를 튼 스즈키 이치로의 5년간 9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다.
더욱이 2000년 시애틀과의 계약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후 13년 만에 억만장자에 이르면서 추신수의 몸값을 쪼개서 분석하는 이른바 ‘추신수의 경제학’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추신수의 계약 총액을 1만 원권으로 쌓으면 1370m에 달하고 이를 다시 나열할 경우 서울-부산을 3번 왕복할 수 있다. 또 KBO 최저연봉 선수 5800명을 고용할 수 있고 KBO 9개 구단 총 연봉(340억1150만 원·2013년 기준)의 4배에 이른다.
추신수의 일급은 5400만 원이고 시급은 225만 원에 해당한다. 경기로 환산하면 경기당 1억2000만 원을 벌고 타석으로 환산하면 타석당 2767만 원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신수 명분·실리
두 마리 토끼 다잡아
하지만 이번의 초대형 계약에도 의문점은 남아 있었다. 앞서 추신수는 윈터미팅 당시 뉴욕 양키스로부터 같은 기간 총 1억4000만 달러(약 1485억 원)의 제한을 받았지만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신수의 선택에는 세금 문제가 숨어 있었다. 뉴욕주는 8.82%의 주민소득세를 부과하는 반면 텍사스주는 주세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스포츠회계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올라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버는 7년간 1억3000만 달러는 뉴욕에서 7년간 1억4000만 달러보다 더 많은 소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폭스스포츠도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받게 될 연봉 총액이 양키스에서 받는 1억4800만 달러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추신수는 텍사스를 선택함으로써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거머쥐는 최고의 선택을 하게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추신수를 영입함으로써 1번 타자 출루율 걱정을 말끔히 해결했다. 또 특급 에이스 다루빗슈 유를 필두로 한 선발진이 두껍고 지난 11월 프린스 필더를 영입해 중심타선도 더욱 막강해져 내년도 최고의 타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 매체인 ESPN의 칼럼니스트 버스터 오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라인업 10’을 선정하면서 이번에 추신수가 합류하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최고 타선으로 선정했다.
오니는 “텍사스는 힘 있는 좌타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를 집중 보강했다”며 “올해 텍사스 공격은 블랙홀이었다. 30개 팀 중 득점 8위에 올랐는데 출루율 30위 안에 드는 두 명의 타자, 필더와 추신수가 가세했다. 7년 장기 계약이라는 위험은 있지만 2014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텍사스의 타선은 썩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몫을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출루율 0.423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추신수와 홈런 25개를 때린 필더가 가세하면서 타선은 더욱 짜임새있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호 +1으로
미국 진출 꿈 이어가
소프트뱅크는 지난 24일 이대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5일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1년으로 최대 20억 엔(약 201억 원)에 이르는 조건에 이대호를 영입했다.
또 선발투수와 4번 타자 영입을 목표로 한 소프트뱅크는 외국인 타자 바바로 카니자레스,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 FA 포스 쓰루오카 신야, 투수 나카타 겐이치, 외국인 투수 제이슨 스탠드리지, 데니스 사파테, 브라이언 울프에 이어 이대호로 전력 보강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팀 타율(0.274), 득점(660점) 1위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4번 타자가 없었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 4번 타순은 출루율이 0.311로 퍼시픽리그팀 중 가장 낮았고 타율(0.256), 홈런(22개)도 6개 팀 중 5위에 그쳤다.
반면 퍼시픽리그 5위로 하위권에 머문 오릭스는 이대호가 활약한 4번 타순만큼은 타율 1위(0.301), 출루율 2위(0.381), 홈런 3위(25개)로 평균 이상이었다.
이대호의 합류에 소프트뱅크의 대우도 극진하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대호는 기본 2년 계약으로 첫해에는 4억 엔, 2년차에는 5억 엔으로 3년차에는 과거 2년 성적을 바탕으로 한 상호옵션이다. 잔류 시 연봉 5억 엔이 적용되며 여기에 매년 2억 엔 이상 인센티브와 계약금 5000만 엔을 받아 최대 총액 20억5000만 엔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확실한 2년간의 계약 내용만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도 반영됐지만 이대호가 ‘+1년’의 선택권을 가져감으로써 미국 진출에 대한 꿈도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대호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에서 뛰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할 정도로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오승환 일본리그
우승으로 마무리
또 2년 연속 받을 연봉 3억 엔은 올해 일본 선수들의 연봉을 감안할 때 전체 8위에 해당하는 높은 액수다. 특히 한신은 오승환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줌으로써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상 일본 구단은 일본프로야구에 데뷔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다.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신은 공식입단 전 한국에서도 계약 조인식을 여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오승환 비밀 프로젝트를 가동해 내년 정규리그 개막까지 오승환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승환에 대한 센트럴리그 다른 팀들의 철저한 분석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로 오승환이 수호신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오승환은 와인드업하는 과정에서 한 템포 느리게 볼을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볼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같은 구속이라도 회전력이 커 제대로 맞히기 힘들다. 결국 오승환을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은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한신이 오승환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승환은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에서 “어느 구단이든, 어떤 선수든 목표로 하는 게 우승”이라며 “난 한국에서 우승의 순간마다 마운드에서 던져 왔다. 여기서도 우승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내 일본을 놀라게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82년생들의 질주는 매섭기만 하다. 우선 내야수 정근우가 역대 FA 몸값 2위인 4년간 최대 70억 원에 한화로 이적해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국내로 복귀한 김태균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연봉 15억 원을 받아 한국프로야구 ‘연봉왕’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화는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태균과 조만간 협상 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김태균은 올 시즌 타율 0.319 홈런 10개, 52타점으로 몸값에 비해 부진했고 팀도 최하위에 머물러 삭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화가 국내 최고 연봉자의 자존심을 얼마만큼 지켜줄지에 따라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올해 46개의 세이브를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받은 손승락(넥센)도 연봉을 1억7000만 원 인상시키며 대박을 냈다. 또 ‘장외타격왕’ 채태인도 삼성의 통합우승 3연패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에 김강민, 박재상도 내년 시즌 FA에 포함돼 대박 주인공이 될지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개띠 야구스타
우승할 팀을 선택
이처럼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개띠 야구스타들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우승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승을 위해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특히 초대박 계약으로 평가받는 추신수와 이대호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선택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추신수는 텍사스와 계약하기 전 외삼촌인 박정태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에게 시애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시애틀은 추신수가 처음 MLB에 입성할 때의 팀으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친정팀인 시애틀로 가지 않았다. 또 앞서 애리조나로부터도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애리조나는 2011년 지구 우승 이후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 못했고 선수층이 젊어 완성된 팀이 아닌 만들어가는 팀에 가깝다.
결국 추신수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원했고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내년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텍사스가 낙점됐다.
이대호 역시 우승에 목말라 있다.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13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롯데의 성적이 워낙 저조한 탓에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지 못했다.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4위에 그쳐 부진했으나 올겨울 대어급 선수들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내년 우승을 노리고 있어 이대호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화려한 몸값을 자랑하는 이들은 지금은 고인이 된 조성옥 전 부산고 감독이 이끌던 한국대표팀을 추억하게 한다.
2000년 8월 캐나다 에드먼턴 하늘에는 태극기가 펄럭였다. 기세등등했지만 아직은 덜 여문 청소년 야구대표 선수들은 제19회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미국과 맞붙었다. 당시 이들은 연장 13회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9-7로 승리하며 한국야구의 미래를 보여줬다.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일명 ‘에드먼턴 키즈’들은 당당히 야구의 주역으로 우뚝 서며 약속이나 한 듯 대형 FA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때론 친구로 또는 경쟁자로 야구인생을 함께 걸어온 이들이 세계 야구무대에서 우승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