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탄원서 논란…체육계의 도 넘은 의리 지키기 단면
장미란 탄원서 논란…체육계의 도 넘은 의리 지키기 단면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12-30 14:02
  • 승인 2013.12.30 14:02
  • 호수 1026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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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이사장(장미란재단)이 역도인 300여 명과 함께 낸 여대생 청부살해범 윤모 씨의 남편인 영남제분 류모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장미란은 공식 사과를 했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더욱이 체육계의 도 넘은 의리 지키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미란은 지난 21일 탄원서를 두고 비난이 쏟아지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서명 당시 탄원서에 대한 내용은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고 서명자 명단을 봤을 때 연맹 임원들의 서명이 있어서 사실 역도인으로 연맹을 위해 해야 하는 일로 알았다”면서 “그런데 기사의 타이틀이 마치 제가 주도해 탄원서가 제출된 것 같이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당혹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억울한 심경을 털어놨다.

또 그는 “연맹 일로만 생각하고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일인 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거세게 일고 있다. 우선 탄원서 자체가 문제로 떠올랐다. 류 회장은 대한역도연맹 제40대 회장을 지냈다. 대한역도연맹 측에서는 회장인 그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류 회장은 사회적 파장이 컷던 여대생 청부 살해 관련 범죄인의 남편으로 회사 자금 87억 원을 빼돌리고 이 중 2억5000만 원을 아내 윤씨의 입원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에게 부인에 대한 허위진단서 발급을 부탁하며 1만 달러를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부인인 윤씨는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형집행정지를 받은 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5월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이와 함께 탄원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장미란은 은퇴 후 IOC위원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IOC위원은 스포츠 행정과 외교 등 국제적 중요 현안을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부터 하는 안일한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연맹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장미란 자신뿐만 아니라 청부 살인 피해자 가족은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받게 됐고 그간 선수들을 응원했던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면서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체육계 무지함에서 비롯된 대참사라고 지적했다. 실제 장미란뿐만 아니라 중·고·대학생·실업·동호회 등 연맹회원 1152명 중 300여 명이 이번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들 대부분은 내용조차 모르고 역도인이라는 이유로 서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도 넘은 의리 지키기가 화를 키운 셈이 됐다.
한편 피해자 가족은 이번 사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하씨의 오빠 하진영씨는 장미란재단 공식 페이스북에 “피해자 친오빠입니다. 입장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제 류 회장 공판이 있었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장미란 선수 덕분에 이제 이 사건을 모든 국민이 더 잘 알게 된 걸로…, 고맙습니다. 장미란 선수 그리고 이해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씁쓸함을 남겼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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