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태 공기업이 위험하다
코레일 사태 공기업이 위험하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12-30 10:40
  • 승인 2013.12.30 10:40
  • 호수 1026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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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발표 앞두고 반발 여론 최소화에 고심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코레일 파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27일 현재 19일째다. 과거 최장기간 파업 8일을 훌쩍 넘겼다. KTX의 운행률도 70%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현장근로자의 피로에 따른 인재사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파업이 ‘민영화 추진’으로부터 시작돼 민영화를 추진 중인 다른 공기업들의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실제로도 모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민영화 추진을 서두르다 자칫 코레일의 민영화 논란 불씨가 튈까 조심스레 관망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만큼 코레일 사태는 단순 철도노조원의 입장만이 아닌 공기업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코레일 사태와 관련해 다른 공기업들은 어떻게 이 사태를 지켜보는지를 알아본다. 또 정치권이 바라보는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자회사 수서발 KTX 운영사 면허 놓고 또 대립
노사 마라톤 협상…타협이냐 명분쌓기냐 주목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민영화나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의 긴장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단 정부의 발표를 본 뒤 방향을 결정한다는 견해지만 이미 노사 간 파업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의 대외협력 담당 부서 임직원들은 정부부처의 움직임이나 언론 동향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고 귀띔한다. 아울러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모 공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 관련 협의 내용과 주요 의사결정 사항이 중단된 상태다”라면서 “민영화되면 직원을 20∼30% 감축한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어 일부 직원이 일에서 손을 놓는 등 조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공기업 자회사들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청산이 결정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해고사태를 맞기 때문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자회사인 모 기업 관계자는 “모기업의 민영화가 조급히 진행될 경우 득보다 훨씬 큰 비용을 치른다는 점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예에서 증명됐다”며 “민영화는 무조건 선이라는 논리는 국가경제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개혁의 목소리를 그 어느 정권보다 강하게 내고 있다.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던 방만한 공기업 개혁을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어떻게든 성공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 24일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는 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등 부채가 과다한 18개 기관과 마사회, 강원랜드, 조폐공사 등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된 20개 기관 등 총 38개 기관장들이 참석한 자리에 질타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마디로 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군기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대통령까지 개혁 요구
이번엔 가능할까

▲ <정대웅 기자>
특히 문제가 많은 공공기관 기관장들에게는 각서 수준의 내용을 담은 개혁방향을 발표하도록 하는 등 시종일관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부터 경제부총리에, 관련 장관들까지도 나서서 연일 문제가 많은 공기업을 강하게 질타를 하는 것만 봐도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반드시 공기업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고 일갈한다.

그렇다면 KTX의 민영화는 어떠할까. 또한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목소리는 어떠할까.
노조 측은 이번 파업과 관련해 최대 쟁점은 “한국철도의 민영화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서발 KTX의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를 위한 전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믿지 못하고 장기 파업 중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철도산업 민영화를 할 의지가 전혀 없다. 가능성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파업의 대상으로 삼은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강조하며 조속히 파업 중단을 요구 중이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공기업들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다.
모 공기업 관계자는 “민영화가 최선은 아니다”라는 견해다. ‘인천대교’와 ‘제3연륙교’를 예로 들며 말한다.
인천대교는 송도에서 영종도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도로다.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선 승용차 기준 7700원가량의 비싼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천대교를 ㈜인천대교라는 민자회사에서 자금을 일부 충당하고, 국고에서 또 일부 충당해서 만든 도로인 데다 운영을 민간기업인 ㈜인천대교가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청라에서 영종도까지 잇는 다리를 국비로 지으려 하고 있다. 만약 이게 만들어지면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싼 인천대교보다 국비를 이용해 만든 연륙교가 휠씬 저렴하기 때문에 공항이나 영종도를 가려는 이용객이 이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인천대교는 당초 예상했던 통행료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하락한 만큼의 수익금을 인천시가 ㈜인천대교에 물어 줘야 한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요금체계를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독점가격 형성과 소모적 지출 등을 통제하고, 저렴한 요금을 국민들에게 보장하려면 공공이익 실현이 불가피한 산업을 다시 공기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코레일의 민영화 추진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과거 전례를 보면 무조건 아니다라고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공기업 민영화 추진
경과와 성과

그러면서 1999년 한국공항공사의 인천공항공사 출범을 예로 든다. 당시 노조는 “알짜 국제선 사업을 모두 인천에 뺏겨 수익 감소와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주고, 나머지 공항(제주공항과 청주공항, 김해공항 제외)은 국내선만 운항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한국공항공사 노사가 일본·중국과 같은 가까운 거리의 국제선을 유치하고, 대구공항 등 지방의 다른 공항에도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권 항공편을 유치한 덕분이다.

KTX 개통으로 지방 공항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1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내고 있다.
주민들도 혜택을 봤다. 외국여행을 하려면 서울로 올라와야 했지만 이젠 자기 고장의 공항에서 탈 수 있다.
지하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지하철은 94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생기면서 서울메트로와 경쟁관계를 구축했다. 서울메트로가 1~4호선을 운영하고, 도시철도공사가 5~8호선을 운영한다.
이들 회사의 ㎞당 영업비용은 서울메트로가 86억 원이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2억 원 수준이다. ㎞당 직원 수는 서울메트로가 74.6명인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5명에 불과하다. 두 회사 모두 요금이 낮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최근 3년간 그 폭은 줄고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철도에도 경쟁체제가 마련되면 약 10% 수준의 요금 인하가 가능해져 509억 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요금 인하가 6~10%의 철도 신규 수요를 창출해 선로사용료 수입이 870억 원 증가하고, 노선별 인건비 절감(1480억 원)에 따라 3729억 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민영화와 관련해 중론을 밝히는 정치권 인사도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해 “나쁘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포스코, KT 같은 것은 성공적으로 민영화가 된 것”이라며 “민영화를 위해선 국민에게 ‘앞으로 철도가 어떻게 된다’거나 노조원들에게도 충분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철도민영화는 없다’고 발표를 하면서도 코레일 이사회 검토 결과, 1년 1536억 원 적자가 나는 ‘수서발KTX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하니 이것은 곧 민영화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총리, 장관, 새누리당이 아무리 얘길 해도 믿지 않는 풍토가 만들어졌다”며 “이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국회에서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는 걸 법제화하자고 제안을 하니 장관도 나오지 않고, 새누리당에서도 거부하고 있다”며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를 이렇게 복잡하게 이끌어 무리하게 밀고 나가는지,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스타일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고 본다. (민영화 금지) 법제를 하면 간단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민영화 금지 법제화는 한미FTA에 저촉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자세를 고수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FTA조항은 국내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철도는 철도요금 등 서민물가와 불가분의 연관이 있고 물류, 환경 등과 관련한 국가 기간산업이고, 공공정책이라 FTA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안다”고 반박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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