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여성 채무자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사채업자 한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씨는 룸살롱에서 ‘나가요 아가씨’로 근무하는 여성 유모양에게 약 2,700만원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자 감금, 성폭행을 한 혐의다.
한씨는 업계에서 이른바 ‘나가요 전문 사채업자’로 통하는 인물. 그는 여성 채무자들을 아예 자신의 사무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업소에서 받은 월급을 통째로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외출도 주말에만 허용하는 등 ‘사육’ 수준의 철저한 관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유양의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속하는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나가요 아가씨들과 사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성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룸살롱 관계자는 ‘언제든 터질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나가요 아가씨와 사채는 사이가 가깝고 또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나가요 아가씨들의 돈쓰는 버릇은 무섭다고 할 정도다. 한번 명품에 중독되거나 호스트바를 드나들기 시작하면 한 달에 1,000만원도 적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한 달에 1,0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명품을 사거나 호스트바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당연히 주머니사정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고 결국 사채에 손을 대야만 한다.”
소비욕 노리는 사채업자 봇물
사실 룸살롱 업계에서 사채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에 불과하다. 특히 나가요 아가씨들은 일단 한 달 수입이 수백만원에 달하고 그녀들의 사치스러운 경향을 아는 사채업자들과는 이미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의 관계를 형성해 온 것이 사실이다.
취재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약 500만원의 돈을 빌린 뒤 90일 뒤에 원금을 갚아야 한다. 물론 선이자를 떼는 것은 물론이고 원금에 대한 이자도 별도로 갚아야 한다. 하지만 나가요 아가씨들의 평균 월급이 최소 4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정도까지 된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90일, 즉 3개월 뒤에 500만원을 갚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단순 숫자 계산에 함정이 있다. 겉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실제 이렇게 500만원을 빌려 쓴 뒤 3개월 뒤에 돈을 갚는 여성은 10명 중에 1명도 될까 말까한 수치라고 한다.
도대체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 룸살롱 마담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사채 이자가 무섭다고는 말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무서운 것은 아가씨들의 끝간데 모르는 소비욕이다. 난생 처음으로 큰돈을 만지다
보면 이제껏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고 그것을 하나 둘 채우다 보면 끝이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덧 500만원, 1,000만원은 돈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 그녀들의 심리다. 이렇게 한번 시작된 소비는 사채든 뭐든 물불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결국 그녀들이 후회할 때는 사채업자들에게 엄청난 이자는 물론 모든 돈을 다 뜯기고 난 후의 일이다.”
이번 사건처럼 사채업자들에게 감금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한 룸살롱 웨이터는 “사채업자들이 얼마나 지독한 사람들인데 나가요 아가씨들한테 돈을 뜯기겠냐”며 “특히 술집에 나가는 아가씨들인 만큼 나이가 어리고 예쁘장하니 성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추행을 하는 경우는 상당수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라도 팔아 돈 갚아라
사채업자들이 협박을 통해서 돈을 갚게 만드는 수법도 여러 가지다.
우선 가장 쉽고 빠른 것이 폭력행위.
하지만 절대로 얼굴이나 다리는 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짧은 스커트를 입는 그녀들에게는 다리도 하나의 섹시어필 포인트이기 때문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고.
두 번째로 흔한 방법은 바로 성추행이거나 더 나아가선 성폭행이다.
특히 ‘술집’에 나간다는 그녀들에 대한 인식 때문에 사채업자들은 돈을 핑계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도 돈을 갚지 않을 경우에는 부모나 형제 등 가족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겠다는 식으로 심적인 압박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후의 방법은 이른바 ‘신체포기 각서’를 쓰는 것.
신체포기 각서는 ‘채무자의 주요 장기를 비롯해 신체 전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는 각서’를 말한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한 ‘최후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확보한 사채업자들은 결국 그녀들의 장기를 팔거나 혹은 그녀들 자체를 다른 업소들에 넘김으로써 마지막 이자까지 뽑아간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동료 나가요 아가씨를 봤다는 이모양의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정신을 순식간에 피폐하게 만드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순수하고 낙천적이었던 그녀가 사채를 쓰고 업자로부터 협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독한 여자로 변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폐인 수준에 가깝게 변하고 말았다. 사채업자들의 협박
은 독약보다 더 무섭다.”
이양이 지켜보았다는 그 나가요 아가씨는 결국 신체 포기각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고 그 이후 어디로 끌려갔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신체 포기각서까지 쓰는 경우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는 안마업소 등이나 사창가등 이른바 3종업소에 가서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는 것. 한 안마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안마업소는 신체 능력의 한계에까지 다다르는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짧은 시일안에 최소 1,0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한달 동안은 정말이지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잘 뿐 아니라 하루에도 7~8번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중노동이다. 일부 여성들은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달하기도 한다.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한 돈이 결국 이자의 이자로 나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채로 인한 폐해가 늘어나자 정부에서도 강경한 대책을 마련하려 하고 이에 따라 사채업계에서도 보다 시스템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유독 ‘밤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나가요 아가씨들만큼은 아직도 협박과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사채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한 룸살롱 업계의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아가씨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라고 할 수 있다”며 “어쨌거나 가게에 나가면 현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사치에 빠지면 자신의 젊음을 갉아먹고 인생을 완전히 망친다고 보면 되고 이왕에 이 바닥에 들어온 이상 원수같은 돈 빨리 벌고 나갈 작정으로 앙다물고 열심히 일해 빨리 이 업계를 빠져나가는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사채에 시달린 나가요 걸 인터뷰
“협박과 폭행위협에 불면증”
취재진은 사채업자 한모씨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어렵게 수소문해서 한 나가요 아가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현재 강남 모 룸살롱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사채업자에게 벌써 6개월째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어느 정도의 돈을 빌렸나.
▲ 500만원을 빌렸는데 한 두달 갚지 못하다 보니 700만원을 넘어가더니 이제는 1,500만원을 훨씬 넘겼다. 강남권의 지역정보신문을 보면 대략 서너개의 각기 다른 팀이 있는데 세곳 모두 돈을 빌려서 돌려막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 한군데 막혔을 때 그냥 포기할 걸 도리어 일을 더 크게 만든 셈이 되었다.
- 처음 돈을 빌릴 때는 어느 정도 갚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빌린 것이 아닌가.
▲ 당연하다. 주변에서도 사채를 쓰지 말라고 말리는 언니들도 많았지만 한 달에 500만원을 버는데 3개월에 500만원을 갚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소비단위가 점점 커지더니 한 달에 500만원도 생활비로 모자라게 됐고 결국에 사채를 갚을 여유는 없어져버리게 된 것이다.
- 협박은 어느 정도로 받고 있나.
▲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폭언에 시달렸고 폭행도 여러 번 당했다. 신고를 하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또다시 당하는 것은 돈을 갚지 못한 나였다. 할 수 없이 사정 사정해서 지금은 조금씩 갚아나가고는 있지만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절망적이고 내가 왜 이런 상태까지 오게 됐는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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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팀
서준 프리랜서 www.pandor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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