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4월 상주시는 함창명주테마공원 준공식 및 함창명주박물관을 개관해 함창명주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때 명주생산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던 상주가 기능성을 인정받으며 재기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양잠산업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들어간 것이다. 시는 명주를 테마로 자족적 생산능력을 갖춘 농촌지역의 중추도시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상주시 함창읍 교촌리에 위치한 함창명주테마공원은 8만6980㎡에 테마광장, 체험장, 판매시설, 가공 및 생산시설, 연구시설 등을 갖추고 조성됐다. 2010년 첫삽을 뜬 지 3년 만이다.
이곳은 누에와 뽕잎을 이용한 특산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원단류(한복지명주원단, 수의원단, 천연염색원단)를 비롯해 의류(한복, 개량한복), 누에 관련 제품(누에가루, 누에환인) 등을 생산·판매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시는 농업 소득증대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양잠산업은 기존의 입는 양잠에서 먹고 만지고 바르는 기능성 양잠으로 탈바꿈하면서 농가소득 증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2년 기능성 양잠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양잠산물 농가 생산액은 2011년에 비해 40.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잠농가의 평균 연소득은 996만 원으로 일반 농가의 농업소득 913만 원보다 8.3% 높았다. 또 5000만 원 이상의 연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400가구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영수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장은 “누에가루 등 건강에 좋은 양잠산물의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증가해 농가의 양잠산물 생산액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기능성 양잠산업이 생산·가공은 물론이고 관광분야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능성 양잠산업은 농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웰빙바람 타고 양잠산업 재도약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누에상품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이용한 오디잼, 건조 오디, 오디분말, 오디즙, 오디와인 등이 있고 뽕잎을 이용한 뽕잎차와 뽕잎분말, 뽕잎아이스크림, 국수, 빵 및 과자류 등이 있다.
여기에 누에고치 단백질을 이용한 천연실크 화장품, 누에나방을 이용한 남성정력보조제, 항암 면역증강 효력이 있는 동충하초, 누에분말 및 먹는 실크 등 다양한 상품이 개발 되어 출시됐다.
이 가운데 양잠산업의 부활을 이끈 건 다름 아닌 혈당강하제의 효능이 있는 누에가루다.
예부터 의학서적인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는 누에와 관련된 양잠산물이 인간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누에가루와 번데기가 당뇨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누에고치는 고단백영양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누에고치 속에는 혈당치를 낮춰주고 고혈압을 치료하며 피부를 곱게 하는 등 16종 이상의 효능이 있는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누에의 기능성은 웰빙 열풍에 맞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그 범위를 점차 넓혀 가고 있다.
정부도 양잠산업이 6차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양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부안, 보은, 상주, 진안, 함평, 화순, 아산, 함양 등 전국 8개 지역을 청정지역 양잠 적지로 선정한 바 있다.
이중 상주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능성 누에상품 개발과 함께 전통 함창명주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입는 양잠산업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를 생산하고 있는 상주는 함창읍과 이안면 지역에서만 함창명주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최근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옛 것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다시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자연 섬유를 찾게 됐고 명주 옷감의 우아함과 따스함에 매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함창명주는 질감이 부드럽고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데다 최근 개발한 제품은 현대적 감각까지 갖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함창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명주 15만 필을 판매해 사상 최고 기록인 1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함창에서 30여 년 동안 전통 명주 옷감을 생산하고 있는 허호(56·허씨비단 대표)씨가 지난 6월 섬유분야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고 경북도가 발표한 억대 경북 양잠농가 12명 중 절반인 6명이 상주 함창명주 농가들이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해 양잠산업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에는 한국 전통의 멋과 맵시가 어우러진 명주옷을 소재로 한 제7회 전국 상주 명주 패션디자인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시가 주최하고 경북대학교 산업디자인연구소가 주관해 전국 대학생 및 일반인이 출품한 작품 중 1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0여 점의 작품으로 명주의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표현해 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앞서 지난 9월 27일에는 함창명주테마공원 일원에서 3일간 ‘2013 함창명주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제1회 슬로시티상주 함창 컬렉션’으로 한복연구가 김명숙 선생의 협찬으로 궁중복, 평상복, 하피복, 신랑·신부복, 혼수복, 드레스복 등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 시는 경북도와 함께 생명건강산업 특화단지 조성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양잠산업의 연구개발과 뽕푸드타운·뽕나무 생산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업은 슬로시티 상주의 이미지와도 부합하고 양잠 중심 도시로의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시장은 “명주테마공원 준공과 명주박물관 개관, 잠사곤충사업장의 확대 이전으로 올해는 우리나라 양잠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시는 슬로시티와 연계한 양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유 함창명주 특유의 강점을 잘 살려 내 관련 의상을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등으로의 수출 전략도 수립하는 등 함창명주의 세계화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양잠산업은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재도약하기 위해 날개를 움츠리고 있다.
특히 누에가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사실은 좀더 깨끗한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환경지표생물로 떠오르고 있다.
더 나아가 기능성 양잠이 생명공학 양잠으로 한 계단 더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잠산업을 준비해온 대한민국 대표 농업도시 상주시의 도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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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