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준 SK 헤인즈 플레이, KBL 솜방망이 처벌에 팬심 부글부글
범죄 수준 SK 헤인즈 플레이, KBL 솜방망이 처벌에 팬심 부글부글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12-23 14:13
  • 승인 2013.12.23 14:13
  • 호수 1025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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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징계 역대 최고 수준 강조…팬들 휴가 준 꼴 반발 확산
외국인 선수 팀 전력 이유로 대접…불미스러운 일로 구단들 속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일명 헤인즈 사건으로 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선수들의 막장행동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농구계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헤인즈 사건을 놓고 KBL과 팬들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KBL은 지난 16일 오후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이하 재정위)를 열고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SK 대 KCC전에서 김민구(22·KCC)를 고의적으로 밀쳐 다치게 한 애런 헤인즈(32·sk)의 비신사적 행위에 대해 ‘2경기 출전금지와 500만 원의 벌금’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또 해당 경기를 맡았던 최한철 주심에게 견책, 이상준 2부심에게 1주일 배정 정지를 부과했다.

이번 징계에 대해 KBL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며 팬심 달래기에 나섰다.

KBL은 2008-2009시즌 전자랜드 소속의 김성철이 LG 기승호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하자 김성철에게 2경기 출전정지와 300만 원의 벌금을 물렸다. 2002-2003시즌에도 SK 최명도가 오리온스 김승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에 대해 3경기 출전정지와 500만 원의 벌금을 받아냈다. 이를 감안할 때 최고의 징계라는 것이다.

또 KBL 상벌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난폭행위와 위협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은 1게임 이상 출전금지와 제재금 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징계를 놓고 팬들뿐만 아니라 농구계 일각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KBL 상벌 규정 자체가 너무 가볍다는 데 있다. 300만 원은 연봉 3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에게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통상 선수들이 일주일에 많아도 3경기를 치르는 점에서 2경기 출전금지는 일주일 정도 쉬는 수준에 불과하다. 경각심을 갖게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벌금 연봉 1%에도 못 미쳐 실효성 논란

NBA의 유사한 사례를 봐도 KBL의 징계 수준은 미미하다.

지난해 4월 LA 레이커스의 메타 월드피스(현 뉴욕 식스)는 2쿼터에 덩크슛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하며 백코트하는 과정에서 상대팀인 오클라호마 시티의 제임스 하든(현 휴스턴 로키츠)과 부딪히자 뿌리치는 듯한 동작으로 그의 얼굴을 팔꿈치로 쳤다.

이에 NBA는 월드피스에게 7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월드피스는 징계 기간 연봉을 받지 못해 약 30만 달러(약 3억5000만 원)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특히 이번 헤인즈의 비신사적인 태도는 폭행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

당시 헤인즈는 2쿼터 중반 속공 상황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김민구를 팔꿈치로 강하게 밀어 쓰러뜨렸다. 김민구는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켰고 코트 위로 나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 사고로 김민구는 큰 외상은 없었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또 왼쪽 발목을 다쳐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에 대해 NBA 출신인 척 퍼슨 KCC 코치는 “KBL이 공식적으로 2경기 징계로 결정을 내렸다고 들었다. 명백히 잘못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단.

그는 “김민구는 헤인즈를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방비로 당했다. 체중이 더 무거운 선수가 일부러 부딪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헤인즈의 플레이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범죄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또 퍼슨은 “월드피스가 7경기 징계를 당했다. 내 생각에는 헤인즈는 9~10경기 징계는 당해야 맞다. 한국의 징계 수준은 왜 이런가”라며 반문하기까지 했다.

당사자인 김민구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왼쪽 발목이 아직 조금 아프다. 숨 쉴 때도 여전히 통증이 있다”며 “피해는 내가 다 보았는데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안 당해도 될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화가 난다”고 억울함을 전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SK 역시 당황하는 기색이다. SK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헤인즈는 “KCC 관계자, 선수단, 해당 선수인 김민구, KBL, SK 나이츠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김민구가 빨리 회복해서 코트에 나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경기가 약간 과열된 상황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김민구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한다. 김민구를 만나면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 지난 18일 안양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SK 문 감독과 선수단은 팬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헤인즈에게 자숙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3경기 출전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헤인즈 보이콧 움직임 후폭풍 거세

이처럼 공식적인 징계와 사과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신사적 플레이로 제재를 받은 헤인즈에 대해 감독들이 집단 거부해 리그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감독자 회의에서 헤인즈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문제가 크니까 따로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SK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회의를 하니까 지금 이 사건을 어떻게 볼지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는 리그 10개 구단의 감독들이 앞으로 헤인즈를 영입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통해 실질적 제명과 효력이 같은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헤인즈가 이미 징계를 받은 선수라는 점에서 이중 제재와 타 구단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선동으로 비칠 수도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SK도 헤인즈가 징계로 결장하자 팀 전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선두를 지켜온 SK는 지난 18일 꼴찌 팀인 인삼공사에 70-67로 패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또 이번 사태로 팀 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문 감독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많이 얘기해서 좋을 게 없다”며 “주의를 주고 심판 판정에도 빨리 손들고 시인하라고 했다. 선수들은 리그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헤인즈에 맞춰져버린 SK에 헤인즈의 공백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또 악화된 여론 속에서 헤인즈를 계속 기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가 됐다.

문제는 SK에 국한되지 않는데 있다. 현재 국내 남녀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구단들은 한 시즌 농사 결과를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외국인 선수들을 받들어 모시기까지 하면서 외국인 선수 부작용이 속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극진한 대접에 안하무인 선수 속출

세계 농수선수들에게 KBL과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은 대접 잘해주는 리그로 정평이 나 있다. 매니저가 외국인 선수에게 24시간 1 대 1로 붙어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때때로 가족이나 애인을 초정해 주기도 하고 외국인 선수가 원할 경우 한 시즌 동안 같이 지낼 수도 있다.

또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는 구단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해 따로 살 집을 구해주는 구단도 있다.

이렇게 되자 안하무인 격인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헤인즈는 지난 2월 13일에도 김승기 KT 코치에게 “개XX야”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여기에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도망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모니카 라이트(하나외환), 버나드 블런트(LG), 그렉 콜버트(오리온스)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하나외환은 라이트의 도망 이후 노장 타키아 샌포트가 극심한 체력 소모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외에도 극진한 대접에 코트에서 이성을 잃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퍼비스 파스코(LG)는 2007년 4월 12일 심판에게 주먹을 휘둘러 영구제명 됐고 아이반 존슨(KCC)은 2010년 4월 11일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서 유재학 모비스 감독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욕을 해 영구제명됐다. 또 디엔젤로 콜린스와 테넌스 셰넌(SK), 캘빈 위너(KT&G)는 대마초 흡연으로 영구제명되기도 했다. 이 밖에 과격한 언행으로 징계를 받은 외국인 선수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

결국 농구계 안팎에서는 KBL과 WKBL의 확실한 대처를 요구하고 나섰다.

라이트 야반도주 사건의 경우 WKBL은 국제농구연맹(FIBA)에 고스란히 보고해 계약기간 도중 일방적으로 도망간 선수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타 리그에서도 뛸 수 없게 하도록 조취를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선수 교체 규정 및 일방적 계약파기 때 대처 방안에 대한 규정이 미흡한 상태다.

또 이번 헤인즈 사건처럼 KBL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해 제재의 실효성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사건, 사고에 대처하는 KBL의 자세 역시 너무나도 즉흥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확실한 기준이 없으니 솜방망이 처벌을 한 전례를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번 징계를 최종 재가한 의사결정권자는 한선교 KBL 총재였다. 그는 취임 당시 농구팬들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한 총재는 팬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면계약사건으로 코트를 떠났던 김승현(35·삼성)의 복귀를 추진하기도 하는 등 소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팬들의 거센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내림으로써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되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빈번히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팬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에 KBL과 WKBL의 확실하고 세부적인 대처 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욱이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에 대해 선을 확실히 지켜야 하고 외국인 선수들 역시 스스로 분수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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