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 기능적 혹은 기질적 이상 등으로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찾아오시는 여성 환자분들을 치료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처방과 시술 위주로 임신을 유도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조급함이 환자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또 얼마나 환자의 몸에 무리를 주는지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말할 나위 없습니다. 반복되는 소파수술과 배란촉진제, 유산방지제 처방이 당연한 것 인양, 여자의 몸이 임신과 출산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싶어 너무나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자연유산은 자연적으로 자궁이 수축되면서 건강하지 못하고 자연 도태될 수정란을 밀어내는 과정입니다. 첫 임신의 적지 않은 비율들이 자연유산으로 생리처럼 흘러내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라면 굳이 급하게 소파수술을 하기 보다는 어혈을 제거하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경과를 보는 것이 자궁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후 산부인과에 다시 내원해 자궁 상태를 점검 받고도 소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때 해도 무리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란촉진제는 이미 자연임신을 해본 여성의 경우 배란일을 잡아 임신을 시도해본 후에도 안 될 경우 적용해야 하는 선택사항입니다. 임신을 원한다고 바로 처방하면 배란촉진제가 누적 적용돼 복수가 차고 체중이 늘게 됩니다. 이는 여성의 컨디션을 흔들어 버리는 요인이므로 조금 더 신중하게 처방돼야 합니다.
남자는 간단한 검사만으로 자신의 정자가 정상적인 운동성과 개체수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사랑하는 부인이 혼자서 임신의 모든 과정을 감당하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생각보다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는 남성분들도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하체 운동과 체중 감량, 흡연과 음주 제한, 충분한 수면 등을 권유합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약 처방을 통해 신기능을 보강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즉 농사를 직접 짓고 풍작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비옥한 논밭(기질적, 기능적으로 건강한 자궁)을 만들고 질 좋은 씨앗(규칙적인 생리주기 하의 건강한 정자와 난자)을 뿌린 뒤 물길과 잡풀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종 혹은 낭종 등의 기질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경우 증상과 부위 등을 고려해 수술여부를 결정하고 기능적인 이상의 경우 어혈, 담음, 냉증 등에 근거를 두어 한약 처방과 침, 뜸 등의 치료 처방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노화가 진행되고 남성 역시 정자의 운동성과 정자수가 줄어 속발성 불임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셋째를 준비할 경우 가능한 빨리 임신을 시도해 터울을 줄이는 것도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질 좋은 씨앗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말랐을 경우라면 체중을 늘려 하복부에 약간의 지방이 자궁 주변을 보강해주도록 해야 합니다. 비만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비만으로 인한 성욕감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만한 남성이라면 비만을 치료하면 정자 운성과 정자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여성이라면 자궁 흐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불임과 연관성이 높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비만 혹은 과체중은 임신 중 체중 증가율을 높이고 임신 중독증의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임신 중 태아와 모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염두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확률적으로 부부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바쁜 직장생활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약해져 마음과 같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을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체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운동은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면서 자주 걷는 습관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성욕항진과 수정률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불임의 정의를 1년간 피임 없이 성관계를 맺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를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불임의 정의를 2년으로 늘일 정도로 임신 성공확률을 줄이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임신과 출산의 주 역할자인 여성도 보조자인 남성도 초조해 하지 말고 조금 더 진중한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기질적 이상과 기능상의 큰 이상이 아닌 상태에서(임신은 되었으나 유지가 잘 안 되는 분들의 경우 특히) 배란촉진제, 소파술 후 급한 임신 계획,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등의 계획들은 임신 유지율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되실 부부가 자신의 몸을 최우선에 놓고 준비한 후 임신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움말=미가람한의원 김준정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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