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금융위원장 지분 인수 의사 밝히면서 사태 발발
고용 불안 문제 지적…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까지 우려
대우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및 해양프로젝트에 대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해군 주력인 전투함, 구축함, 잠수함 등을 생산하는 국가 방위산업체다.
이러한 대우조선의 해외 매각설은 지난 10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을 위한 MOU’가 체결된 이후에 불거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로즈네프트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지분 31.46%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김정훈 새누리당 정무위원장 초청으로 러시아 금융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산업은행 지분 인수를 우리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대우조선의 해외 매각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노조은 해외 매각설과 관련해 산업은행 및 금융위원회 그리고 국회 정무위원들에게 노동조합의 매각에 대한 5대 원칙을 전달하는 동시에 ‘해외 매각은 절대 안 된다’고 표명하고 있다. 이들이 정한 5대 원칙은 ▲해외매각 반대 ▲일괄매각 반대 ▲투기자본 반대 ▲국민 기업화 ▲당사자 참여 보장 등이다.
아울러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와 정치권, 정당, 거제시민들이 연대해 해외매각을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거제 지역 주민들의 생계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모두가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공식 입장은 거짓말?
현재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일부 언론을 통해 대우조선의 해외매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노조는 지난 18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다음날인 지난 19일 서울로 직접 올라와 현장 투장 집회를 열었다. 성만호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는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구성원의 고용과 조선산업의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되는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매각을 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몇몇 확인됐지만 현재로선 믿음을 가질 수 없다”며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발신인도 정확하지 않은 팩스 한 통만 가지고 보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측에서는 지분 인수에 대해 어떠한 부정적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반대운동은 공신력이 있고 확실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 인사가 해외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노조는 잠수함부터 해양플랜트까지 첨단기술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해외 매각할 경우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무분별한 해외 자본 유입이 그 폐해를 가장 잘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쌍용자동차와 삼성자동차, 대우자동차의 경우만 보더라도 무분별한 해외 매각은 국내 자본 및 기술정보 유출로 이어져 왔다”며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앞서 쌍용자동차는 2004년 10월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됐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4년 만에 쌍용차 운영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에 기술 정보만 유출된 채 이 과정에서 2646명이 무더기로 해고되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일괄 매각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노조 관계자는 “5조 원에 이르는 대우조선 지분을 일괄매각 하려면 해외 자본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꼭 막아야 한다”면서 “현재 일괄매각 예정인 지분 3400억 원도 4%나 할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헐값”이라고 전했다.
또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은 인수자가 자금 부담을 차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재부실 또는 도산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의 국민기업화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지난 10월 납품비리 혐의로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구속 기소됐고, 중소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깎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당시 역대 하도급법 위반 사건 중 최대 과징금인 267억 원을 처분 받기도 했다. 결국 대우조선은 올 하반기 들어 계속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것이다. 대우조선을 향했던 수많은 논란 중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는 대우조선 해외 매각 사태를 정부와 대우조선이 어떻게 잠재울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