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태아보험 가입 경쟁 과열 논란
보험업계 태아보험 가입 경쟁 과열 논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12-23 10:53
  • 승인 2013.12.23 10:53
  • 호수 1025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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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유모차·카시트 공짜 문제 발생하면 ‘나몰라라’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고가의 유모차, 카시트 등을 사은품으로 내놓고 ‘태아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인터넷보험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고가의 상품을 함께 거론하는 대형 보험사들이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어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는 대형 보험사들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판매 상위 3사인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 동부화재의 사례를 통해 태아보험 가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인터넷보험 책임 실체 불분명해
금감원 조사 착수…논란 가중될 듯

“전문가인 저도 인터넷 보험을 들려다 보면 혼이 쏙 빠진다니까요? 그러니 사은품에 혹해서 알아보던 일반 가입자들은 얼마나 더 정신이 없겠어요. 보험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까지 설계사에게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인터넷 보험은 책임자가 없어요.”

[일요서울]이 태아보험 가입 후 지급 사은품 문의에 따른 A사 보험설계사의 대답이다.

불황 속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사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동안 자녀를 둔 소비자들이 본인의 입을 것, 먹을 것은 아끼더라도 자녀와 관련된 것들엔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와 노산의 임산부의 증가가 결합되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태아보험’이다. 태아보험은 신생아의 선천적 장애를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다.

업계에서 태아보험을 가장 먼저 판매한 현대해상의 경우 2004년 신규가입자 4만384명에서 지난해에는 6.7배 증가한 27만744명으로 늘어났다. 이 외에도 판매상위업체인 LIG손해보험과 동부화재도 가입자가 급증했다.

그런데 태아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보험회사들의 판촉경쟁이 과해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십만 원짜리 카시트나 유모차를 상품으로 내걸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 상위 3사인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해상의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현대해상 태아보험을 검색할 경우 현대해상 사은품과 선물 등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 또 가입 후 지급받은 사은품을 소개하는 게시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화려한 문구와 상품에 현혹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혜택을 볼 수 없는 보험에 가입하게 되거나 고가의 상품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3만 원 이상의 사은품은 고객에게 제공될 수 없다. 그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보험료보다 더 비싸게 청구되거나 불필요한 특약사항을 강요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 본사는 이를 책임질 의무가 없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B업체의 태아보험에 가입한 C씨는 아기가 태어난 후 선천성 심장질환을 진단받아 보험료 청구를 하고자 했으나 실비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했다.

임신 5개월째에 인터넷 보험을 전화상으로 가입할 당시에는 병원 진료를 받을 때마다 진료비가 나온다는 설명을 듣고 실손보험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특약사항까지 포함해 가입을 마쳤지만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후 B씨는 본사에 연락해 실비로 오해하게끔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받고 실비 가입을 요구했지만 “이미 가입된 상품에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망연자실했다. B씨로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해지밖에 없었지만 이미 질환이 발견된 아기를 보험에 가입시키기 힘들어 해지를 포기했다. 그런데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연락조차 닿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본사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담당 설계사가 몇 차례나 바뀌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업체의 보험에 가입하고 그에 따른 사은품까지 받은 뒤 대부분의 고객들은 해당 업체의 고객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담당 설계사 외에 본사가 책임져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인터넷 보험의 경우 법인체가 본사와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런 피해는 인터넷으로 가입한 보험에서 특히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리점 업무일 뿐…본사와 관계없어

실제로 [일요서울]이 태아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현대해상 등의 지점에 방문해 사은품을 문의하자 “사은품보다 가입 내용의 질을 따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인터넷 보험 가입을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 가입자가 발생하면 1년간 그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보험은 누구에게 가입했다는 주체도 불분명하고, 지점 설계사들처럼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즉, 수수료만 받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 종류에도 회사에 좋은 보험이 있고 가입자에게 좋은 보험이 있다”면서 “상품에 따라 지급되는 수수료율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가입자가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의 경우 수당이 별로 없어 고가의 유모차 지급 자체가 불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에서도 이러한 행태에 대한 특별한 제제 조치가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키우는 발단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해상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된 태아보험 사은품은 본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인터넷 보험 판매자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없고, 현대해상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이트 내에서 여러 회사의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어 본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정 자격이 갖춰진다면 보험 판매가 가능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을 낳아도 본사가 제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종사자 중 일부는 “회사로서는 도중에 해약하는 고객들이 더 좋을 것”이라면서 “돈은 돈대로 벌고 보상은 해주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좋은 일이 더 어디 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과열경쟁과 불완전판매 등 태아보험을 둘러싼 부작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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