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STX에너지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GS-LG상사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지난 11일 GS그룹에 따르면 STX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오릭스는 이날 STX에너지 경영권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자로 GS-LG상사 컨소시엄을 확정했다. STX에너지 인수가 확정될 경우 이들 컨소시엄은 STX에너지 외에 자회사 3곳도 가져가게 된다. STX에너지는 STX전력과 STX솔라, STX영양풍력발전 등 3곳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대어를 낚게 되는 셈이다.
‘민간발전사·에너지 기업’ 인수…두 가문에 청사진
신사협정 후 일부 사업 마찰…색안경 낀 시선 부담
STX에너지의 매각 규모는 오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96.35% 중 72% 수준이다.
최대주주는 ㈜GS다. GS-LG상사 컨소시엄은 조속한 시일 내에 오릭스와의 추가 협상으로 거래 대상과 금액 등 최종적인 거래조건을 확정한 뒤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GS는 STX에너지의 발전사업 역량과 해외자원 개발,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등을 활용해 발전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GS EPS 및 GS파워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STX에너지의 석탄발전 사업에서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은 모 기업인 GS와 LG상사가 지난 2004년 분할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잡고 공동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과 함께 이 두 기업의 관계를 두고 말들이 많다.
허씨(GS)와 구씨(LG) 집안으로 알려진 이 두 가문의 연결고리는 사돈지간이다.
허만정은 구인회 회장의 장인어른과 6촌 관계에 있던 사람이다. 당시 서부 경남 일대에서 만석꾼으로 불리며 최고의 부자로 꼽히던 사람이다.
그런 허만정이 구인회를 찾아와 아들 준구를 맡기면서 훗날 ‘아름다운 동업’이라 불리는 두 가문의 동업이 시작됐다.
이후 아들 허준구는 성장해 LG그룹의 전신인 락희그룹의 2인자 자리에까지 오른다.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는 허준구는 차분한 성격과 자리에 욕심 내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다.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구인회를 앞에 내세우고 자신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만 할 뿐이었다. 이런 그의 성품이 구인회 회장의 기업경영에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구인회 회장 역시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더 활기차게 했다.
훗날 구씨 집안과 허씨 잡안은 자연스럽게 각자가 소유한 몫을 나누었다. 그래서 LG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 GS그룹이다.
구씨 가문의 후손들이 LG그룹(구인회-구자경-구본무)과 LS그룹(구자홍-구자열)을 맡고, 허씨 가문의 후손들이 GS그룹(허준구-허창수)을 맡은 것이다.
당시 구인회의 사업에 허만정이 투자할 때의 몫이 3 대 1 정도였다고 한다. 훗날 LG그룹과 GS그룹이 나누어질 때의 몫 역시 3 대 1 정도였다 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렇게 큰 분란 없이 자신의 몫을 나누어 가진 이들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또 두 가문이 기업분할 당시(2004년 7월 1일) ‘앞으로 5년간 서로의 주력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가침협정이자 신사협정을 맺고 각자의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훗날 재계 서열 상위에 오르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배출하는 등 재계 맏형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면서 두 가문이 하는 사업 중 일부 겹치는 일이 빈번해졌다. 구씨 가문의 방계기업이 건설업 진출 소식을 알려왔고, 최근에는 허씨 가문의 GS건설이 단체급식 사업 진출을 검토하면서 LG의 손자회사 아워홈과의 대결이 불가피했다.
승자의 저주 이길 수 있을까
그 결과 2009년을 전후해 신사협정 5년 기간 만료를 앞두고 두 가문이 적대적인 사업 대결 양상을 띨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다. 실제로도 일부 언론이 이들 관계를 의심하는 보도를 쏟아내면서 두 가문의 대결구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사협정은 2009년 7월 1일자로 만료됐다.
사실 이번 STX에너지의 M&A 소식이 알려질 초반에만해도 GS와 LG는 각각의 뜻을 두고 참여하면서 양측의 일촉즉발을 예고하는 모습이 예상되기도 했다. 최대 격전지이자 사실상 두 가문이 대결구도를 완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빛나갔다. 9년 만의 조우로 또다시 두 가문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아름다운 동맹’을 이어 나가게 됐다.
다만 M&A시장에 퍼져 있는 ‘승자의 저주’ 앞에 두 가문이 의기투합할 수 있을지에 의문은 여전하다. 현재 시장상황 여파 탓에 GS그룹은 물론 LG그룹 주력사의 어깨가 처진 상황에서 혹시 모를 후폭풍에 휩쓸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GS상사 컨소시엄의 이번 결정이 ‘아름다운 동맹’의 결실이 되길 다시 한 번 기원하며, 향후 분사된다 해도 과거처럼 양사과 합의하면 또 한 번 좋은 사례로 알려질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